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경총, 민주노총 총력투쟁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사정위 탈퇴 선언

4월 16일 경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주요기업 노무

담당 임원회의를 마친 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재계는 더 이상 노사정위에 잔

류할 이유와 명분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탈퇴할 것을 결의했다”고 말했

다. 또 그는 “정부가 뛰쳐나간 노동계를 노사정위로 불러들이기 위해 원칙을 도

외시한 채 노정만의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특히 노

조전임자 임금지급 조항 개정을 전제로 한 노정간 합의는 노사정위 기본정신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던 지난 9일 정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법정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자의 요구를 수

용해 연말까지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본측은 이때부터 ‘재계

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노정간 밀약’이라고 하면서 격렬하게 반발해 왔다.

그러나 경총의 노사정위 탈퇴 선언은 아직 경총 회장단 회의나 경제 5단체장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한 것은 아니며 “정부와 노동계가 노조전임자 임금문제

등을 노사정위에서 원점부터 다시 논의한다면 탈퇴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인정

하고 있어 ‘여론용’이거나 엄포성의 탈퇴 선언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청와대 박

지원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발표해 “노건 사건 국민과 세계가 바라는 대로 위원

회에 조속히 복귀해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하면

서 마치 노사간의 이해다툼으로 나라가 어려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러한 경총의 노사정위 탈퇴 ‘선언’은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이 시작되는 시점

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얼핏보면 정부가 한국노총을 노사정위에 잔류시

키기 위해 노조전임자 문제 등에서 양보한 것에 대해 경총이 반발해서 탈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정부와 경총 간에 그러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는 것

은 사실이다. 그러나 표면상의 이러한 대립보다 더욱 중요한 측면은 경총이 노

사정위원회를 탈퇴함으로써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의 노사정위 탈퇴의

명분과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조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

동자들이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투쟁으로 나서는 데 있어서 그 정당성과 명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경총도 노사정위를 탈퇴하는 맞불작전으로 나

옴으로써 노동자들의 노사정위 탈퇴를 이해당사자들 간의 밥그릇싸움으로 격하

시키고 있다. 이 점은 청와대 대변인의 성명에서 ‘양비론’적으로 논평하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나고 있다. 결국 경총의 노사정위 탈퇴 선언은 민주노총의 총력투

쟁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훼손시키고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경탄압을 합리화

하기 위한 여론호도용인 것으로 자본과 정권의 공동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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