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가짐이냐고요? 죽기 아니면 살기죠”

수십 개의 농성천막들이 명동성당 안을 빙 둘러 가득 메운 속에서 수천의

눈들이 빛나고 있다.

19일 낮 서울지하철노조 승무지부, 역무지부, 차량지부 소속 노동자 등 6천

2백여 명의 노동자들의 명동성당으로 집결했다. 이 가운데 천 여명은 전날

부터 대학과 차량기지로 쫓아다니던 경찰을 따돌리고 18일 저녁 늦게 명동

성당에 모여 농성을 준비했다.

밤새 천막을 치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노동자들이 지난밤 잠 못 이룬

탓인지 깜박 새우잠으로 동료들과 엉켜 눈을 붙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망치를 들고, 합판을 나르며, 못다 완성한 농성천막을 짓기에 바쁘다.

오후가 되면서 서울역 앞 집회를 마친 5천여 명의 노조원들이 깃발을 앞세

우며 명동성당으로 들어왔다. 훌쩍 머리 위로 올라선 커다란 배낭이 어깨

를 짓누르지만 이들을 반기는 동료들의 함성과 박수에 주먹을 들어 화답한

다.

“어떤 마음가짐이냐고요? 우리는요 전에는 잠자게 해 달라, 먹게 해 달

라… 이런 것들 가지고 얘기했는데, 이젠 완전히 짜른다니… 이렇게 죽으

나 저렇게 죽으나 하는 심정으로 하는거죠.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말이죠”라

고 말을 맺는 노동자들.

천막 앞에 걸려있는 생활수칙 하나, ‘물을 아껴 사용합시다. 물이 떨어지면

안돼니까요’라는 문구에서 오랜 싸움을 준비하는 이들의 물러설 수 없는

굳은 다짐이 엿보인다.

1999년 4월 20일 화요일 제13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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