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쟁점토론, 여론 66% “법 개정 찬성”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놓고 개정론자와 존치론자 간의 한판 격돌이 벌어

졌다. 그 결과는 개정론자의 ‘한판승’.

8일 밤 10시 방영된 KBS ‘길종섭의 쟁점토론’은 공중파 방송으로는 이례

적으로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놓고 찬반토론을 벌였다.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에 찬성하는 토론자로는 백승헌 변호사와 조국 교수(울산대 법

학과)가 참석했고, 국가보안법 존치론자(개정 자체에 반대)로는 이승환 변

호사와 도준호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참가했다.

먼저 백승헌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에 대한 기여보다 민주발전

을 저해하거나 비판세력을 억압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 △양심·

사상·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근거가 되어 왔다는 점 △공격

적·적대적 대북관을 형성함으로써 평화통일 노력에 장애가 되어왔고 남북

기본합의서의 정신에도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보안법 개정을 주

장했다.

반면, 도준호 논설위원은 “개정론자들의 의도는 궁극적으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데 있지 않느냐”며 △북한의 도발과 체제전복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이 반드시 필요하고 △국가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 안

보의 바탕이 필요하며 △북한과의 상호성 차원에서 우리부터 ‘무장해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승환 변호사도 “좌경이념세력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방비하는 최소한의 법적 제도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간의 격론이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지만, 양

측의 평행선은 이어졌다. 그러나 토론이 계속될수록 국가보안법 존치론자

들이 수세로 몰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승환 변호사는 “국민들이 충분

히 법을 숙지하지 못해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도준호 위원

은 “북한의 도발이 엄연한 데 이를 용납해야 되겠느냐”고 목청만 높였다.

국보법 존치론자들의 한결같은 논거는 ‘국가안보’였는데,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인권침해는 오히려 국가에 대한 불신을 가져왔

고 이는 국민들이 국가안보라는 용어에 회의를 갖게 함으로써 국가안보를

더 흔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백승헌 변호사는 “미래사회는 지식

과 정보가 힘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사상검열이 가능한 사회에서

는 지식과 정보를 만들어내는 창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과 함께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1천26명의 응답자 가운데

66%가 국가보안법의 개정에 찬성했고, 33%가 반대의 뜻을 밝혔다. 연령별

로는 30대의 75%가 국가보안법의 개정에 찬성했으며, 50대 이상 연령층에

서도 국가보안법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54%)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안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인권침해 개선을 위해서”(46%)라

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반대 이유로는 “국민 안보의식의 약화를 초래한

다”(55%)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1999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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