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초국적 자본이 빠른 속도로

한국경제를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IMF 신탁통치가 실시된지 1년이 지나면서 초국적 자본에 의한 경제식민지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초국적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합병 및 지

분의 급속한 확대와 전경련 가입 추진, 주한 미상공회의소의 노골적인 내정간섭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급속한 한국경제 잠식

지난해 외국인 투자는 양적으로 797건에 88억 5천만 달러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투자 내용상 큰 변화가 일어났다. 총 투자액 중 기업 인

수·합병 방식에 의한 투자가 12억 4천만 달러로 14%를 차지해 97년의 10%에 비

해 매우 높아졌다. 그리고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57억4천만 달러로 64.8%를 차

지해 97년의 33.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국내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기회를 이용해 초국적 자본들이 국내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음

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초국적 금융자본은 국내 증시에서 이미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외

국인들의 국내 상장기업 주식 보유 규모는 28조 9천억 원(3월 12일 현재)으로

97년 말에 비해 180%나 늘었다. 전체 상장기업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5%로 1년 전보다 4%나 높아졌다. 개별 상장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지분도 크

게 높아져 메디슨, 삼성전자, 에스케이텔레콤 등 외국인 지분이 높은 상위 40개

사의 지분율은 평균 36%로, 지난해 12월 초의 22%에 비해 대폭 뛰었다.

지분이 50% 이상 되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 제조업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

중은 지난해 상반기 현재 7.9%로 1년 전보다 1%가 높아졌고, 부가가치 비중도

6.3%에서 7.3%로 높아졌다. 상장사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기업은

11개다. 외국인에게 인수됐거나 합작상태인 곳을 제외하고 외국인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주택은행으로 17일 현재 59.54%에 달한다. 메디슨이 57.51%로

그 다음이고 삼성화재가 52.24%, 삼성전자 51.06% 등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33%

를 넘는 상장 기업이 31개 사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 기업환경이 외국계 기업에 유리하게 많이 바뀌

었고, 외자유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제조업 매출 및 부가가치 비중이

올해 말에는 9%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재벌들도 “미국식

자본주의 방식의 이식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외자

유치, 현지인의 선진 경영기법 도입 등 좋은 측면을 살려야 한다”고 하여 초국

적 자본의 진출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이러한 초국적 자본의 급속한 진출은 정부가 지난해 5월 IMF의 요구에 따라

당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합의한 것보다 2년 앞서 주식시장을 전면

개방했고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도 100% 허용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었

다. 주식투자가 완전 개방됨에 따라 초국적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M&

A)이 우호적·적대적 구분없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살펴보자.

지난 2월 22일에는 제일은행에 이어 서울은행이 홍콩 상하이은행(HSBC)에 매

각하기로 결정되었다. 생명보험사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

당부분이 해외매각될 예정으로 있다. 또한 정부는 조흥증권과 조흥투신운용, 조

흥상호신용금고 등 7개의 자회사 중 매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외국 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방침하에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경주관광공사가 운영해 오던 경

주보문단지내 보문골프장이 다음주 브루나이 공화국의 민간 기업에 팔릴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에서도 초국적 자본의 인수·합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전자는 LG반도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경기도 이천공장

의 열병합발전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지난 9일 “다음달 말까지

열병합발전소를 팔기로 하고, 세계적인 에너지전문기업인 미국의 E.S사 등과 매

각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또한 반도체조립 전문 자회사인

칩팩사를 미국의 베인 캐피털사와 시티코프 벤처캐피털사가 주도하는 투자그룹

에 5억5천만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LG화학은 18일 연간 10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카본블랙사업을 독일데구

사에 1억7,000만 달러를 받고 매각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금호석유화학은

20일 미국 콜럼비안 인터내셔널 케미컬(CICC)사와 카본블랙 사업부문을 9,100만

달러에 매각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진건설은 23일 벨기에의 트

랙테벨 사에 도시가스 사업부문의 지분 75%를 1억2천만 달러에 매각하는 내용의

투자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정부지분의 해외매각을 통한 공기업 민영화 작업도 해외금융시장 여건이 개선

되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15일 기획예산위원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연내 정부지분을 매각키

로 한 한전과 포철이 다음달 중 미국현지에서 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위한 투

자설명회를 갖기로 하는 등 민영화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 보유 한국전력 주식(58.2%) 가운데 5%(10억 달러 상당)가 다음달 말까지

해외에서 매각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달 말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정부

보유 한전지분의 매각계획 검토가 완결됨에 따라 이를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매각하기 위한 절차`일정을 확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 절차가 차질없이 진행

되면 다음달 25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매각을 완료해 다음달 말까지 매각

대금이 국고에 입금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올 하반기에 화력발전소를 6개 지

역별로 묶어서 분할하여 해외매각하겠다고 13일 발표했다.

산업자원부는 포항제철의 산업은행 지분을 오는 6월부터 매각, 올 연말까지로

예정했던 포철 민영화를 가능하면 10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산업

은행의 포철지분이 주식 시가 기준으로 1조 5천억 원 안팎에 이르는 점을 감안,

국내에서 모두 소화가 안될 때는 주식예탁증서(DR) 등을 발행, 일부 해외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주간사인 모건 스탠리가 DR 가격을 저평가해 해외매각이 차질을 빚고 있

는 한국통신은 일단 국내 증시에 직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DR 재평가

등을 통해 빠른 시일내에 정부지분을 해외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

다.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자체 구조

조정이나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의 내재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작업이 전

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한전과 포철의 정부지분 해외매각이 순조롭게 진행

될 경우 내년 예산에 반영된 세외수입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만큼 한국통신

지분 해외매각은 내년으로 이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초국적 자본의 전경련 가입 추진

이처럼 초국적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합병이 가속화되고 공기업 지분이 확

대되고 있는 가운데 초국적 자본의 전경련 가입이 추진되고 있다. 초국적 자본

이 총자본의 일원으로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이 지난 1월 외국기업을 회원사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으

로 18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한국쓰리엠 등 2개 주한 외국기업이 전경련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지난해 볼보가 삼성중공업 건설기계부

문을 인수, 설립한 회사이며 한국쓰리엠은 세계적인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3M의

한국법인이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관계자는 “전경련이 지난 1월 외국기업에 대

한 문호개방을 선언한 이후 전경련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명실

상부한 한국기업으로서 한국 경제단체에 참여해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경

련 변대환 부장은 “이들 회사가 가입의사를 갖고 있는 데다 회원 가입자격 요건

(연간 매출 500억 원 이상)을 충족시키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회원사로 받

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원사 중 외국기업은 지난 85년에 가입한 한국 IBM이 유일하다. 전경

련은 이들 외에도 한국바스프, 한국휴렛팩커드 등 가입 자격을 갖춘 대형 주한

외국기업의 가입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부르조아 언론들은 전경련

이 외국계 기업을 빼고는 한국경제를 이끄는 대기업 대표 단체를 자처할 수 없

을 정도로 외국계 기업의 비중이 커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

서 “그 동안 우리경제가 정부, 기업, 가계의 3대 경제주체에 의해 움직여졌다

면, 이제부터는 외국계 기업이 추가돼 4대 경제주체 시대가 되었다”고까지 의미

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로 초국적 자본은 주주총회 등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16일 포항에서 열린 포항제철 주주총회장에는 모건스탠리, 옥슬리인

터내셔널 등 10개 외국인 투자기관이 보낸 대리인들이 맨 앞 자리를 차지했다.

포철은 주총 하루 전에 이들에게 정관변경안에 대해 별도 설명회를 하는 등 각

별한 신경을 써야 했다. 전체 지분의 41%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의 신

경을 거슬러서는 원만한 주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일 열린 에스케이텔레

콤 주총에도 타이거 펀드와 코리아 펀드 등이 행사장에 직접 참석하였다. 외국

인 지분이 51.06%에 이르는 삼성전자 주총에도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직접 참

석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의 노골적인 내정간섭

초국적 자본 세력은 이러한 직접 진출에 따른 경제지배력을 바탕으로 초국적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우리 정부에 내정간섭해 들어오고

있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의 올해 연례보고서는 자동차 등 23개 분야에서 내정간

섭에 가까운 통상압력을 넣고 있다. 우선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 정부가 수입차

의 시장접근에 영향을 주는 조처를 취할 때는 어느 경우라도 미리 미국정부에

통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말이 통보지 우리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

에 사실상 미국정부의 재가를 받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지적재

산권의 경우 법원이 소유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해 주는 방항으로 법률을 해석

하고 위반자에게는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뿐만 아니

라 노동 고용 분야의 경우에 대해서도 법정 퇴직금 제도 등을 폐지하도록 요구

하는 등 부당한 내정간섭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또한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공시를 우

리말과 영어로 동시에 해 줄 것과 기업들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내규를 제정

해 공무원들을 교육할 것까지 요구했다. 이 밖에도 수입농산물을 판매업자들이

따로 진열하고 농협 판매장이 수입품을 팔지 않는 것도 차별적 관행이라고 주장

했다. 이 연례보고서는 미국 상무부에 제출돼 미국 행정부가 매년 의회에 보내

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의 한국부문에 대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주한 미상

의는 이러한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아직 초안단계로 한국정부가 보낸 수정안을

고려한 최종안을 4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초국적 자본세력은 지난 1년간의 IMF 신탁통치를 통해 확보한 신자유

주의적 제도개혁을 토대로 하여 급속한 속도로 한국경제를 먹어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소유`경영권의 장악에 의한 식민지적 지배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최

근 북`미간의 핵 및 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대북정책에 대해서 초국적 자본세력

이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당분간 용인해 주는 방향으로 정리하면서 그

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국경제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지배력 확대를 요구할 것으

로 예상되어 이러한 경제식민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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