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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인권대통령’ 1년, 족쇄 채워진 인권
김 찬 수
지난 1월 말 경남 함양에서 구속피의자에게 족쇄를 채워 물의를 일으킨 경찰
이 서울에서도 10대 오토바이 절도범에게 족쇄를 채워 연행한 사실이 2월 2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출석한 김광식 경찰청장에 의해 확인되었다. 김광식 경찰
청장은 행정자치위 소속 이해봉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미성년
피의자들을 연행하면서 족쇄를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사실”이라고 실
토함으로써 족쇄사용이 경찰의 기존에 부인하였던 것과는 달리 전국에서 광범위
하게 사용되고 있음이 폭로되었다.
경찰의 족쇄 사용 문제는 지난 해 11월 오토바이 접촉사고 후 피의자와 말다
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됐다 풀려
난 장모 씨가 “함양경찰서에서 자신을 검찰로 호송할 때 발목에 족쇄까지 채워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진정서를 청와대 및 관계기관에 제출하면서 사회적 문제
가 되기 시작했다. 장씨는 진정서에서 “함양경찰서가 구속피의자를 창원지검 거
창지청으로 호송하면서 수갑과 포승줄로 묶은 뒤 발목에 족쇄까지 채웠으며 가
족들과 면회 때도 족쇄를 채워 심한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족쇄사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피해사례가 곳곳에서 터져나오
기 시작했다. 경찰은 이 때마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거나 일부 경찰의 ‘과잉행
동’으로 치부하면서 사건을 은폐해 왔었기 때문에 경찰청장의 국회답변은 더욱
충격를 주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그가 과거 독재정권시절에
인권탄압의 직접적 피해당사자였으므로 인권문제는 획기적 진전을 보일 것이라
고 생각하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에서 ‘국민의 정
부’ ‘인권 대통령’ 아래 이 나라의 인권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일본제국
주의가 일제시대에 독립투사들을 고문하면서 사용했던 족쇄 채우기 등으로 역사
를 거꾸로 돌리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에게는 극단적으
로 이윤을 보장하고 노동에 대한 착취의 무제한적 강화를 기본으로 하는 영·미
식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하는 김대중 정부 하에서 문제는 과거 정권과 비교할 때 진전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내용과 방식이 더욱
악화되어가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하루소식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출범 첫 해
인 98년 1월부터 8월 사이 총기 사용횟수가 279회에 달하고, 이로 인해 사망자
는 3명, 부상자는 25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총기 사용횟수가 1996년 294회,
1997년 295회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1.5배나 증가해 더욱 남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도청과 감청에 의한 인권침해도 과거정권에 비하여 오히려 악화되
었다. 지난 1월에는 한총련 수배자의 여자친구 집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었고,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에서는 몇 년에 걸친 감청을 통해 사생활과 인권을 극
단적으로 침해하였으며 경찰과 검찰은 그것을 증거로 이들을 구속, 중형을 선고
받게 하였다. 전기통신감청 건수는 수치상으로는 97년 6천2건이었던 것이 98년
에는 6천6백38건으로 10.6%나 늘어나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인권하루소식, 조
광희 변호사, 김대중정부 1년을 돌아본다에서 자료 인용) 그 밖에 군사정권에서
존재했던 사회단체 및 그 구성원에 대한 소위 ‘인물존안 자료’를 수집 있는 것이 밝혀져 인권단체들의 거센 항의와 정보의 공개를 요구받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족쇄사건’에서 공권력은 올바르게 사용되어야 하며 이를 함부
로 남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하게 마련
되아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하거나 침해한 자들에게는 지위고
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행 경찰 직무 집행
법에는 “경찰관은 현행범인 경우와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의 체포 및 도주방지 봉 등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족쇄사용 규정은 어디에
도 없다. 그러나 경찰은 일선 경찰서부터 불법으로 예산을 지출해(국민의 혈세
로) 족쇄를 구입해 사용해 왔으며,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빚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검찰청을 비롯해 일부 지방경찰청도 족쇄를 구입해 사
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나라당 ‘족쇄사건 진상조사단’ 단장인 이해봉 의원
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이 지난 9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50개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조사결과 검찰에서도 경찰에서 이송된 피의자들에게 족쇄를
채운 채 조사를 했으며, 대검에서도 족쇄를 20개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대검은 족쇄를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했는지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경찰이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족쇄는 전량 미국과 영국에서 수입
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에게 규정에도 없는 족쇄를
채워 심한 수치심을 주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피
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족쇄 사용을 즉시 금지시켜야 한다.
족쇄사용으로 인권침해 사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데도 지난 2월 21일
민중대회가 열린 서울역에서는 ‘새날을 여는 실업자연맹’ 소속 김현수 씨가 오
후 3시경 서울역 대합실에서 서울시경 소속 7,8명의 경찰관에게 수갑에 묶인 채
연행되어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고 아무런 혐의가 없자 풀려난 사건이 있었다.
이날은 또 공교롭게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가 있는 날이었는데, 에
바다 재단의 비리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이는 작년 국민과의 대화
에서 대통령이 약속한 사안이라고 함) 초청을 받고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하러
갔던 뇌성마비 중증장애인 최창현 씨와 자원봉사자 이경자 씨가 출입을 통제하
는 경찰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입원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성남에서는 실
업극복국민운동본부의 지원으로 실직자 자녀를 위한 공부방과 무료급식 활동을
벌여 온 푸른학교를 지난 2월 강제철거하는 일이 있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시청을 찾아간 시민들에게 경찰은 전투경찰을 투입하여 무자비하게 폭행해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권과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사태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
고 있다. 인권대통령을 표방하며 국가인권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 하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검찰·경찰이 규정에도 없는 족쇄 채우기를 자
행하고, 백주대낮에 테러를 방불케하는 기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으며 ‘국민과
대화’를 하겠다는 자리에 참석한 소외되고 짓밟히는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국정지표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민주주의는 시장과 자본을 위한 민주주의이며, 노동자와 근로
민중을 착취하고 수탈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 민주주의인 것이다. 이러한
IMF식, 영·미식 신자유주의 인권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양심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또한 준법서약서라는 이름으로 양심의 자유가 계속 침해될
것이다. 또 저항하는 민중에게는 총기사용도 서슴지 않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라
는 것은 지나친 기우가 아닐 것이다. 며칠 전 국제 엠네스티의 인권보고서는 미
국의 여자교도소에서 성적인 폭력과 임산부에게 족쇄를 채우는 등 신각한 인권
유린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영국의 대처식으로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겠다고 결의(?)
를 밝힌 바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평소 주창하던 것처럼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로서 미국 여자교도소의 인권침해마저 수입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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