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김대중 정부의 압박 속에
삼성· 대우 빅딜 1단계 합의
지난해 12월 7일 빅딜에 대한 원칙을 합의한 이후 1백 여일을 끌어오던 삼성-
대우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의 1단계인 대우의 삼성자동차 인수 협상이 3월
22일 양 그룹 회장간 담판을 통해 타결됐다. 그간 삼성자동차의 3조4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와 6천3백억 원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손실금 처리문제 등으로 진통
을 겪어왔다. 그 타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삼성차 공장을 오는 3월 31일
까지 완전 가동토록 하고 ▶4월 30일까지 삼성자동차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
며 ▶SM5는 2년간 연 5만대 생산하되 생산량을 줄일 경우 감축분만큼 대우자동
차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부품업체의 물량을 맞춰주기로 했다.
삼성자동차의 정확한 인수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 그룹은 미세조정
을 거친 뒤 주식가치 산정 기준 등과 함께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우
전자 처리는 여전히 양그룹 총수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측은 우선 삼성자동차 문제를 타결짓고 난 후 대우전자에 대해서는 추후 협상
을 계속하기로 했다.
따라서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조업이 내달 1일부터 재개되고, 대우는 빠르면
오는 5월부터 삼성자동차를 인수, 경영하게 된다. 최대 쟁점이었던 SM5 생산 및
판매와 관련해서는 대우가 향후 2년간, 연 5만대 생산을 목표로 공장을 가동하
되 적어도 연간 3만대 이상을 생산키로 했다. 삼성은 SM5를 연간 1만5천대 이상
책임지고 판매하며 이에 미달할 경우 삼성이 대우에 금전적으로 보상키로 했으
며 SM5 생산이 중단될 경우 판매의무를 지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또 SM5 생산
과 판매를 위해 장의 가동상태를 봐가며 3-6개월 사이에서 결정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을 위해서는 대우가 SM5를다른 차종으로 일부 또는 전부
대체할 경우 2년간 연간 5만대 이상에 해당하는 부품물량을 기존 부품업체에 발
주키로 했다. 대우가 투입할 대체차종은 경차 마티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
다. 양 그룹은 삼성-대우간 빅딜 2단계인 삼성의 대우전자 인수에 대해서는 향
후 실무접촉을 통해 협상 일정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지루하게 끌어오던 대우와 삼성의 빅딜이 전격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 삼성과 대우의 빅딜 합의를 전후하여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는 5대 재벌에 대하여 압박을 가해왔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16일 5대 재벌의 연내 부채비율 200%이내 감
축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하면서 “일각에서 5대 그룹이 고용조정을 완화
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연내 부채비율 200% 감축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나 제대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밝히면서 5대 재벌을 겨냥하여 압박을 가하였다.
특히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빅딜에 대해 강도높게 압박을 가하였
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2일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시간을 끌게되면 동반
적인 구조조정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 “5대 그룹이 아직도
취약성을 갖고 있고 6대 이하 30대 그룹 가운데 1∼2개 기업이 파산할 가능성이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구조조정을 한가하게 은행에 맡길 시간이 없어 정부
가 가이드라인을 제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벌그룹의 빅딜은 철저한 자구행위가 전제돼야 하며 단순히 투입된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빅딜이 이뤄져서도 안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5대 재벌의 빅딜이 지지부진하자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는 빅딜에
대해 압박을 가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압박은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삼성-대
우 빅딜 합의 이후 반도체에 대하여 다시 압박을 가하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26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인수하고 싶은 쪽(현대)에
서 정말 인수할 마음이 있다면 매각사(LG)와 협상이 될 수 있는 적정 가격을 제
시해야 할 것”이라고 현대의 결단을 촉구했다. 지지부진한 반도체 빅딜에 대하
여 정부 고위당국자가 반도체 빅딜과 관련 현대측의 적정 가격 제시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대 재벌의 빅딜에 대하여 김대중 정부가 또다시 고삐를 바짝 죄는 것은 왜일
까? 우선 초국적 자본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빠른 속도로 먹어
들어오고 있는 초국적 자본세력은 주한 미상공회의소의 노골적인 내정간섭과 함
께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주간정세동향 3월 22일자 참조) 또 김대중 정부의 입
장에서도 빅딜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과 함께 삼성자동차 문제로 인하여 부산지
역에서 반 정권의 민심이 수그러들지 않자 어떻게든 빨리 빅딜문제를 마무리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 빅딜 추진과정에서 해당 기업과 협력업체의
생산차질 손실이 6천억 원과 수출차질 손실이 2억6천만 달러에 달하는 등 정부
주도의 빅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정권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결국 기득
권을 유지하려는 재벌들에게 김대중 정권은 부채비율 200% 유지와 계좌추적권이
라는 무기로 다시금 압박을 가하였다. 이번 삼성과 대우의 빅딜합의는 이러한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의 압박에 밀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초국적 자
본의 한국경제의 식민지화 공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신호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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