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미국 대북 정책조정관,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정면으로 비판

미국의 대북 정책 조정관인 윌리엄 페리가 대북 정책 조정을 위하여 8일 방한

할 예정이다. 또 3월 말 또는 4월로 예상되는 페리 보고서가 나올 시점이 다가

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의 실체가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또 미국 내

대북 강경파를 대변하는 공화당에서도 별도의 대북 정책 보고서를 내는 등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페리,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 비판

윌리엄 페리 대북 정책조정관은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중인 대북 포용정책은

현 단계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리 조정관은 애쉬튼 카터

전 국방부 부차관보와 함께 집필, 곧 출간될 예정인 ‘예방적 방위'(Preventive

Defense)란 책자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6대

요소 중의 하나로 꼽았다. 페리 조정관은 이 책에서 “우리는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보좌관들 그리고 많은 의원들과, 북한의 지속적인 대량파괴무기 개발은

김대통령의 포용정책이 기능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아 가버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북한의 대륙간 탄도탄 개발은 김대통령의 조언을 받아들

여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가 된다”고 김대중 대

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의 대량살육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

한 일 양국의 핵무기 불(不)보유 결정을 재고토록 만들며 ▲전 세계적인 대량파

괴무기 억제 노력을 무너뜨리는 등 3가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페리

조정관은 이와 관련 “만약 현 시점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지난 94년 6월과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

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존 틸럴리 주한미군 사령관으로부터 한반도 전

쟁 시나리오인 ‘5027 작전계획’이 주기적으로 수정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

서 “이 계획은 한미 양국의 전력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화,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에 대한 대응공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하원 공화당 지도부(벤저민 길먼 국제관계위원장, 롯해리처드 아미

원내 총무, 헨리 하이드 법사위원장, 크리스토퍼 콕스 정책위원장, 조놀레버그

세출위원)는 지난 5일 6개 항의 대북 정책 권고 안을 담은 공개서한을 윌리엄

페리 대북 정책조정관에게 보냈다고 자유아시아(RFA)방송이 7일 보도했다. 이들

은 공개서한에서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 동

결 확보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심각한 의문에 빠졌다”고 비판하면서 페리 보고서에 다음의 사항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였다.

권고안의 내용은 ▲북한의 핵 관련 시설들에 대한 정기적인 특별사찰 ▲대포

동 미사일의 개발과 수출 저지 ▲한국어가 가능한 대북 지원실태 감시요원 북한

파견 ▲북한의 불법적인 마약거래 금지 ▲92년 남한과 북한이 맺은 한반도 비핵

화선언 준수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동북아시아 방위기구에 대한 지원

증대 등이다.

또한 지난 달 28일에는 폴 월포위츠 전 국방차관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

차관보 등 미국의 전직 외교-안보분야 관리 등이 이른바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둔 북한 문제의 포괄적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윌리엄 페리 대북 정책조정

관을 중심으로 쟁적인 대북 정책 제안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이들은 2단계 대북 정책을 제

안했다.

첫 단계는 대북 억제력에 기초한 포괄적 협상이다. 다음 단계는 외교적 해결

노력이 실패로 끝났을 경우 대북 억제-봉쇄 정책 및 필요한 경우 (핵시설 등에

대한) 사전 선제공격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1단계 골자

는 ▲복수의 핵의혹 시설에 대한 계속적인 투명성 확보 ▲북한이 보유했을지 모

르는 핵물질 플루토늄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 즉각 이행 ▲미-북 원

자력 협력협정 추진 ▲미사일 수출-개발 금지 ▲재래식 무기 감축 등 북한에 대

한 요구를 담고 있다.

1단계에서 북한이 이에 순응할 경우 한-미-일 등은 ▲식량원조 지속 및 세계

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을 통한 ‘한반도 재건 기금’ 확보 ▲한국 정부와 기업

들이 현재 추진중인 대북 협력사업의 협상 포함 등이다. 외교적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 미사일의 해외 수출

용 선박 해상나포, 북한 핵시설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입각한 사전 공격 가

능성 대비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방안의 현실화를 위해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 정례화를 통해 군 대비태세 강화와 한-미-일 공동 대응을 낳을

수 있는 북한의 행동에 대한 분명한 경고, 주한미군 및 한-미 방위태세 강화 등

을 제안했다.

이같은 정책 대안 보고서 작성에는 전직 국방부 관리들로 아미티지와 월포위

츠, 마이클 맥데비트 예비역 장군 등 11명이 참여하였고 미 국방부 및 의회쪽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 보고서는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접근을 실

패로 규정하는 주요 인사들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일련의 움직임은 2단계 전략으로 알려진 페리 조

정관의 대북 정책이 사실상 1단계인 포용정책이 아니라 2단계인 대북 군사적 압

박정책에 중점이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페리 조정관은 이

미 북한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1단계로는 광범위한

포괄적 협상을 진행하고 2단계로는 북한을 무시하는 2단계 전략을 보고서에서

제시할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주간정세동향 2월 8일자 참조)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불가피함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고 미국 내 의회의 강경파나 국방부도 이러한

방향에서 공조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일본의 선제공격론

일본의 노로타 호세이 방위청 장관이 3일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 일

본을 공격하려는 외국에 대한 선제공격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이라도 자위권을 발동해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법리상 가능하다”고

발언하였다. 방위청장관의 이같은 입장은 상대국의 무력공격이 시작되는 시점부

터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기존의 일본 정부 견해를 180도 바꾼 것이다. 지

난 2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선 한 정부각료가 “현행 헌법상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까지 나왔다. 일본은 4월로 예정된 일본 국회에서 가이드라인

에 따른 자위대의 군사활동 확대를 위해 주변사태 법안(가칭), 자위대법 개정

안, 미 일 물자용역상호제공 법안 등 관련법안 마련을 준비중이다. 방위청장관

의 발언은 이러한 법안을 준비하는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다.

그런데 주변사태 법안이 통과되면 군사력을 사용할 주변사태의 범위가 한반도

까지 확대되게 된다. 또 이때 일본을 공격할 것으로 상정되는 외국은 바로 북한

을 지칭하고 있다. 결국 이것은 일본이 북한의 공격가능성을 포착했다고 주장하

며 북한에 선제공격을 가하는 상황을 상정해서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전체가 군사적 긴장상황에 쉽게 빠질 수 있게 됨이 우려되

고 있다. 북.일 간에 군사적 상황이 발생하면 미 일 안보조약에 따라 미국도 자

동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또 북.미간에 군사적 상황이 발생해도 일본은 미 일

안보조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어느 경우이든 한국은 주한미군과

한 미방위 조약에 따라 한국도 군사적 상황에 개입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짐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장기불황에 따른 위기 탈출구의 한 방안으로서 군국주의화를 노

골화하는 방향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또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4월에 일본

국회에서 소위 ‘미 일 방위협력지침’의 통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대북 포용정책 시련

한편, 윌리엄 페리 미 대북 정책조정관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정부는 전전긍긍

하는 분위기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7일 “외교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

과 책에 담긴 내용이 곧 페리 보고서 내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페리

는 이번 방한에서 이같은 입장을 설명하고 포용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이 처음 알려진

5일 밤 외교 관계자들은 약속까지 취소하면서 진의 파악과 대책 마련에 동분서

주했다. 6일과 7일에도 저서 내용을 분석하면서 협의 대책마련에 부심했다고 한

다. 그 동안 한 미 간에 ▲포괄적 해결에 실패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

핵-미사일 등 현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해 양국은 견해 차가 컸는데, 페

리가 저서에서 바로 이 부분을 문제삼고 나온 것이다.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북한이 핵미사일의 개발과 수출을 모두 포

기한 뒤에야 관계개선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생각인데, 한국은 핵과 미사일도

포괄적 해결 방안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현안 해결 없이 북한

을 봐줄 수 없다’는 미국과 ‘현안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한국이 부딪쳐 왔던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문제 해결은 포용 정책 말

고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면서 “대안 없는 강경책은 북한의 반발을 사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페리 조정관에게 강조할 생각”이라고 말

했다.

이처럼 한반도는 지금 미국과 일본에 의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공히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

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는 클린턴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며 1단계 대북포용정

책이 실패했을 때 북한의 핵과 강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일본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한반도 전체를 자위대

의 군사행동 영역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을 페리에

게 설명하고 조정한다는 정도 이상의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군사

적 주권이 없는 남한의 현실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은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

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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