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정부, 노동자 민중의 저항 사전 봉쇄하고자 ‘공안대책협의회’ 구성
지난 2월 24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원회 탈퇴와 3,4월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결의하자마자 정부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이 ‘공안대책협의
회’ 구성을 발표했다. 대검 공안부는 25일 “공안관련 사안 발생시 교육부 노동
부 산업자원부 국정원 금감위 경찰 기무사 등 유관 기관이 실무단계에서부터 정
책조율과 대응방안을 협의할 수 있도록 ‘공안대책협의회’를 3월 초 공식기구로
발족, 상설 운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검 공안부는 이를 위해 현재 임의기
구 형식으로 운영돼 오던 ‘공안사범합동수사본부’를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해 강
제성과 독자예산을 확보할 수있는 근거를 마련한 뒤 명칭도 공안대책협의회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 동안 공안사범합동수사본부는 공안사건 발생시 관련 기관
끼리 비공식적으로 실무 대책 등을 논의해 왔으나 임의기구인 탓에 강제성을 갖
지 못했지만, 앞으로 공안대책협의회는 대통령 자문기구 성격을 띠게 될 전망이
다.
검찰은 또 대북문제 집단민원에 대한 대응방안 등도 공안대책협의회에서 논의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거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안기부)이 음성적으
로 해오던 부처간 조율 기능을 사실상 검찰이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
오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국무조정실 노사정위원회 통일관계장관회의 등 다른
기구의 성격과 중복되는 기구를 검찰이 만들어 ‘검찰공화국’을 만들려는 것 아
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기관, 공기업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가 현실화
할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 등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
고 공안사범합동수사본부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기좋은 말로 ‘효과적 대처’이지 사실은 ‘마구 두
들겨잡겠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조차도 “공안대책협의회의 발족을 계기로 새정부 출범후 1년 간 각종 공
안사건에 대해 유연한 대응을 기조로 해온 이른바 ‘신공안정책’이 퇴조하고 전
반적인 공안정책이 과거와 같은 강경 대응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하
고 있다. 지난 1년 간 신자유주의의 공세 앞에 얼떨결에 고통받아 왔던 노동자
민중들의 저항이 거세게 터져나올 것을 감지한 그들은 공안탄압으로 누르겠다는
것이다. 이를 과시하듯 검찰은 25일 국가정보원, 노동부, 경찰등 관계기관 합동
으로 긴급공안사범합수본부 실무자회의를 열고 시한부 파업을 결정한 기아 자동
차 노조 간부 1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또 23일 이미
총파업에 돌입한 직장의료보험조합 노조와 3월말 파업돌입을 예고한 한국통신,
서울지하철 노조 등에 대해서도 불법행위가 적발되는 대로 지도부 검거 등에 나
서기로 했다. 또 고발장이 접수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삼성자동차 기흥연구소 노
조원 8명도 검거할 방침이다.
정부 재벌 초국적 자본, 노사정위원회 탈퇴에 대한 일제 공세나서
이러한 흐름은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5일 김대중
대통령은 “기업에서 필요없는 인력이 있을 경우 해고를 허용하는 것이 기업 구
조조정”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구조조정을 하면
실업자가 발생하는 모순이 있으나 이를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날 청와대에서 3부 요인과 국민회의, 자민련 양당 주요 당직자 등 190여 명을
초청해 취임 1주년 축하 만찬을 하며 이렇게 밝힌 뒤 “노동자도 이런 현실을 잘
이해하고 협조해 줘야 한다”고 말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또 노사정 탈퇴에 대한 정부와 재벌, 초국적 자본의 입장을 살펴보면, 정부는
노동계의 노사정위 참여를 설득하기 위한 협의를 계속하되 불법 투쟁은 엄단키
로 입장을 정리했다. 또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노사정위를 대체하는 새로운
협의틀’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기호 노동부장관은 “노동계가 노사정위 탈퇴에 이어 현장에서 정당한 절차
를 거치지 않고 실력행사로 나가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대화를 통
해 노동계의 현안을 숙의하면서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설
득하겠다”고 말했다.
재벌측은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 결정은 국가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전
국민의 여망과 기대를 저버리는 처사”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노동계의 파
업투쟁이 우리 경제 신인도 저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
시했다. 경영자총협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민주노총의 결정은 투쟁과 갈등의
구시대 노동운동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시대착오적 행위”라며 “민주노총은 노
사정위에 참여, 대화와 협력을 통해 노사현안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경
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배 경총
상무는 “정부도 더이상 노동계의 요구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하는 등 노사관계에서 중립을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 언론들도 일제히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에 대해 예의주시하
면서 노동자 투쟁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5일 민주노총의
이번 조치가 “한국의 경제회복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 중대한 걸림돌로 부상했다
“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상 최악의 실업률로 인해 노동계와 정부간의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
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날 “민주노총의 탈퇴가 외국
인 투자자들의 한국 진출을 가로막는 중대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하
면서 “민주노총이 오는 3월부터 임금협상과 고용안정을 놓고 총파업투쟁을 계획
하고 있고, 노조가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일 경우 외국 투자자들이 철수를 심
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협박성 분석을 했다. 신문은 또한 노무라
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은 지금 개혁의 절정에 들어섰으나 노조가
국민적 공감대를 저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뉴스도 민주노총의 노사정
위원회 탈퇴가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져있는 한국의 회생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경제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한 중인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25일 “노조가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자세를 고수해 구조조
정이 지지부진할 경우 한국의 위기탈출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탈퇴와 금속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기점으로 총
자본은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
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공안대책협의회 구성은 총자본이 대응태세를
정비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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