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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미국-초국적 자본의 경제식민지화 책동을 거부한다!
신 인 철
올해 들어 IMF가 달라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IMF는 지난 2월 우리 정부
와의 정례협의에서 경제성장 전망치를 -1%에서 2%로 상향조정했다. 그리고 경제
운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율폭을 확대해서 통화정책, 금리정책 등 거시경제
운용 대부분에 대한 재량권을 우리 정부에 돌려주기로 했다. 분기별로 열리던
정례협의도 반기별로 전환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다. IMF 한국사무소장인 도즈
워스는 최근에 “IMF는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한국정부가 스스로
추진하고 있다. 헐값에 팔아넘기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고 충고하는가 하면, 실
업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금리를 좀 더 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재작년 외환위기를 만들어 내고, 구제금융을 미끼로
해서 정리해고제 도입과 구조조정을 강요하던 IMF가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관
철하기 위해 초긴축.고금리를 강요함으로써 작년 경제성장률을 -5.9%까지 끌어
내린 IMF가 아닌가? 그로 인해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400만
에 이르는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 아닌가?
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이 단순히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만 있지 않으며,
한국경제를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흡수통합하려는, 그래서 한국을 경제 식민지
로 만들려는 IMF-미국-초국적 자본의 전략적 공격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사실
은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일각에서는 그러한 주장을 이른바
‘음모론’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래서 IMF 경제 신탁통치를 정면으로 거부하
면서 IMF-미국-초국적 자본에 맞서기보다는 기껏해야 IMF의 초긴축·고금리 정
책을 ‘비판’하면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투쟁에 머물러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시사주간지의 한 기자의 노력으로 미국정부, 월가의 초국적 금융자본,
IMF가 3자 복합체를 이루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각국의 경제를 파국으로 몰
고간 과정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취재되었고 작년 말 한권의 책으로 폭로되었
다. 이에 의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월가의 초민족적 금융자본들
은 97년 1월 경부터 한국과 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외환위기를 불러일
으켜서라도 이 지역의 자본시장을 완전히 개방시키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
했다고 한다. 즉 초국적 자본세력의 전략연구소인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
스텐 소장은 그 해 1월 다보스 포럼 초청연설에서 이미 국제금융의 불안정성을
들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이 97년 중에 금융위기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고 경고하는 등 초국적 자본세력들의 전략 구상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또 한국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가는 과정에서 미국-초국적 자본의 공작도 매우
구체적으로 폭로되었다. 97년 7월에는 미국 CIA 요원 50여 명이 극비리에 방한
해 한달 동안 한국경제의 실상과 문제점들을 샅샅이 조사하고 돌아갔다. 또한
외환위기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협조요청을 하기 직전인 97
년 10월 말경 클린턴 대통령과 루빈 재무장관은 각각 하시모토 총리와 미쓰즈카
대장상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에 협조융자를 제공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일본에 도움을 요청하던 시점인 97년 11월 7일에는 월가의
초국적 금융자본들이 일제히 일본 증시를 이탈하여 주가를 폭락시킴으로써 일본
금융기관들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그래서 일본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협조융
자를 제공하지 못하게 함은 물론이고 오히려 한국에 빌려준 단기자금의 회수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본 주가 폭락 사태는 초국적
자본세력이 우리나라 대선 직후 정리해고제 도입 등을 강요하며 자본철수를 통
해 국가부도 위기로 몰고가던 12월 22일에도 반복되었다.
요컨대 미국 정부와 월가의 초국적 금융자본, IMF는 치밀한 역할분담 속에서
정치적 압력과 자본철수, 신용등급 하락 등의 방법을 입체적으로 동원하여 경제 신탁통치를 내용으로 하는 IMF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했던 것
이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일체의 국민적 동의과정을 배제한 채 김영삼 정부는
물론 당시 대통령 후보들에게까지 각서를 받아내는 등의 주권 유린 과정이었다.
총만 들지 않았을 뿐 을사보호조약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주권 강탈행위요
경제침략행위였던 것이다.
협박자의 얼굴을 부드럽게 미소짓는 얼굴로 바꾼다고 해서 강도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경제 주권을 틀어쥔 상태에서 한국 정부에 재량권을 준다느니, 긴축
을 완화시킨다느니 하는 바 없다. 저들은 한편으로는 김대중 정부를 앞장세워서 자신들의 경제식민지화
기도를 비교적 순조롭게 관철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신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는 속에
서 우리 노동자.민중의 저항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통치전술을 다소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통치도 식민통치이듯이 완화된
신탁통치도 신탁통치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신탁통치의 현실을 은폐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교활한 것일 뿐이다.
또한 지나간 과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현실이다. IMF가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듯이 초국적 자본세력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식민지화 책동
을 늦추고 있는가? 결코 아니다. IMF 협약에 따른 경제의 전면적이고 완전한 개
방과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제도적 기반은 작년에 거의 완결되었다. 상품시
장의 개방은 말할 나위도 없고 외환.자본시장까지도 전면 개방되었다. 환율제도
는 사실상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로 바뀌었고 외환거래도 자유화되었다. 민간기
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은 철폐되었고, 공기업에 대해서도 경영권을 장
악할 수 있을 정도로 지분제한이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 지금 협상 중인 한·
미, 한·일 투자자유협정이 체결되면 미.일 초국적 자본은 그야말로 아무런 제
약 없이 한국 경제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하에서 초국적 자본은 작년 하반기 이후 빠른 속도로
한국 경제의 핵심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초국적 자본은
금융산업을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 해 12월 31일, 5조 원의 부
실채권을 정부가 떠안고 미국의 뉴브리지 금융컨소시엄에 8,000억 원에 헐값으
로 매각되었다. 이어 마찬가지 방식으로 서울은행도 영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인
HSBC에 매각되었다. 최근에는 미국 골드만 삭스사가 5억 달러를 투자하여 국민
은행의 최대주주로 부상하였다.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초국적
금융자본이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게 됨에 따라 나머지 국내 은행들 역시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국적 금융자본과의 제휴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거대한 자금줄의 하나인 생명보험의 경우 미국 굴지의 생명보험사인
메트로라이프가 한국 내 자본금을 삼성생명(국내 최대규모인) 수준으로 늘린 데
이어 국내 세번째 규모인 대한생명 인수 협상에 착수했다. 대한생명뿐 아니라
나머지 보험사들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초국적 금융자본에 넘어갈 것이 확실시된
다. 초국적 자본세력은 또한 국내 주식시장의 주식거래 56%를 점하면서 이미 주
식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외환.자본시장의 자유화와 함께 초국적 자본에 의한 금융산업의 장악은 경제
식민지화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이다. 경제의 혈맥인 돈줄이 초국적 자본에 의
해 수가 없다. 또한 초국적 자본은 은행을 장악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정보를 세밀
하게 파악하고 여신통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
면 IMF 신탁통치가 끝난다 하더라도 경제주권은 빈껍데기가 되어버리게 되는 것
이다.
금융산업뿐 아니라 제조업과 공기업쪽에도 초국적 자본의 진출이 빠르게 진행
되고 있다. 종묘(씨앗), 제지의 경우 업종 자체가 초국적 자본의 독과점적 지배
로 넘어갔다. 재벌기업 중에서도 삼성전자 주식의 51%가 외국인 소유이고, SK텔
레콤, 만도기계, 한라공조, LG금속 등의 최대주주가 외국자본이다. 김대중 정부
를 앞세워 연내 부채비율 200% 달성을 강력하게 압박해 나가는 것도 재벌그룹의
알짜기업들을 먹어주기 위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에 의하면 자산재평
가를 인정하지 않은 채 연내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려면 재벌그룹 자산의 절반
을 매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공기업인 포철도 외국인 지분이 38.1%에 달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소유한
21%를 올해 내로 매각하면 외국자본의 소유가 50%를 넘어서게 된다.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은 주식매각과 분할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3월에 7억
5,000만 달러를 해외매각하였으며 한국통신은 12억 달러의 주식을 해외매각할
예정이다. 알짜 중의 알짜인 담배인삼공사도 곧 매각할 예정이다.
한편 최근에 볼보건설코리아와 한국쓰리엠이 전경련에 가입을 신청한 데 이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단체자격으로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국내에 진출한
초국적 자본들이 총자본의 일원으로서 한국경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IMF의 부드러운 미소 뒤에서 초국적 자본에 의한 경제식민지화는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경제식민지화는 신자유주의 시대 신제국주의가 제3세계
를 재식민지화하는 주요한 수단이다.(브라질에 대한 재식민지화에 대해서는 주
간정세동향 3월 29일자 참조) 경제적 지배력을 가지고 전 지구적 자본주의에 흡
수통합하고, 그것을 통해 정치적 주권을 형해화시키며, 나아가 문화적 공략을
통해 사고방식, 생활양식까지 바꾸어 버림으로써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지배질서
를 구축하는 것이 신제국주의의 특징이다. 우리의 경우는 그동안 정치.군사적으
로는 예속되어 있었으나 경제적으로는 종속적 관계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
런데 이제 IMF-미국-초국적 자본은 경제적 식민지화를 통해 정치·경제·군사·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재식민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을
예방하기 위한 전술 차원에서 IMF가 한발 물러서는 척하면서 경기를 일정하게
부양시키고―이는 공황을 호황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공기업 매각 일정을 일부 조정하고 있는 데 불과하다.
현시기 경제식민지화는 필연적으로 M&A, 정리해고, 고용 및 임금의 유연화같
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수반한다. 그렇게 되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노동
자·민중의 생활상의 고통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플러스 성장 속에서도 노동
자·민중에게는 불황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IMF의 한국사무소장 도즈워스는 요즘 너무 바빠서 잠이 모자랄 정도라고 토로
했다. 한국을 ‘IMF 모범사례’으로 만들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바쁘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모범’인가? 한국이 경제적으로 다시 일어서고, 그래서 우리 노동
자·민중들이 인간답게 살게 되는 그런 모범을 만들기 위해 그토록 바쁘게 일을
한단 말인가? 그들이 바쁜 이유는 단 하나, 한국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회피하
면서 한국 경제를 먹어 들어가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미국과 초국적 자본이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창설을 통해 멕시코 경제를
완전 통합했다고 자축하고 있던 94년 1월 사파티스타는 봉기의 깃발을 들어 초
국적 자본세력에게 일격을 가하였다. 멕시코에서 그랬듯이 지금 IMF-미국-초국
적 자본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식민지화가 잘 되고 있다고 미소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IMF 축출’을 전면에 내걸고 IMF-미국-초국적 자본
의 3자 복합체에 의한 경제식민지화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투쟁의 깃발을 올릴
때이다.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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