[주간 네트워크]
이종기 변호사 비리는 썩어 문드러진 지배세력의 단면이다.
정 의 헌
현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전 이종기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은 ‘전
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우리 사회의 썩어문드러진 법치현실을 보여주
는 이런 말들이 그저 떠도는 말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검찰
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지난 94년 1월부터 97년 7월까지 검찰직원 등 1백7명으
로부터 225차례 사건을 알선 받고 소개비로 1억2천9백5십만 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변호사는 또 수사사건을 취급하는 경찰관 31명으로부터 모두 44차
례 사건을 소개받고 2천2백7십만 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호사와 김현 전사무장을 뇌물공여 및 변호사법 위반과 횡령 및 공갈 혐
의 등으로 구속한 검찰은 이들의 예금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 추적에 본격 나서는 한편 탈세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한다. 또 검찰은 이
변호사에게 소개비나 향응을 제공받고 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한 사례가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처리 또는 징계할 방침”을 세우고 이종기 변호사가
수임했던 모든 민 형사 사건의 취급선상에 있었던 전 현직 판 검사, 검찰 법원
직원과의 유착관계를 전면 조사키로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발본색원으로 사법비리 근절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크게 충족될 것 같지 않다. 18일 현재 관련 현직 검사장들에 대한 조사가 사실
상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조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현직 검
사들의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건 소개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도
모르게 사건 의뢰인에게 이름이 도용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면서 벌써 물 타기
에 더욱 바쁜 모습이다. 관련 판사들 또한 대법원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대부분
‘단순 소개’ “얼굴도 모르는 의뢰인에게 도용 당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검
찰조직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속죄양’을 찾아내겠다”고 검찰 수뇌부가 공언하
고 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사건소개 과정에서 직무관련성이 드러나는 전 현직
판 검사에 대해 계좌추적을 통해 대가성 금품수수가 있었는지를 규명할 방침이
라고 한다. 또 향응접대를 받았는지를 술집 현지조사를 한다며 여기에 기대를
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원성을 회피하는 말 그대로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수준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18일부터 시작되는 ‘경제청문회’ 정치일
정은 더욱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법조비리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듯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호들갑을 떨면서
‘일벌백계’ ‘발본색원’ ‘뼈를 깎는 자성’을 떠들다가 흐지부지되는 세월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비슷한 내용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정
부 이순호 변호사 수임비리 사건도 사건 처리 뒤 최근까지 현직 경찰들이 변호
사 사무장을 통해 매월 2, 3백만 원의 돈을 받아 회식비와 수사비로 쓰는 현실
이 폭로되었다. 보다 음성적인 형태로 불법과 비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
론 사회 일각에서는 당시 사건 관련 현직 판사들이 단지 징계처리로 옷을 벗는
수준에서 정리되었을 뿐 사법처리가 되지 않아 일벌백계의 엄중한 처벌이 되지
못하여 비리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이번에는 현직이라도 반드시 사법처리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당연히 그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렇게 처벌한다고 해서 부정과 비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
다.
이러한 부정과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물론 전관의 형사사건 수임제한 등
‘전관예우’ 관행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를 세우고(법무부는 이마저 거부하고 있
다) 변호사들의 수임사건(내용, 결과, 수임료) 공개를 통하여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를 줄이고 의뢰인들이 자유롭게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
하다.
* * *
우선 법조비리를 한솥밥을 먹는 당사자인 검찰과 법원이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부터가 잘못되었다. 어떻게 철저한 조사가 될 수 있으며 어떻게 엄중한 처벌
이 가능하겠는가? 그러니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변명하고 감싸주는 발언들이 언
론에 계속적으로 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사건에서도 판 검사들은 “잘못
이 있다면 시시비비를 가려야겠지만 단지 이름이 기재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
후사정과 경위를 따지기도 전에 싸잡아 비리 법조인으로 몰아치는 것은 너무하
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등 법원과 검찰 내부에서 이 변호사 수임비리에 대한
‘여론몰이식(?)’ 보도와 이름이 오른 전 현직 판 검사의 전원소환 방침에 불만
이 팽배해지는 등 비리를 철저히 파헤치는데 대한 저항과 반발이 무성한 현실이
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함께 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조사와 처벌의 책무를 어떻
게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 나아가 조사와 처벌의 당사자 또한 시간이
지나면 예우받을 ‘전관’이 될 처지에 있는 사람들인데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철저히 대책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수사 주체를 먼저 바꿔야 한다.
마땅히 권력층 비리 조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별검사제를 도입하여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발본색원해서 일벌백계 정신으로 엄중히
다스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특별검사제는 국민회의의 대선공약이다. 이 참
에 반드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그러나 국민회의는 이에 대해 아무 말
이 없다)
특별검사제 도입과 함께 부패방지법을 제정하여 부정축재한 공직자 재산을 국
고환수하는 등 공직자 부정을 추상같이 다루어야 한다. 사실 법조계만이 아니라
재벌과 정치권 등 이 나라 지배층의 권력형 부정과 비리는 끊임없이 양산되어
왔다. 이번 법조비리 또한 권력층의 일반적 현상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정치
인은 떡값으로, 관료는 사례비로, 법조인은 소개비로 그 이름만 달리하여 뇌물
이 거래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류의 사건 조사에서 으레 따라 다니는 ‘대가성’
이 있니 없니 하는 것은 다같이 부패한 지배세력들의 국민들에 대한 비열한 속
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 대학을 고시학원으로 변질시키면서 극소수의 특권 법조관료를 배출하는 현
재의 법조인 양성제도와 교육제도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투쟁으로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
해 나갈 때만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법비리는 결국 노동자 민중의 억울한
고통 위에 수십년 동안 특권세력으로 자리잡아온 이 나라 지배세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는 한 ‘유전 무죄, 무전유죄’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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