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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어업협정은 한일합방에 이어 또다시 일본에 굴복하는 것이며

어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이 영 수

내일 모레면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날이다. 설레는 가슴으로 귀향 열차를 타

고 고향의 부모님과 조상님께 세배도 하고 차례도 지내는 날이다. 과연 우리의

조상에게 어떻게 고개를 들 것이며, 부모와 친지들에게 어떤 덕담을 나눠야 될

지, 설날을 맞이하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정말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렇게 가는 지 모르겠다.

IMF식 구조조정으로 인해 우리 노동자들이 실업자로, 노숙자로 길거리로 내몰

리고 있을 때, 우리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민들이 정부의 굴욕적인

한.일 어업협정에 의해 당장 조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생존권이 박탈되는 상

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5일 파행으로 치달아만 가던 한.일 어업협정이 실무협상으로 일괄 타결

되었다. 그러나 타결된 내용은 어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심각하여 어민들이

어업협정 백지화를 요구하며 해상시위 등 투쟁으로 떨쳐 일어나고 있다. 새 어

업협정의 타결로 어민들은 조업수역을 3분의 1 가량 잃게 됐다. 값비싼 한치어

장은 완전히 잃어버렸고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EEZ)에서 우리나라가 잡을 수

있는 오징어도 연간 2만7천t에 불과해 오징어잡이 어선 60%가 조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연간 7천∼8천t을 잡던 장어는 20% 수준인 1천5백t만으로 축소됐

으며, 배 한 척이 사용할 수 있는 통발수가 7천 개에서 2천5백 개로 줄어들어

최소한의 출어 경비조차 건지기 어렵게 됐다. 어획고 할당량의 이러한 축소로

연간 2천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신 한.일 어업협정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일방적인 불평등 조약이다.

2백 해리 배타적 경제전관수역(EEZ)을 선포할 경우, 일본은 동경 1백35도30분

이동(以東)의 거의 모든 바다를 확보하는 반면 한국은 35해리 이동의 전관수역

이 모두 중간수역으로 되어버리게 된다. 그 결과 국가이익을 포기하게 될 뿐 아

니라 한국어민은 대부분 5년 이내에 몰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어선의 일

본수역 내 조업실적은 연 평균 20만7천1백19t(1천4백억 원 상당)이었으나 올해

부터는 연간 14만9천8백t으로 6만t 가까이 줄어든다. 또 일본수역에 입어할 수

있는 어선 척수도 1천6백11척에서 1천5백62척으로 감소된다. 반면 일본어선의

한국 수역 내 입어 조건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일본의 어획량은 현재(약 10만

t)와 비슷한 9만4천t을 할당받았고, 입어 척수도 우리와 비슷한 1천5백75척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한국 수역 내에서의 일본의 어민들은 이전과 똑같이 조업을 할

수 있음에 비해 우리 어민들의 어획량은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종

별로 보면 고등어(6만t)나 오징어(2만1천t) 등은 ‘기존실적을 토대로 3년간 양

국이 줄어든다. 또 현재 연간 5만7천t 가량을 잡고 있는 명태도 1만5천t으로 급감한

뒤 2000년부터는 일본해역에서의 조업이 금지된다. 실무협상에서 쟁점이었던 대

게자망과 장어 통발조업 척수도 현행 3백37척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백62척만

입어하게 된다. 게다가 한 척에 7천 개에서 8천 개의 통발을 달고 나가야 채산

성이 맞는 통발 수도 2천5백 개로 대폭 줄었다.

그리고 입어 절차도 무척 까다로워졌다. 우리 어선들이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

(EEZ) 내에 입어하려면 어업인→시.도→해양수산부→주일 한국대사관→일본수산

청 등 5단계를 거쳐 최소한 36시간 전에 일본 수산청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조

업하는 데 보내는 시간보다 복잡한 보고절차에 시간을 다 보내야 할 판이다. 뿐

만 아니라 조업실적을 선적지 무선국에 보고해야 하며 조업개시 및 종료시의 위

도.경도를 기재해야 하는 데다 오징어 채낚기의 경우 점등과 소등 시간까지 기

록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어민들이 일본의 배타적 수역에서 조

업하기를 꺼려할 수밖에 없으며 조업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신 한.일 협정은 일본에게 독도까지 내주는 망국적인 처사이다.

그런데 신 한.일 어업협정은 어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

는다. 새로운 한.일 어업협정은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경술국치에 이어

또 한번의 국치이다. 우리의 영토인 독도를 명칭도, 위치표시도 없이 ‘중간수역

‘에 들어가게 함으로써 독도의 법적 지위가 훼손되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일본

이 독도 분쟁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갈 수 있게 함으로써 합법적으로

독도를 탈취하려는 일본의 장기전략 1단계에 말려들게 되었다.

이러한 불평등 어업협정에 대해 종교.교육.문화계 인사들은 한.일 어업협정

비준 반대 707인 성명을 발표하였고, 28개 보훈단체가 비준불가 결의를 촉구하

고 있으며, 독도연구 보존회가 신 한.일 어업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청

원을 하였다.

또 신용하 교수는 “외교통상부는 새 어업협정에서 독도를 한국영토로 명시하

지도, 독도라는 명칭을 붙이지도 못한 채 중간수역의 범위에 포함시켰다”면서 “

이는 한국과 일본이 이 섬을 영토 분쟁지로 묵인했다는 국제사회의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중간수역은 잠정수역이며 공해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 외교통상부의 설명이지만 일본측은 이를 ‘한.일 공동관리수역’으

로 해석하고 있어 독도가 영토 분쟁지로 해석 당할 소지는 충분하다”, “외교통

상부는 독도 12해리 영역의 경우 중간수역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독도를 우리 땅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12해리 영역

은 일본해역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비준반

대 청원서를 내고 재협상을 건의하였다.

이상면 서울대 교수도 “이번 협상과정에서 한국정부는 일찌감치 독도를 쓸모

없는 무인도로 단정하고 12마일밖에 영해를 갖지 못하는 섬으로 폄하하는 소극

적 정책을 폈다”면서 “이는 유화정책의 산물이며 일종의 굴욕외교”라고 비판하

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어민들의 반발만이 아니라 수많은 종교, 문화, 교육 단체들과

양심적인 인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러한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가? 이렇게 독도를 너무도 쉽게 포기하고 어민들의 생존권을

일거에 팔아 넘기는 어업협정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으로부터 50억 달러

스와프 협정과 30억 달러 차관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신

한.일 어업협정은 IMF 위기를 핑계로 국가이익을 팔아 넘긴 것이다.

지금 어민들이 당하고 있는 한.일 간의 어업협정의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국익

을 저버린 처사는 외자유치의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IMF

식 구조조정에 의해 은행.핵심기업.공기업 할 것 없이 모조리 팔아 넘겨지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로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

지로 나라를 팔아 넘기는 망국적인 처사이다.

어민들의 한.일 어업협정 무효화 투쟁에 적극적인 지지와 연대를 하자!

어민들은 특히 “정부의 지나친 양보로 고기잡이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업

종별 어업협회.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책위 등을 구성하여, 정부를 상대로 새

어업협정 무효화 헌법소원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내며 이후의 투쟁

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 13개 수산업종 어민들로 구성된 전국어민총연합은 “이번 협상은

우리 어민들의 주장이 완전히 무시된 채 타결됐다”며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헌

법소원과 해상시위.항만봉쇄 등 어업협정 백지화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또

한 부산에서는 오징어잡이 어민들이 한일협정 무효화를 외치며 집회 투쟁을 하

고 해상 시위를 전개하였다.

우리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에 의해 실업자 400만 명의 시대에서 500만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일궈낸 피와 땀이 배어 있는 산업현장이 외국자

본 손으로 하나하나 넘어 가고 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독도까지 내주고 어

민들도 다 죽으라는 말인가?

김대중 정부는 한.일 어업협정은 결코 영토 협정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굴욕적

이고 망국적인 협정을 합리화하고, 어민들의 불만과 투쟁을 쥐꼬리만한 보상금

으로나 무마하려 한다면 분명 우리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어민들과 더불어

하나가 되어 이러한 망국적인 처사에 맞서 민중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면적인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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