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경총, 상반기 노동자투쟁에 대해
정부와 별도의 독자적 대응체계 마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상반기 노동자투쟁에 대한 독자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경총은 5일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주요 기업 인사 노무담당 임원회의를 갖
고, ▲업종별 단체 임원 ▲교수,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 ▲경총 임
직원 등으로 현장지원단 3개 팀을 구성, 빠르면 이날부터 민간기업 16개 사, 공
기업 4개 사 등 총 20여 개 사업장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현장지원단 구성이 자칫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현장지원단은 노사분규에 민주노총, 정치권 등 외부세력이 개입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
가 노동계의 노사정위 복귀를 위해 경영계를 배제한 채 노 정 간에 밀약을 할
경우 이를 단호히 거부하기로 하고, 정부와 별도의 독자적인 대응을 위해 현장
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경총은 이와 함께 노동계의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거듭 임금지급 처벌 조항 삭제 요구는 무노동-무임금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는 LG 김영기 상무, SK
김대기 전무, 롯데 김종호 전무 등 30대 그룹 인사 노무담당 임원 22명이 참석
했다.
경총의 이러한 입장 표명과 현장지원단 구성은 개별 사업장의 노사문제에 대
해 총자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경총이 총자본 차원에서 직접적으로 개입하겠
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앞으로 개별기업의 노사문제에 대해 총자본 차원에
서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시이다. 현장지원단은 고용조정 구조조정 임단협 단체
교섭 위임 산별교섭 등 기업이 당면한 현안에 대한 지원과 협력적 노사관계 구
축을 위한 인사 노무관리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경총은 밝혔다. 이를 위해
임단협이 집중될 4∼6월 중에는 경제단체협의회 사무국 안에 상황대책반을 설치
하고 일일보고 체계를 마련해 각 사업장별 정보 공유와 대책협의를 할 계획이라
고 밝혔다. 이번 임원회의는 지난달 25일 회장단회의를 개최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열린 것으로 상반기 노동자투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측이 신속하게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경총은 지난 달 25일에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구조조정 완료 기업은 작
년 수준에서 임금을 동결하고, 구조조정 진행기업은 해고회피 노력과 연계해 기
업의 사정에 따라 적정비율을 삭감토록 권고하는 99년도 임금가이드라인을 채택
한 바 있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올해 임금가이드라인은 실업문제를 감안해
고용조정을 최소화하고 신규 인력수요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임금가이드라인 설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경총은 상당수 기업들이 지난 해까지 고용조정을 완료했으나 아직
까지도 41% 정도의 기업이 인력과잉인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이러한 가이드라
인 설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경총의 임금 삭감 및 동결 방침, 현장지원단 구성 등의 움직임은 구조조정에
따라 올 상반기에 대량실업이 예상되고 노동자투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자본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양보를 노동
측에 하지 못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
로는 정부가 자본에게 양보를 종용할 경우 그에 대응하기 위해 총자본 차원에서
독자적인 대응태세를 갖추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경총의 이러한 대
응은 올 상반기에 주요 사업장의 개별 임단투를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결로 몰고
갈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대립구도 속에서 정치적으로 노동자들의
눈치를 일정정도 볼 수밖에 없는 정부와 이를 압박하려는 자본 사이에 어느 정
도의 갈등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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