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족쇄 채워진 시민 권리, 집시법 개악

일반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름해주는 상징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개악

되었다. 지난 군사독재시절의 악법으로 퇴행하였다.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

에서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합의하여 통과시킨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안이 5월 중순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대부분의 집회가 불법시될 위기에

놓였다. 앞으로 주거지역에서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집회나 시위는

금지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고, 현재 고 있는 ‘질서유지선’을 침범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

찰청은 28일 “주거지역에서 거주자 또는 관리자가 재산 시설이나 사생활의 평온

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보호를 요청할 경우 해당지역의 집회 또는

시위의 금지 제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이 법안은 단 하루만에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법사위, 본회의에서 일사천

리로 통과되었으며,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지 않아 전혀 사회 쟁점화되지 않은

채 소리소문없이 처리되었다. 현행 헌법 제21조 2항에서는 집회가 ‘허가’의 대

상이 아니라 ‘신고’의 대상임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악된 집시법

은 집회의 금지, 제한규정, 진행에 대한 경찰서장의 간섭과 개입 등을 허용해줌

으로써 사실상 ‘허가’의 대상으로 규정해 헌법정신에도 역행하고 있다. 현행 집

시법은 지난 김영삼 정부시절 군사독재 청산의 일환으로써 현재와 같이 집회 시

위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고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소위 ‘국민

의 정부’라는 김대중 정부가 이를 다시 군사독재 시절의 악법으로 되돌린 것이

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8조는 ‘타인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인 경

우’, ‘그 거주자 또는 관리자가 재산 시설이나 사생활의 평온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유로 시설이나 장소의 보호를 요청하는 때’에 집회나 시위

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아주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 사

실상 거의 모든 집회가 다 금지구역이 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특히 개인적으

로 잘못을 많이 한 사람 특히 사장들의 집을 직접 항의방문하는 것조차 철저히

봉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제12조에 항목을 신설해 집회 시위 장소나 행진구간에 일정한 구획을 ‘질

서유지선’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경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회 또

는 시위 주최측이 질서유지선을 침범하거나 훼손했을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그간 집회 주최측과 경찰간의 협의사항이었는데 이제는 경찰서장의 통보사항으

로 규정된 것이다. 제15조에서는 관할 경찰서장이 질서유지인의 수를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와 조정하되 조정된 질서유지인의 명단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통보

하도록 했다.

집회와 시위라는 것은 헌법에도 보장된 민주 시민의 가장 기본적 권리이다.

사회의 약자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이를 통해 진실을 알리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때로는 강하게 제기할 수 있도록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런데 이번 집시법 개악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은 ‘국민의 정부’라고 애써 표방하

고 있는 현정부가 이제는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최소한의 양심의 소리에도

귀기울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적인 잘못을 한 자가 자신의 이웃과 주변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반성을 촉구하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경고하

는 주거지 항의방문 등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노동자 민중이야 죽든 말든 소수

기득권층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국민의 정

부’가 아니라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정부임을, 또 반민중적 정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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