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 북-미 협상 타결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온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 협상이 지난 3
월 16일 뉴욕에서 열린 4차 협상에서 최종 타결되었다. 이로써 작년 8월부터 금
창리 지하시설과 관련하여 ‘3월 위기설’ 등 높아지던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는
일단 숨을 돌리게 되었다.
협상 결과 북-미 양쪽이 합의한 내용은 <핵시설에 대한 의혹해소를 위해> 오
는 5월 미국 현장조사단(30명) 방문과 추가 복수방문을 허용하고, <정치·경제
관계 개선을 위한 조처>로 감자 증산 등 농업개발과 60만t 식량지원, 4월 29일
평양에서 4차 미사일회담 재개, 북한자산 동결 해제 등 부분적 경제제재 완화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으로 인해 북한은 상당한 양의 식량지원으로 급박한 식량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업개발 지원 약속을 받아내고 경제제재 완화의 길
이 열리는 등 경제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미 일이 끊
임없이 도발하고 있는 군사적 위협을 누그러뜨리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 역시 이번 협상타결로 커다랗게 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으로 보인
다. 집권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각종 실정으로 인
해 갈수록 구석으로 몰리고 있는 김대중 정권으로서는 그나마 대북 햇볕정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절박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
지면 수구세력이 득세하면서 그나마의 차별성과 운신의 폭도 없어지므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라도 어떻든 군사위기는 막아야 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는 미국에게 계속 포용정책을 강력히 요구하는 한편 각종 대북유화책을 내놓고
적십자사로 하여금 대북 비료지원을 위한 국민모금운동을 벌이게 하는 등 햇볕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대내외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들도 이번 협상 타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미사일 추가 발사는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
서도, 이번 협상타결을 계기로 대북 협상을 적극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
다. 방한한 오부치 총리는20일 가진 한일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지지한다”, “북한이 여러 문제에서 건설적 대화를 해온다면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대북 수교협상 중단 등 일본이 취한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으며 북한과의 관
계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장쩌민 주석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과 관련, 주권국가의 소관사항
을 간섭할 수 없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확실히 밝혀왔지만 계속되어 온 주변국들
의 압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또 그 동안 중국이 강력히 비판해 왔지반 북한의
핵 위협을 들며 동아시아 전역을 군사적 위협으로 몰아가며 미.일 등이 추진하
고 있는 전역(戰域) 미사일방위(TMD) 체제 구축에 반격을 가할 수 있게 되어 었
다.
이번에 협상이 타결된 것은 사실 북한보다는 미국측의 양보에 의한 것이었다.
물론 미국은 줄기차게요구해온 금창리 지하시설의 자유로운 사찰을 보장받음으
로써 명분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합의안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사찰의 대가
를 지불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거의 대부분 받아들인 것은 사찰의 대가는 없다며
강공으로 일관하던 초기의 태도와는 다름 것이었다.
이렇게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타협적으로 나온 것은 그 동안 공화
당이 다수인 의회의 주도로 대북 강경기조로 흘러가던 흐름에 변화가 있음을 보
여준다. 미국내에서 초국적 자본-클린턴 정부가 군산복합체-공화당의 목소리를
일정하게 누그러뜨리면서 포용정책을 밀고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말해 최
근 미국의 경제호활이 지속되는 것을 배경으로 해서 초국적 자본세력과 클린턴
정부가 다시 우위에 서면서 경제적인 지배 위주의 외교정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 합의가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원천적으로 포기
하겠다는 약속도 얻어내지 못한 채 “국제협약 이행의 대가를 요구하는 나쁜 선
례를 남기게 될 것이 우려된다”고 비판하고는 있지만 이번 타결을 거부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17일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가 밝히고 있듯이 금창리
북.미 핵협상의 타결을 계기로 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본격 나설 움직
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포용정책은 미국의 내부 경제상황과 정치세력 간의 경
쟁 속에서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다우존스 주가가 10,000
선을 오르내리는 등 미국경제가 지금은 표면상 잘나가고 있지만, 그것이 거품이
라는 점은 이미 많은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최근 주가상승과
그에 힘입은 소비 증대 등 미국경제의 활력은 주로 M&A 열풍에 기인하는 것일
뿐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무역수지 적자, 중남미 경제위기 등으로 점차 불황
으로 미끄러져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금창리 핵협상 타
결로 나타나는 미국의 포용정책은 확고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김대중 정부나 언론에서 이야기하듯이 금창리 타결을 통해 구조적으
로 정착되고 있다기보다는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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