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정부, 대노동 유화책과 동시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불법파업 엄단 발표
다가오는 3,4월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폭발적 양상으로 터져나올
것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24일 열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노사정위원회
탈퇴가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 여당은 민주노총의 이러한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고자 바쁘게 여러 대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노사정 1기
합의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던 실업자 노조가입 문
제 등을 부랴부랴 선심책인 양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
해서는 노동자들에게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먼저 정부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김대중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김원기 노
사정위원장과 이기호 노동부장관으로부터 민주노총의 움직임에 대한 보고를 받
고 노사정위가 정상화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달중 민주노총을 합법
화하고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국무회
의에서 의결할 방침이며 구속노동자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
였다.
김원기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늦어도 3∼4월중
노사정위원회 특별법을 제정해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새로 만
들 노사정위원회법에는 노사정위가 노-사-정 세 주체간의 상설 정책협의 기능을
다해 노사정위 합의사항이 충실히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
은 이와 함께 “정부가 앞으로 구조조정을 할 때 노사정위원회에서 성실한 사전
협의를 거칠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노사정위 위상강화를 위한 정
치적 조치로 노사정위원장의 대통령 보고를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문제와 관련, “작년 노사정위에서 합
의로 입법을 추진해 오는 10월 시행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처벌조항
을 폐지하는 쪽으로 법을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실업대책으로는 현재 1주일에 44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한시적으로 단
축, 추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검토한다고 한다. 국민회
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사정위원회에서 법정 근로
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노사정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당에서 법적 뒷받침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호 노동부장관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총이 요건을 갖춰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면 즉각 설립필증을 교부할 방침”이라며 “실직자의 초
기업단위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관련법 개정안도 빠르면 내주 중 국무회의에 상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앞서 발표한 내용이 언론의 표현대로 정부의 ‘노동자 달
래기’용으로 노동자 저항에 대한 무마책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를 뒷받
침해주듯 노동부 김원배 노정국장은 “민주노총이 끝내 노사정위를 탈퇴하면 구
속노동자들을 사면 복권할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법 테두리를 벗어나 장외투쟁
에 돌입할 경우에는 단호히 응징한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라고 강경한 어조로 말
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너무나 단호하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 등 우리 경제는 다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
서 노동계가 장외투쟁을 선택할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
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힌편 자본측에서는 정부가 ‘노조 껴안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와 정
치권에 대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대한상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
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장은 12일 조선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최근 이 임시방편적으로 봉합되고 있다”면서 “노사문제에 정치권이나 정부가 개입해
미봉책이나 노조 달래기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노동계 요구에
대해서는 “이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파괴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밖에 고용보험의 전 사업장 확대, 국민연금의 기업부담 50% 증액, 직장의료
보험과 지역의료보험 통합에 따른 의료보험료 추가 부담 등 최근의 여러 가지
입법으로 기업의 추가 부담액이 3조원이나 늘어났다며 입법과정에서 좀더 적극
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5단체장은 이달 중 또 한차례 회동을 갖
는 등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노사현안을 비롯한 경제 전
반의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5단체장 회의에 이어 열린 경총회의에서는 노동계의 산업별단체교섭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서도 업종별 단체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기로 원칙적으
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노사문제에 대한 기본원칙 없이 노동계 달래기식으
로 계속 갈 경우 재계는 끝없이 양보만 해야 한다는 데 대해 불만이 크다”고 말
했다. 자본측은 최근 정부의 대노동 유화책과 구조조정 협상 중재에서 나타나는
태도에 대해 ‘이중적 자세’니, 경영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노동
계 달래기’식이라는 비난 섞인 표현을 써가며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다.
이렇게 정부가 경제단체장들의 반발과 반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대노동 유화책을 펼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는 구조조정으로 정
부통계만으로도 실업자가 200만을 넘어서게 되어 노동자들의 저항이 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유화책만을 펴고 있는 것이 아니
다. 본질은 오히려 IMF식 구조조정의 강행과 불법 파업에 대한 엄단조치인 것이
다.
이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어떠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개의치 않고 김
대중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위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수용한
다는 전제하에 몇가지 당근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은 이 당근마저도 주
지말자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반대하는 투쟁에
대해서는 정부, 자본 공히 강경탄압할 조정을 둘러싼 총자본(정부와 자본)과 총노동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이 예고
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