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실업자들의 투쟁을 임시방편으로 막으려는
정부의 긴급 실업대책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월 중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의 실업률은 1월의
8.5% 보다 0.2%포인트 상승했으며 1년 전인 작년 같은 달의 5.9%에 비해서는
2.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월 중 실업
률은 8.7%, 실업자는 178만5천 명으로 66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조사기간
이 설 연휴 직전이어서 구직활동이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9%대를 넘어서고 실업자는 200만 명을 상회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예상 만큼 실업률이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다”면서 “이는
대학과 고교 졸업예정자들이 이미 작년 11월부터 노동시장에 진출한 데다 실업
률 조사기간이 설 연휴 직전이어서 구직활동이 줄어들었고 공공근로사업 참가자
가 5만4천 명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실업급증에 따른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실업자 수를 현재 180만 명에서 하반기엔 150만 명, 내년
엔 130만 명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같은 날 이기호 노동부장관은 프
랑스 르피가로지와의 회견에서 “한국 국민들은 정부가 고용문제해결에 나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는 국민을 실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99년 3/4분기
까지 40∼50만 명을, 2002년 말까지 200만의 새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며 성공할
경우 실업률은 5%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와 여당은 20일 긴급하게 국회에서 실업대책 당정회의를 열어 올해 실업
대책 재원을 16조 원 규모로 늘리기로 하고, 22일 대통령 주재 경제대책조정회
의에서 이를 확정한 뒤 다음달 초 국회 예결위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이미 편성된 7조7천억 원외에 2조5천억 원의 추가경정예산, 공기
업 채권발행분 2조4천억 원 및 국민주택기금과 지방자치단체 자체예산 3조4천억
원 등 8조3천억 원을 실업대책 예산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당정은 추가예산를 활용,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지원을 대폭 강화해 연내에 3
만 개 기업의 창업을 유도하고 주택 10만호를 추가건설, 총 5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등 일자리 창출에 실업대책의 중점을 두기로 했다. 또 당정은 실업
률이 높은 부산과 인천 등 대도시 지역에 공공근로예산과 직업훈련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등 대도시 실업대책을 중점 강구하는 한편 2/4분기 공공근로사업 규모
도 당초 31만 명선에서 50만 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와 함께 졸업생 신규 미취업자를 위해 대졸인턴사원 2만 명의 채용
지원을 추가로 실시하고, 고졸자 1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고졸 인턴제도도 새로
시행하기로 했다. 당정은 아울러 장기실업자에 대한 기본적인 생계보장을 위해
기존의 생활 보호대상자 116만 명 외에 57만 명을 한시생활보호자로 추가 지정
하고, 근로 복지공단의 채권발행을 통해 5천억 원 규모의 실업자 생활안정대부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밖에 당정은 관계부처와 감사원이 합동으로 실업대
책 추진상황과 예산집행 실적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도모
하는 한편 기능훈련 위주였던 직업훈련의 방향도 재취업을 위한 지식습득 훈련
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의 실업통계가 갖는 문제점이 계속 제기되면서 실업자수가 정부발
표를 훨씬 웃돌고 있는 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천8백77만 명으로 6개월 전인 작년 8월보다 1백8만 명이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실업자수는 20만 명만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88만
명의 실업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통계치 자체가 부정확할 뿐 아니라 실업자통계에 실망실업자와 무급가
족봉사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실업률은 실제보다 훨씬 낮게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여성개발원의 김태홍 박사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6개월
사이에 구직활동을 했고 취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실업자에 포함시켜 계산해
보니 작년 12월의 실업자 수는 250만 1천 명(실업률 11.4%)에 이르렀다.(통계청
발표는 실업자 수 166만 5천 명, 실업률 7.9%) 또 지난 2월 26일 한나라당의 한
국회의원은 1월의 실질실업률은 17.4%인 3백68만4천 명이라고 주장했다.(통계청
은 1월 실업률이 8.5%로 1백76만2천 명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 대량실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는 실업문제를 일자리를 창출해서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3
만개의 벤처기업 육성 등을 통해 3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등 총 50만개의 일
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것은 새롭게 제시한 대책이 아니다. 그러나 벤쳐기
업 육성의 경우 실제로 벤쳐기업 1개 회사당 평균 고용자수는 5.2명으로 30만개
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6만개의 벤처기업이 생겨야 한다. 그런데 벤처기업의 생
존률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정책은 현실성이 없음이 누차 지적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에는 대졸 정도의 고급인력만이 대부분 고용될 수 있을 것
이다. 실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생산직 등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거
의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정부의 이번 긴급실업대책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상태
의 실업자에게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하여 생계보조를 하겠다는 것과 고
졸 대졸 실업자에 대하여 2만 명을 인턴사원제로 고용창출하겠다는 것 정도이
다. 이것은 98년의 대량실업으로 인해 실업자들이 그간 실업수당을 받는 기간도
끝나가고 퇴직금 등 생계비가 바닥날 시점이라는 점 때문에 고려된 것으로 분석
되고 있다. 또 고졸 대졸 실업자들의 인턴사원 채용 문제 또한 상반기에 터져나
올 노동자들의 총력투쟁에 이들이 결합할 가능성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
다. 결국 정부의 긴급실업대책은 생활기금이 바닥난 실업자들, 그리고 대졸, 고
졸 실업자들의 저항이 분출되는 것을 사전에 막아보기 위한 임시방편용 대응으
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업의 급증을 우려한 정부의 이러한 실업대책도 자본측이 올해 정리
해고를 강행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그나마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
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일 경총회관에서 ’99년 임금 단체교
섭 전략세미나’를 열고 노동자의 고용안정협약을 체결치 말라는 내용을 하는 ’99년 단체협약 체결지침’을 확정했다. 이들은 또 경영상 해고에 관한 내
용은 가급적 단체협약에 규정하지 않기로 하고 경영상 해고에 관한 규정이 단체
협약에 있을 때는 해고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기로 하였다. 경총은 올해에도
무자비한 정리해고를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정리해고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기본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한 올해 실업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초국적 자본에 의한 기업의 인수.합병이 확대되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
화할 것이다. 결국 정부는 대량실업에 따른 모순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땜
방식 정책만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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