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동향] / 투쟁동향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비대위,
본조합의 당선무효결정에 맞서 투쟁 전개
지난해 12월 14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한 전국철도노
동조합(이하 철노) 부산지방본부(위원장 전락찬, 이하 부지본)가 본조합의 부지
본 와해 기도에 맞서 해를 넘기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지본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정태갑 씨가 정년퇴직을 함에
따라 치러진 대의원대회에서 본조합의 낙점을 받은 후보를 누르고 민주진영의
후보가 복하려는 음모를 드러낸 것이다.
12월 23일경 본조합 국장급 몇 명이 불시에 부지본을 방문하여 각 지부 회의
록을 뒤지고 올라간 지 일주일만인 30일 오후 3시, 본조합은 중앙선거심의위원
회를 개최하여 위원장 당선무효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3월 각 지부 정기대의원
대회에서 뽑힌 지방본부 파견대의원 선출방식이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한 대구기
관차지부, 경주기관차지부, 부산보선지부의 경우 대의원 자격이 없는 자들이 부
지본 대의원대회에 참석하여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당선무효의 이유이다.
즉 이들 지부는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방식을 지키지 않고 거수표결하거나 지부
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등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본부 파견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직접 비밀 무기명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지부는 이들 3개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으며, 50년 철노의
역사 속에서 해마다 진행되어온 선거관행이었다. 그리고 본조합의 업무감사 및
각 지부 회의록 검토 당시에도 전혀 문제삼은 일이 없으며, 나아가 12월 14일
대의원대회조차 본조합에서 자격유무를 판단하고 승인한 대의원들이 모여 치러
진 것이기에 이번 사건은 누가 봐도 집행부 와해기도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
는 것이다. 본조합의 의도는 ‘위원장 당선무효, 문제시된 지부는 대의원대회를
승인하지 않고 지방본부 대의원대회를 먼저 치러 부지본을 정상화한다’는 중앙
선거심의위 결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민주진영의 대의원 다수를 무자격으로
만들어놓고 재선거하여 집행부를 찬탈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부지본은 중앙선거심의위 결정을 전면 거부하고 12월 30일부터 위원장
당선무효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12월 31일부터 이 사실
을 알고 분노한 조합원들이 매일 퇴근 후에 부지본 사무실 내 농성을 계속했으
며, 전국적으로 파문이 확산되었다.
투쟁이 예상 밖으로 강도 높게 확산되자 당황한 본조합은 1월 5일 급기야 서
울지방본부(위원장 권춘식)를 다리 놓아 전락찬 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먼저 지부대의원대회를 통해 문제시된 대의원들을 재선출한 후 부지본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본조합이 선거중립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사고수습대책
위 구성에 합의했으며, 본조합 의장단회의에서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부산에
내려온 사고수습대책위는 빠른 시일 내 부지본 정상화를 위한 노력보다는 계속
시간을 지연하며 비대위측의 투쟁동력을 와해시키려는 의도를 보여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불투명하다.
한편 부지본 비대위는 1월 18, 19일 양일간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주점을 많
은 조합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었고, 25일 11시에 부산지방본부에서
영남권 간부 60여 명이 모여 확대간부결의대회를 열어 대구기관차 문제지부의
재선 일정이 잡히는대로 선거관리체제로 들어가는 한편 전 조합원 리본패용, 대
자보와 현수막 부착 등을 전개하고, 2월 1일에는 전국 철도인 결의대회를 열기
로 하였다.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상경투쟁 등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철노 부지본의 이번 투쟁은 민주진영이 어용세력으로부터 집행부를 지키기 위
하여 조합원과 함께 하는–철노 50년 역사상 처음 있는–싸움이다. 지난해 12월
14일 선거때 본 조합의 낙하산 후보(재정국장 도홍섭, 대구기관차 출신)를 누르
고 5개 지부 연대회의 대표인 전락찬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후 ‘대의원 혁명’이
라 일컬어질 만큼 안팎의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3중 간접선거제도가 온존하는
철노의 현실상 본조합에 줄서기 하지 않고 ‘노조민주화’를 외치며 집행부를 장
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50년 통념을 일거에 무너뜨린 것이다.
덧붙이자면 5개 지부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지난해 4월 부지본 산하 4개
기관차지부(부산, 마산, 경주, 대구)와 부산객화차지부 등 상대적으로 민주적인
조합활동을 해온 5개 지부가 부지본 민주화를 목표로 내걸고 결성했던 연대기구
이다. 연대회의는 간부 및 조합원 수준의 일상적인 연대활동을 통해 내적인 단
결력을 높여왔으며, 외적으로는 소식지와 정책자료집 발행 등으로 꾸준히 타지
부 조합원들의 지지를 확대했다.
연대회의의 이러한 활동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인력감축 및 고용불
안에 직면한 조합원들의 관심을 노조민주화로 집중시킬 수 있었으며, 간선제의
벽을 넘을 수가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노조이면서 또 한국노총의 한 기둥을 받치고 있는 철도
노조.
노동관료들의 철옹성 같은 지배블럭을 뚫고 서서히 일어서는 조합원들.
공사화-민영화 일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철도노조는 과연 3만 조합원들의 일
자리를 지키고, 나아가 철도라는 국가기간산업의 분할을 통한 민간자본화를 막
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초가 바로 민주부지본
사수투쟁의 향배이다. 이 투쟁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 전국철노 민주화의 가능
성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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