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경쟁과 시장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지난 1월14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16층 장 관실서 만난 이해찬 교육부장관은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며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올해도 교육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었다.

그는 곧 정부의 5개년 교육정책안을 담은 `그린페이퍼(계획서)’ 를 국민들 앞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페이퍼에 담길 우리 교육의 미래상과 교육 구조조정 등 어려운 현안을 답할 때마다 이 장관은 `시나브로’ 담배에 손이 갔다. `99년 교육을 말한다’라는 특별기획의 일환으로 오귀환 특별취재단장이 이 장관을 1시간 30분 동안 만났다. 편집자

오귀환 단장=` 99년 교육을 말한다’는 기획으로 장관의 말씀을 먼저 듣고 후속으로 시·도 교육감들 얘기를 들으려 한다. 지난해 많은 교육개혁 방안이 나왔고 올해 마무리 작업과 후속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올해 다시 새로운 방향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교육정책이나 개혁방안들이 있을 것 같다. 올해는 특히 교원정책과 대학개혁이 중점이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선 99년 중점을 둘 교육개혁 방안들은 무엇인지 말해주기 바란다.

이해찬 장관=교육부문은 지방교육과 고등교육의 둘로 나눌 수 있다. 고등학교까지 해당하는 지방교육 부문은 우선 정년조정과 노동조합 합법화의 2개가 매듭지어졌다. 이 둘을 토대로 교원의 전문직으로서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교육여건을 개선시키는 데 역점을 두려 한다. 상반기에는 교원들의 교과연구활동과 교원들의 소외감, 즉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소외감을 해소시켜주는 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지방교육에서 보완할 것은 교육제도의 불합리한 것 들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학교가 많다든가, 지방교육자치제도의 체계 미흡, 교육재정 가운데 효율적이지 못한 것을 제도의 측면에서 개선하고 교원들의 전문직으로서 능력을 높여주고 교과연구 활동 활성화, 교무실 여건개선에 역점을 둔다.고등교육분야는 연구중심대학 체계를 정립해서 1차적으로 진입시키는 기초를 만들어주고, 교수들의 연구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오귀환=답변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예컨대 교원의 문제와 관련해 교원정년이 62살로 가닥잡히면서 상당히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났다. 특히 교원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라든가, 국회는 국회대로 어려움이 있었고 공조가 잘 되지 않았다. 교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가닥을 잡아가는가에 따라 상당히 흐트러진 교직사회를 개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재정문제를 비롯해 느슨해진 교사들의 민심을 잡는 것이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이해찬 장관=법개정에 맞춰 종합적인 안을 만들고 있는데 상반기중에 안이 만들어지는 대로 일단 그린페이퍼(계획서)를 만들려고 한다. 계획서를 만들어서 에듀넷에도 올리고 본인들에게도 나눠줘 본인들의 의견을 다시 들어서 최종적인 안을 만드는 절차의 민주성을 높이려고 한다. 그래야 참여의 민주성도 높아지고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감도 해소되고 안 자체도 현실화될 수 있다. 절차의 과정을 중시하려 한다. 그 내용은 구체적인 제시는 함부로 안하고, 몇가지 원칙만 가지고 있다. 8월이 되면 1차 법시행에 따라 교장의 절반가량과 교감의 3분의 1이상이 교체가 이뤄진다. 교체될 때 첫번째 원칙이 자격관리를 엄격히 한다는 것이다. 연공서열의 관행에서 탈피해 연수과정에서도 교장들이 경영자의 관점을 갖도록 하고, 연공서열 대신 능력위주로 인사원칙을 둔다. 젊은 사람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를 열어주려 한다. 교육경력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문을 열어주고 공사립간의 교류도 확대하고 이런것을 통해 정체된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원칙을 가지고 교체에 임하려 한다. 그래야 지역교육청과 학교 사이의 관계가 지시기관과 피지시기관의 관계에서 개선돼 교육청이 지원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인사정책에서 자격관리를 엄격히 하고, 정체분위기를 깨는 능력위주의 승진을 강화하고, 교장의 학교에 대한 경영 마인드와 공사립간의 인적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오귀환=그런 점들은 상당히 진보적이고 발전적인 흐름이다. 공사립간의 원활한 인적 교류라든가 젊은 교사들이 교장이 된다든가 하는 것은 진보적인 방향이다.

이해찬 장관=젊은 교사가 무조건 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25년이 돼야 비로소 교장자격을 취득하는 기본연한이 되는데 그것을 낮추면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 교장이 될 수 있다. 자격관리도 연공서열식 빈자리 메꾸기가 아니라, 현재로 봐서 교감 가운데 교장 승진이 대개 인사고과라든가 요식적인데, 교장으로서 학교운영계획을 얼마나 잘 제시하는가를 고려할 것이다. 연수과정에서도 부적격자가 발견되면 제외하겠다.

오귀환=발전된 흐름인데, 기존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남아 있는 관리자들이 학교에 남았지만 시기상으로 정년이 바짝 당겨져 교육행정면에서 불안정성이 생길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99년 1학기 교단의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복안이 있는가?

이해찬 장관=큰 문제는 아니다. 1만개 학교 가운데 절반이 교체되고 나머지는 2~3년에 걸쳐 교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승진하는 사람들이 그런 체제로 진입하면 오히려 활력을 가져올 것이다. 난데없이 경험없는 사람들이 교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격 관리된 사람이 올라오는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한쪽에서 나갈 때 그만큼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분들도 계속 연수를 시켜나간다. 며칠전 교원대서 열린 고교 3학년을 맡을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서 오히려 그렇게 가는 것이 교직사회를 올바로 세우는 것이고 교직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주는 분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꼈다.

오귀환=너무 낙관적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개혁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이해찬 장관=그렇게 하지 않고 또 연공서열식으로 가면, 물리적으로 끊어내는 것인데 그것은 발전이 아니다. 그전에 교원연수를 가보면 진지하게 듣지 않았는데 이번에 해보니까 90분 동안 거의 진지하다. 교원대 교수들 얘기를 들어봐도 이번처럼 진지하게 연수에 임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교사사회가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겠다는 각성들을 많이 한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입시제도에 묶여 있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난 얘기는 현실성이 없었지만 현재의 고2,고3을 제외한 나머지는 입시문제에서 자유로와졌고 이제는 교육의 본질에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변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다. 교과연구활동 1천팀의 보고서를 요즘 마감하고 있는데, 제출된 100건을 살펴보니 예상보다 훨씬 우수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교사를 너무나 타성에 젖게 한 느낌이 드는데 한학기에 불과 한팀당 500만원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아주 진지한 성과가 나온 것 같다. 교원대에서도 연구물을 보면서 좋은 것은 자기네 도서관에 비치 해야겠다고 말한다. 교육과정에 대한 교과연구도 훨씬 분위기가 잡혀갈 수 있을 것 같다.

오귀환=올해 고교입학생부터 대학입시 무시험전형의 대상이 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교육비전 2002’이다. 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담임선택제나 수행평가가 현재의 과밀학급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 이상론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재정이라든가 기타분야에서 교육행정이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의견이 많은데, `교육개혁 2002’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나?

이해찬 장관=교육비전 2002에 나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두 다 실현하려면 이상론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이템만을 제시한 것이다. 그 가운데 자기학교에 맞는 것을 골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것만을 골라 실천해야 한다. 일종의 가이드북인 셈이다. 각 학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의 일람표인 셈이다. 한 학교당 3~4가지는 학교 능력에 따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과밀학급 여건 때문에 못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학생수 100명이하의 학교가 2900여개로 전국 1만여개 학교의 3분의 1가량이나 된다.과밀학급은 대도시에 국한된 현상이다. 과밀학급은 전체학교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3분의 2가량의 학교는 `교육비전 2002’를 실현할 교육여건이 안되는 것이 아니다. 의지가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다. 3분의 1은 교육여건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도시는 교육여건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통폐합 학교는 그대로 두고 새로 충원할 교원을 과밀학급이 많은 곳에 집중 투입하겠다. 복수담임도 허용할 것이다. 올해 교육재정을 9천억원 가량 차입하고 재정절감 효과를 올려 교사 1만명을 새로 충원하게 된다. 이들을 과밀학급이 많은 곳에 우선 배정하면 될 것이다.

수행평가에 대한 우려도 많지만, 교과전담제 교사를 더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순회교사를 배치하면 문제해결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중등교사를 전담교과 교사로 교육학 연수를 시켜 초등으로 전환배치하겠다. 그동안 과거정권에서 교육문제를 다루면서 입시와 교원정책에 손을 대지 않는 바람에 교육모순의 해결이 어려웠다. 정년조정으로 1만3천여명의 교원 충원이 가능해지고, 보충수업의 폐지 등을 통해 향후 3년간 열심히 하면 기틀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오귀환=교육문제의 해결은 교육재정의 확보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학교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과밀학급’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데?

이해찬 장관=그렇지 않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반쪽의 진리다. 과밀학급이 아닌 20명이하의 학교라고 해서 반드시 교육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40명이 넘어도 열린 교육을 잘 하는 곳도 있다. 반면에 20명이 안 돼도 교육을 내팽기친 곳도 있 는 것 아닌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하기 위한 냉철한 진단 이 필요하지만 학생수가 많다고 해서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너무 학생수가 적어도 적절한 교육을 하기 어렵다. 적정규모의 학생이 유지돼야 교육도 이뤄지는 것이다. 교육재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획예산위원회와 중기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정이 충분한가에 앞서 소규모 학교라든가 재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따질 필요가 있다. 이런식으로 최고 7천억~1조원의 예산절감이 가능하다. 그만큼 예산절감 효과가 있 는 것이다. 이를 재투자하면 교육의 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다.

오귀환=교육예산 절감,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정책방향이 교육의 논리보다 경제논리가 앞선다는 느낌인데…

이해찬 장관=그렇지 않다. 한 사람이 세 과목씩 가르쳐서야 교육이 되지를 않는다. 웬만큼 학교단위가 되어야 교육이 이뤄진다. 통합을 해야 교육효과가 나온다는 것이지 경제여건 때문에 학교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지만, 예산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다. 절감된 예산을 더 좋은 교육을 위한, 다시말해 교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데 사용하는 것뿐이다. 이번에 교장·교감을 빼고도 평교사 6천명이 나간다. 대부분 수업시간이 주당 10시간 이하인 사람들이다. 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과거의 교원정책을 그대로 시행하는 것은 오히려 비교육적이다. 교원의 자리가 너무 성역시돼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렸다.

오귀환=학부모들의 관심은 사교육비에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의 무시험 전형으로의 개선이 이뤄졌는데, 사교육비 절감효과는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이해찬 장관=아이엠에프로 경제여건이 어려워진 것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작년 12월 소비자보호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5%가량이 줄었다. 이는 아이엠에프의 영향으로 가계소득이 줄었기 때문이다. 입시제도의 변화로 사교육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한 25%는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연간 20~30%씩 줄여나 가겠다. 지난해 촌지는 90% 가까이 줄었다. 물론 촌지를 주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나온 수치다. 하지만 교원들이 스스로 자정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교사쪽에서) 품위유지를 위해 돌려주었다는 수치가 2.5배 가량 늘었다. 올해는 촌지를 주지 않도록 부모에 대한 교육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오귀환=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학교발전기금’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행방안은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회계관리 책임 등 운용면에서 헛점이 엿보인다. 손질할 의사는 없는가?

이해찬 장관=이미 제도적으로 열려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완만하게 천천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부모들이 스스로 느껴서 해야 한다. 재정이 어렵다고 부모의 의지를 강제할 수는 없다.

신중히 천천히 해야 한다. 또 모금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토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모금된 곳이 거의 없다. 그만큼 어렵다.

오귀환=올해 대학개혁이 강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데, 고등교육의 구체적인 방향은?

이해찬 장관=고등인력 양성과 교수연구업적 평가의 강화라는 두축으로 진행될 것이다. 우선 2002년부터 교수들의 업적을 근거로 신규교수의 계약제 임용이 추진된다. 교수업적은 주로 논문인데 논문이 실릴 만한 학술지가 부족하다. 학술진흥재단을 통해 국제적인 학술지를 여러개 만들어 이곳에 실린 논문들은 교수업적을 높이 평가해 객관화시킬 것이다.

연구중심대를 키우는 첫단추도 끼운다. 연구중심대로 가는 교육 형태로 여건이 달라진다. 국립대도 올해부터 외국인 임용이 가능해진다. 국제간의 교류가 가능해져야 한다. 얼마전 서울대총장님을 만났는데, 올해부터 서울대 이공계 대학은 전원 영어로 강의를 바꾼다는 말을 들었다. 교수들의 강의평가제도 강화한다. 재임용과 재계약의 근거가 되도록 하겠다. 학사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 우리는 `대학원 준칙’이 없다. `대학원 준칙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원의 질을 높이겠다. 대학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설대학원을 검토하겠다.

오귀환=대학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잃어 유학을 간다.이로 인한 외화유출도 엄청나다. 방안이 있는가?

이해찬 장관=우리 대학원 수준으로는 외국으로 유학을 갈 수밖에 없다. 전문연구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학원 과정만 개설해 놓은 것이다. 올해부터 새로 대학원을 만든다는 개념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학위취득 기관에 불과하다. 거듭 말하지만 `대학원 준칙주의’가 검토되어야 한다. 또 박사과정이후 연구인력이 없다. 학술연구지원을 위해 박사후 과정에서도 연구체계를 갖추겠다. 또 대학마다 강세를 보이는 분야를 전문화시켜 특성화시켜야 한다. 특성화시킬 여건은 충분하다. 예를 들어 산업디자인은 어느 대학이 강세를 보이고 하는 식이다.

오귀환=고등인력 양성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이해찬 장관=지금 우리는 대학재정이 교육비보다 밑돈다. 그러다보니 부실교육이 될 수 밖에 없다. 교육비보다 밑도니까 고등인력이 양성되지 않는다. 국립대 특별회계체계를 만들어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등록금도 교육비 수준은 돼야 한다. 산학의 연계도 강화돼야 한다. 미국 스탠포드대를 가보니까 산학연계라기보다 산학일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들의 별명이 `소사장’이다. 주식도 배분받고 실적도 평가받는다. 국립대를 특성화시켜 예산을 집중 배정받도록 하겠다.

오귀환=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현장을 바꾸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학운위의 사립학교 설치를 둘러싸고 그 성격논쟁이 있었는데?

이해찬 장관=자문기구냐 심의기구냐 하는 논의는 실익이 없는 논의다. 선거인단으로서 의결기능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운영과 관련해서는 심의기구다. 대학전형 때 학교장 추천도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재단운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반면 학운위는 부모와 교사, 관리자, 지역인사가 만나는 유일한 창구다. 따라서 사립학교에도 적용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선거인단과 관련해 사립학교도 중요한 몫을 할 것이다. 함께 운영하는 틀이 필요하다. 학운위 의무화 법안이 계류중인데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오귀환=사회 전 분야의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자체의 구조조정은 미약하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해찬 장관=교육부 직원은 400여명 밖에 안되니 이런 지적은 각 시·도교육청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교육청의 구조조정은 이미 끝났다. 행정직은 10%가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양적인 규모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광역과 군단위 기초가 있어 이를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축소할 것인지는 정책판단이 먼저 서야 한다. 그러나 교육자치로 행정단위가 군단위로 확대되는 역행이 일어나고 있다. 행정자치와 맞물려야 한다. 교육행정단위는 너무 작아 구조조정의 어려움이 있다. 지역교육청을 광역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광역시 규모 정도로 해야 효율성도 높이고 바람직하다. 논의절차를 거치겠다. 그리고 지역교육청은 교육지원센터로 전환을 검토하겠다. 지역교육청의 전문직은 가능한 대로 젊은 사람으로 충원하고 지역교육청을 학교현장을 지원하는 기구로 전환하겠다.

오귀환=어떤 개혁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교육예산의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안다. 안정적인 확보 방안은?

이해찬 장관=교육재정이 평균증가율보다 낮게 증가되는데 지금까지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기획예산위와 합의돼 다음주에 처리가 될 것이다. 재정만으로는 미흡하다. 앞으로 몇년 동안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고물가에 고임금이기 때문에 고도성장체제로 가면 물가가 더 높아지고 엣날같은 고도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재정의 의존도만 갖고는 어렵다. 금융이라든가 학교에 대한 연구비 투자라든가 더 유치해야지 국가의 재정으로는 어렵다. 국가의 경제가 그렇게 갈 수가 없어 실현성이 어렵다. 고등연구쪽은 산학연계를 통해 투자유치를 늘리고 산학연계를 통해나 오는 성과에 대한 학교의 재투자를 강화하는 식으로 간다. 장학금도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대여하는 형태로 재생산을 전제로 해야 한다. 지금은 그냥 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나중에 소득이 생겨도 상환할 수 있는데도 안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정이나 금융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장학금을 주더라도 나중에 분할상환하는 식으로 고등교육은 예산을 조달할 생각이다. 지방교육은 효율성을 높이든가 지역에서의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시설은 금융을 활용할 생각이다. 이제는 고금리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을 활용해 시급한 교육시설 투자를 하고 재정이 나아지면 그때 상환해 나가도록 하겠다. 장기투자할 금융이 지금 여러개 있다. 6~7%면 쓸 수 있는 자금이 조만간 많이 생길 것이다. 이자부담율이 높은 게 아니므로 선투자해 나중에 경제여건이 좋아지면 갚는 쪽으로 적극적으로 유치하려고 한다. 공채를 발행할 에정이다.

오귀환=일반시민은 교육개혁의 방향에 대해 동감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연 장관의 정책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우려를 많이 한다.

이해찬 장관=그런 우려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개혁안은 지난 `5·31교육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다. 실행안에 역점을 둔다. 대체로 전정부 말기에 만든 안을 실행하고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보다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 5개년 계획안의 초안을 그렸다. 그린페이퍼 형태로 공론에 부치겠다. 의견을 수렴해 올 상반기중 확정하려 한다. 현정부하에서 계속 집행된다. 5개년 중기계획안에 맞춰 개혁안을 확정하면 이 정부가 집행하기 때문에 2003년까지 실행한다. 그렇게 해놓으면 올해부터 5년 동안 이 정책 그대로 가게 된다. 교육정책은 보완하는 일은 있어도 근본적인 새로운 급변은 없다.

오귀환=그것을 어떻게 담보하는가? 후임이 와도 바뀐다고 할 수 있는가?

이해찬 장관=안을 곧 공론화시켜 올해 상반기중 확정되면 현 대통령하의 국무회의서 확정되고 국회에도 보고해 교육단체나 학계에 통보하게 된다. 장관이야 바뀔지 몰라도 대통령은 안 바뀌는 것이다. 이 대통령 하에서 채택된 안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면 고쳐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간다.

오귀환=과거엔 왜 그런 방식으로 되지 않았나?

이해찬 장관=5개년안이 과거엔 전혀 없었다. 중기계획이 없었다. 이번에 처음 만든 거다. 제대로 된 안이 없어 나도 처음엔 깜짝 놀랐다. 유일하게 `5·31개혁안’이 있었다. 그동안 역대정부들이 안정적인 교육정책에 소홀히 해왔다. 그래서 우리교육이 이렇게 된 거다.

오귀환=개혁과 혁명은 다르다. 개혁은 발효라고 생각하는데, 과감한 정책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을 끌어안기 위한 발효와 같은 운영의 묘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해찬 장관=작년엔 밑그림을 그렸다. 정년, 입시전환, 연구중심대학, 예산확보, 교원단체 다원화 등 밑그림이 일단 그려졌기 때문에 올해는 내실화로 가야 한다. 앞으로 3~4년 동안 착근시켜야 한다. 초기 틀을 짜는 데 기존 틀을 따를 수 없으니까 그것을 바꾸는 데 진통이 따른 것이다. 올해는 그것을 내실화시키는 쪽으로 가야 하니까 교육주체들이 자기 스스로의 일을 하도록 해줘야 한다. 교육부가 작년에는 틀을 짜준 것이고 이제는 교사라든가 학부모라든가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교과연구활동과 가르치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교직사회의 활력을 키워준다 . 학생들은 시험에 대응하는 노력 대신 자기 적성과 특기, 체력향상, 인성이라든가를 스스로 단련해 나가고, 부모들도 그동안의 잘 못된 관행을 고치도록 교육한다. 지역사회 시민모임이 활성화돼서 자발적으로 준비중인 50~60곳 시민모임들을 양성화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부모로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의 조성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오귀환=새살이 돋고 싹을 틔우려면 포근한 햇살이 필요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포근한 정책이 많이 나오는가?

이해찬 장관=포근하더라도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잘못된 관행을 덮어두고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열어서 개선을 하면서 새살이 나오도록 겪어야 한다. 영국도 10년이상 개혁을 해왔는데 올해 나온 그린페이퍼를 보니까 아직도 개혁적인 항목이 많다. 교원평가, 급여, 업적성취라든가 아직도 그렇게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것에 대한 교원들의 의견을 3월말까지 듣겠다고 한다. 개혁을 10년을 해와도 그렇다. 처음에 틀을 짜놓고 온화하게 가서 될 일이 아니다.

오귀환=영국모델에 주목하는 것 같은데 그런 신자유주의적인 가치관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일면 타당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함께 사는 공동체 의식등 바람직한 사회인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 새로운 가치관은 교육의 몫이지 않은가? 텔레비전을 보면 몇가지 부정적인 것이 나온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노동에 대한 비하, 노동하지 않으면서 스타가 되는, 자기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것들이 많다. 한쪽으로는 경쟁으로 가더라도 한쪽에선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길러주는 데 교육부가 신경을 써야 하지 않는가?

이해찬 장관=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유럽에서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것은 대개 2차대전이후 70년대 들어와 개혁적인 노동당 정권이 들어서기도 하고 그런 개혁정당들이 들어와 잘못된 정책들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서 신자유주의가 생겨난 거다.

그러나 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한번도 개혁적인 정책을 안해본 나라에서 처음 실시해보는 것이다. 80년대 말까지 우리는 권위주의에 가까운 나라였다. 개혁이 발붙일 틈이 없었다. 90년대 들어와 개혁적인 성향이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90년대 들어와 보수성향이 강화됐다. 80년대 말에 개혁성향이 머리를 들고 90년대 보수주의가 더 강화됐다, 그러다 90년대 중반에 더블유티오(WTO·세계무역기구)체계를 만난 것이다. 보수주의의 완고함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 거다. 다른 나라는 신자유주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갔는데 우리는 오히려 기득권 보호쪽으로 강화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원리가 관철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원리를 전제로 경쟁력 강화쪽으로 간 것인데, 우리는 보수가 강화되면서 시장원리가 오히려 약화된 것이다. 예컨대 금융이라든가 재벌이라든가 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가 아니라 정치권력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것을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사실은 전혀 다르다.

가령 교원노조 합법화라든가 교원정년을 단축시켜 쇄신을 시킨다 든가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든가 이런 것은 신자유주의와 다른 것이다. 각 부문에 경쟁의 논리를 도입한다, 시장의 원리를 도입한다 하는 것인데 이건 신자유주의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서 본다면 개혁의 원리다. 우리 사회 기득권의 권리를 완화시키는 것인데, 외형상으로 보면 경쟁의 원리처럼 보이니까, 안 겪어보던 것을 겪으니까 서양에서 느끼는 것처럼 느끼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교육분야에서 본다면 처음으로 50년만에 교단에서 개혁이 이뤄지는 것처럼, 옛날처럼 파퓰리즘이나 사민주의로 가는 개혁은 아니고 신자유주의라기보다 오히려 고전적 자유주의에 가까운 개혁이라고 본다.

오귀환=어쨌든 사회가 경쟁원리로 가면서 과거의 저생산이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의 가치관도 상당한 위기에 놓여 있다. 사회통합의 가치관이 흐려지는 등 부작용도 크다.

이해찬 장관=그건 맞다. 경쟁의 원리가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기회균등의 경쟁원리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그러면서 이기주의가 나타나고 갈등도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여건의 하나는 더블유티오체제를 만난 것이다. 냉전체제 때문에 경쟁의 원리가 없이도 성장이 보호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더블유티오체제이후 시장에 있어선 국가간 장벽이 무너졌기 때문에 경쟁을 무시하곤 현재의 여건도 유지하기 힘들다. 우리가 1만 달러에서 6천5백달러로 떨어졌다. 싱가포르나 대만 등이 2만달러로 넘어가면서 경쟁력을 갖춰간 반면 우리는 경쟁력을 높이지 못했기 때문에 만불시대의 의식으로는 안 된다. 만불시대의 관행은 온정주의였다. 한 분야에 과도하게 모여들었다. 금융 등 과도하게 모여들어 그 분야의 경쟁력을 가라앉혀 그게 실패한 것이다.

그 방향으로 다시 가면 또 실패한다. 다만 공동체 해체의 복구 등은,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갖도록 해주고 실업 등 경쟁에서 떨어진 분야는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나온 성과로 보전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유럽이 그런 것이다. 독일이 그렇다. 경쟁력이 강하기 때문에 그렇다. 경쟁력이 강한 쪽으로 온정주의가 가면 안 되고 경쟁력이 강한 쪽은 경쟁력을 북돋아주고 그 성과를 가지고 취약한 부분 즉 경제외적인 부분인 환경이라든가 장애라든가를 보장하면서 끌고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안전망, 연금제도 등으로 나타나는 쪽으로 방향을 가다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교육을 해주어야 한다. 사회통합적인 교육을 가치관으로 가르쳐야 한다. 경쟁도 가르쳐주면서 보장의 원리도 공동체의 원리에 통용되어야 한다. 노인, 장애인, 유아, 여성에 대한 사회적 보장과 환경에 대한 경제외적인 보장, 직업교육에서 기능교육과 첨단교육이 양극화되는 가운데 기능교육도 중요한 것이라는 가치관을 정립해 직업의식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오귀환=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교과과정은 변화가 대단히 늦은것 같다.

이해찬 장관=맞다.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5년단위로 하니까 8년전에 착수해야 한다. 집필단계가 2~3년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분야에 따라서 불변분야가 있고 수시로 변하는 과목이 있는데, 학교단위의 자율성과 시도단위의 자율성을 높여주고 단위의 성취도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식으로 다원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귀환=오랜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교육개혁을 잘 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게 해주기를 바란다.

이해찬 장관=<한겨레>가 지난해 특집을 통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좋은 사례도 많이 발굴하고 잘 한다. 나도 유심히 읽고 있다.앞으로 서울지역에 대한 관심에만 머물지 말고 전국적인 분야를 폭넓게 다루어주셨으면 좋겠다.

<정리/황석연 기자>

◐◐ 99년01월19일18시16분 -한 겨 레- 제공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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