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 무효화 여야 흥정대상 아니다”
21일 영수회담을 거치면서 노동법·안기부법의 해법이 여야간의 정치
흥정에 맞겨지는 데 대한 각계의 우려가 주목된다.
영수회담을 통해 여야는 “노동법과 안기부법에 대한 논의를 국회차원
에서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힘으로써 ‘파업이 아닌 여야타협에 맡겨달
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이 사안을 국회차원의 논의로 몰고
갈 경우, 결국 지리한 정치흥정 속에 다수당인 신한국당의 의도가 관
철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범국민대책위 집행위원장 박석운 씨는 “여야 타협에 맡길 경우, 법
조문 한두개를 고치는 것으로 끝날 우려가 높으며, 그 결과는 노동자
들이 결코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영수회담에 앞서 20일 열린 시국대토론회에서도 ‘여야 흥정 국면’으
로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된 바 있다. 발제자
로 나섰던 임영일(경남대) 교수는 “현 수준에서 야당과의 연대에는 일
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온 투쟁의
마무리를 여야의 절충에 넘겨주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남구현(한신
대) 교수도 “현 국면이 대화국면이라고 하지만, 정치권에 해결을 맡겨
서는 안된다”며, “제 사회세력이 정치적 지도력을 확보하고 조직적 결
합을 통해 대중동력을 재가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영수회담 결과를 접한 뒤 일단 ‘총파업방침을 지켜
나가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악법의 완전무
효화와 노동법 재개정은 물론, 4백12명의 고소·고발자에 대한 사법처
리 방침 철회와 손해배상소 및 징계 철회에 대해 전혀 합의되지 않았
기 때문에 22일 수요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월
18일 4단계 총파업 등 향후 투쟁강도와 일정을 재조정해 강력한 총파
업투쟁에 돌입할 수 있음”을 밝혔다.
한편, 김영삼 대통령이 ‘법안을 무효화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데 대
해 「노동법·안기부법 개악철회와 민주수호를 위한 범국민대책위」는
“날치기법안을 기정사실로 한 상태에서 재개정 논의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곽노현(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날치기
악법은 내용상으로나 절차상으로나 모두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무
효화시키지 않는 이유가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라는 김 대통령의 언
급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97년 1월 22일 (수요일) 인권하루소식 제8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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