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법 폐기·보상특별법 상정 예정
과거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작업이 중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기로 한 여당의 기존
당론이 폐기되고, 보상 중심으로 이 문제가 처리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보수세력의 반발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지
만 이는 결국 김대중 대통령의 의지부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회의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에 상정된 이후 5개월 째 처리가 미뤄져
오던 ‘민주화운동 관련 유공자 명예회복 및 예우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유공자법안)을 폐기하는 대신,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보상특별법안)을 새로 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보상특
별법안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보상과 추모사업 지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담게 된다.
국민회의, “보훈단체 반발”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 관계자는 소관부처인 국가보훈처의 반대 때문에 당
론을 관철시킬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보훈처가 1백40만명에 달하는 상
이군경의 반대여론을 앞세워 유공자법안 제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수구세력의 저항을 돌파하기엔 현 정권에 한계가 있
다”면서도 “김대중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만 가지고 있었다면,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당의 방침과 관련,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기념)단체 연대회의(추모
연대회의, 의장 이창복) 등 25개 사회단체들은 지난 14일 발표한 공동성명
을 통해 “유공자법안의 폐기는 열사들의 죽음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행위”
라며 법안 폐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했다. 추모단체연대회의
의 김학철 집행위원장은 “유공자법 제정의 핵심 취지는 국가유공자 지정을
통한 명예회복이었다”며 “이를 폐기하고 보상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민주
화운동 관련자의 명예회복을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문제로 축소·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개혁은 수구세력의 반발을 극복하
는 것인데, 결국 김대중 대통령에게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
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상임의장 배은심)는 국민회의
측
대안을 조건부 수용할 방침이다. 유가협은 △기념사업을 구체적으로 명시
할 것 △주무부처를 명시할 것 △국가가 주체임을 명시할 것 △적용시기를
원안(유공자법안, 69년 8월 7일-98년 2월 24일)대로 통과시킬 것 등을 조
건으로 보상특별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가협의 손종필 사무국장은 “
현실적으로 힘에서 밀리다보니 국민회의측 대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며 “보상 이후 국가유공자 지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유가족들
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1999년 5월 19일 수요일 제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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