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호 시민조사委’, 조속한 국회 정상화 촉구 …

검찰 편파수사도 지적

새해 벽두부터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간 ‘국회 529호실 사건’의 진상을 시민단체들이 가렸다.

정치개혁시민연합을 비롯해 9개 시민단체 실무 총책으로 구성된 ‘국회 529호실시민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상 규명 및 관련자 책임을 묻는 조치와 분리해 여야는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며 “한편으로는 국회내에 529호실사건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우선 ‘새정부 들어 안기부의 정치사찰이 되살아났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529호실은 YS정권때인 96년 3월 국회 정보위원회의 공식 요청에 따라 보안시설 공사가 진행됐으며, 그 뒤 평균 주 1회 정보위원장에 대한 정보 보고가 안기부 국회 연락관에 의해 이뤄져왔다는 것이다. 국회 529호실의 운영과 안기부 직원의 국회 출입이 국회 정보위 활동을 보좌하고 안기부와의 연락 업무를 위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국민회의측의 주장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진상보고서는 사찰 주장이 근거 없음을 밝히고 있다”며 “529호 사건과 국회 운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권고는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는 대변인 논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국회 529호실에서 발견된 문건이 안기부법 3조에서 규정한 안기부의 직무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안기부의 직무범위는 대공·대정부 전복·방첩·테러 등에 대한 국외정보·국내보안정보의 수집 작성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529호실에서 발견해낸 야당의원의 거취문제, 의원 개인의 비리연루 의혹, 내각제 개헌 문제에 대한 여야 동향 및 대응전략 등의 자료는 안기부 직무 범위를 넘어선 정보수집 활동의 근거라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또 이 사건 관련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했다. 검찰이 한나라당의 기물 파손 행위 등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사법처리하면서, 안기부 직원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기물 파손 행위 역시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게 조사위원들이 내린 결론.

따라서 조사위원회는 “국회 529호실 사건은 반드시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하고, 위법성이 있다면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안기부 직원의 정치 사찰 의혹 문제가 국회 파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진상보고서와 관련 “국민적 상식의 건강한 판단이 승리한 것”이라며 “안기부법에 규정한 직무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한 지적은 옳았다”는 내용의 논평을 통해 보고서에서 야당에게 유리한 부분 일부만을 발췌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 사무처장은 “안기부가 시민단체 진상조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은 시민사회의 지평이 그만큼 넓어졌음을 의미한다”며 “시민적 상식과 법률적 근거에 입각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구성된 진상조사위는 9일동안 여야 관계자와 안기부측과 만나 조사활동을 벌였다. 시민조사위원회 위원은 김수규 서울YMCA회장,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서경석 한국시민협 사무총장, 손봉숙 정치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유종성 경실련 사무총장, 윤종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장원 녹색연합 사무총장, 최열 환경련 사무총장이다. /김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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