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신자유주의 정책기조 기만적 수정
김대중 정부가 정책노선을 일부 수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 정권
의 핵심자문그룹이 정부의 개혁노선을 신자유주의에서 신중도노선으로 바꿔야
한다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오더니 김대중 대통령과
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 등이 공개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의 이념과 정체성을 담당하는 자문그룹이 낸 이 보고
서는 ‘현 정권의 개혁정책이 신자유주의적 편향으로 흘러 실업자와 영세극빈층
을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정권의 지지기반이 흔들리
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국민복지를 추가
해 세 가지 개념이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과, 특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기 위해 민생·복지 정책을 대폭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또한 신자유
주의적 개념인 ‘작고 강한 정부’론을 ‘참여민주적 정부’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의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가 나간 직후인 4월 22일 김대중 대통령은 경남도청 업무보고를 받
는 자리에서 “정부는 앞으로 생산적 복지국가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4대 개혁을 철저히 추진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4강외교와 대북
정책에서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제는 중산층을 육성하겠다”는 말로 정책전환을
시사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서 △중소기업과 벤쳐기업 대폭 지원 △교육.훈련
을 통한 생산적 사회복지를 제시했다.
또한 최장집 교수를 이어 김대중 대통령 진영의 대표적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
는 한상진 정신문화연구원장은 23일 디제이피(DJP) 연합의 진정한 의미가 새로
운 중도정치 노선의 실험에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식 제3의 길’을 제안하고 나
섰다. 그는 ‘국민정치연구회’ 제1회 월례포럼 강연을 통해 21세기 한국정치의
나아갈 방향으로 “현정부의 구조조정 작업이 사회의 양극화 추세를 가속시키고
있으므로 21세기를 맞아 유연성과 복합성, 조화를 추구하는 제3의 길이 절실하
다”고 말했다. DJP연합을 집권 목적의 편의적 결합에 국한시키거나 내각제에 고
착시키지 말고 ‘흑백논리를 넘어선 새로운 중도노선의 실험’으로 승화시켜야 한
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초국적 자본과 미국을 대변하는 IMF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
다. 존 도즈워스 IMF 서울사무소장은 29일 매일경제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국은 올해말이나 내년초까지 금리부담이 큰 IMF 지원금을 사실상 완전히 상환해
IMF체제에서 졸업할 것”이라면서 이제 한국경제의 거시경제지표가 건전하게 나
타나고 있는 만큼 정책의 주안점을 경제안정 위주에서 사회안정에 두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IMF 캉드쉬 총재가 5월 22일
방한한 후 6,7월께 한국정부와 정책협의를 갖고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잘 하고
있지만 한국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이 경기회복에 결정
적인 역할을 한 정부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이른바 ‘정책수정’은 현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이데
올로그들의 희망사항을 넘어서서 초국적 자본을 포함한 지배세력 전체 수준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책수정’은 민주노총의 총력
투쟁의 하나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민주노총의 총
력투쟁 자체가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그것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을 분출시키고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조짐을 보이자 이에 대한 대응책
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실제 ‘정책수정’의 내용 자체는 지극히 빈약하고 기만적이다. 실업대책을 이
야기하면서 중소기업, 벤쳐기업 육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초
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는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만과
저항이 고조될 가능성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저항의 구심인 민주노총을
철저히 배제.무력화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복지예산을 조금 늘리는 것
을 가지고 ‘생산적 사회복지’ ‘제3의 길’ ‘신중도노선’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하
면서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무마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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