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일본의 신가이드라인 관련법안 최종 통과

지난 24일 미국의 군사작전을 후방에서 지원하기 위한 미일방위협력지침(신가

이드라인) 관련 법안이 일본의 참의원에서 최종 통과됨에 따라 일본이 국제분쟁

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려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다시

는 군사력을 사용하는 국가가 되지 않겠노라고 ‘평화헌법’을 만들었던 일본이

반세기가 지나면서 ‘평화헌법’의 9조를 정면으로 부정함으로써 그 약속을 깨뜨

린 것이다.

일본 자위대의 대외 군사 개입 합법화

일본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당수는 이번에 통과된 미일방위협력지침은 “한마

디로 잘라 말한다면, 전쟁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복

잡한 듯하지만 결국 본질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그리고 상정되고 있는 전쟁

의 주 전장은 바로 한반도다.

신가이드라인 관련 3개 법안은 일본 주변 유사사태 발생 때 일본 자위대의 미

군에 대한 지원확대 등을 규정한 주변사태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미일물품용역

상호제공협정(ACSA) 개정안이다. 그 골자는 자위대의 군사활동 영역을 일본영역

바깥으로 확대한다는 것과 공항, 항만 등 일본 내 시설과 민간기업, 자치체도

주변사태 때 이에 가담하는 것을 합법화한 것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자위대가 먼저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고 전투지역에 들어가

지 않은 상태에서도 미군이 출동하면 자위대는 어떤 상황이든 후방에서 병참지

원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병참지원은 애초부터 전쟁 그 자체와 분리할 수

없는 전쟁의 주요 부분이다. 또 교전상대국이 후방지원이라고 공격대상에서 제

외할 리도 없는 만큼 기술적으로도 전투지역과 후방지원지역 구분이 불가능하

다. 용어야 한편 방위청이 정의한 가이드라인 상의 주변사태는 6가지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일본 주변지역에 무력분쟁이 발생한 경우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 발

생이 임박한 경우 △정치체제 혼란 등으로 피난민이 발생해 일본에 대량으로 유

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어느 나라의 행동을 유엔안보리가 평화에 대한 위

협 또는 침략행위로 간주하고 제재할 경우 △이웃나라 내란, 내전이 순수 국내

문제에 머물지 않고 국제적으로 확대될 경우 △주변지역에서 무력분쟁 그 자체

는 일단 멎었지만 여전히 질서회복 등이 달성되지 않은 경우가 그것이다.

주변사태란 한반도와 대만해협을 주로 상정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미일방위협력지침 관련법안에 나오는 주변사태라는 개

념이다. 일본은 주변사태라는 말을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

는 사태’라고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사태가 주로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드러난

것으로 보면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처하겠다는 것이고

거시적 관점에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고무라 마사히코 외상은 이미 지난 2월 10일 중의원 외교위원회에서 주변국의

내전이나 쿠데타, 정변 등도 주변사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

므로 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주변사태의 대상지역이 주로 북한 또는 한반도라는

것은 자명하게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자위대가 지원할 수 있는 미군의

군사적 개입유형을 설명하면서 한반도의 예를 들어 미군 단독, 한미연합군, 유

엔군, 다국적군 형태가 있을 수 있고 어느 경우든 미군이 참전하면 자위대는 지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주한미군이 작성했다는 ‘5027작전’은 미군

의 대북 선제공격까지 상정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자위대는 출동하게 된

다.

또한 신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도 작년 8월 북한의 인공

위성 발사를 빌미로 해서였다. 일본은 그것을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규정하고

신속하게 정보위성 4기 발사를 결정하였고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를 구축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미국과 합의했다. 그리고 평화헌법 9조(전쟁 포기 및 교전권

부인)의 일부 개정을 추진하였다.

다른 한편, 중국은 작년 하반기 일본 미국의 TMD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

고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비난해 왔다.(<주간정세동향>

98년 11월 16일자 참조) 이번 신가이드라인 역시 중국을 군사상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고 견제하려는 것임이 분명하다. 일본의 신가이드라인에 대해 중국 외교

부 쑨위시 대변인은 27일 “시대의 조류에도 맞지 않고 아 태 지역의 평화와 안

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특히 “일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대

만을 주변사태 범위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무원

기관지인 광명일보는 28일 ‘아·태 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엄중한 사태’라는

논평에서 “일본은 아·태 지역에서 완전히 미국의 전쟁도구로 탈바꿈했다”고 비

판했다. 그러나 대만은 27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이웃에 있는 비민주적 국가

의 잠재적인 군사위협에 대응해 미·일 양국이 민주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편

이며 대만과 아시아지역의 안전과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하는 논평을

했다.

미국의 신세계전략과 일본의 군국주의화

일본의 신가이드라인은 일찍부터 준비되어 온 것으로서, 일본의 장기불황과

그로부터의 탈출구의 하나로 추진되어 온 군국주의화 경향의 구체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것은 미국의 21세기 신세계전략 구도와 합치된 것이기도 하

다.

5월 3일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 간의 미-

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21세기를 맞아 ‘자유, 민주주의, 인권존중’의 가

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지역 및 세계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한다고 하면

서 미일방위협력지침을 통해 미일안보체제를 더욱 확고히 다져 나갈 것을 상호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신가이드라인이 일본 중의원에서 통과된 직후인 지난 4

월 26일 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일본이 유사시에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미국이 “인권”과 “인도주의 전쟁”을 표방하면서 코소보

에 나토를 앞장세워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바와 같은 ‘신세계전

략’이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을 하위파트너로 해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동안 일본은 미일안보조약에 안주하면서도 막강한 군사력을 키워 왔다. 1

척에 1조 원이나 하는 일명 ‘신의 방패’ 이지스(Aegis)함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작전영역에 비하여 대잠초계기(對潛哨戒機)를 가장 많이 갖

고 있는 나라도 일본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한국이 갖고 있는 F16전투기보다

성능이 뛰어난 첨단 전투기를 독자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는 히틀러 등장 직전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과 닮

아 있다”고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올 1월의 특집기사에서 분석하고 “다른

나라라면 쿠데타가 발생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일본사

회에는 장기불황과 불안과 불만이 팽배해 있다. 문부성이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사

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71%로, 5년 전보다 23%포인트나 올랐다. 이것은 세계

제2의 일본경제가 9년째 경기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데서 비롯하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과 불만은 ‘강력한 일본’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되고 있

다. ‘신 국가주의’로도 불리는 요즘의 보수화를 전전(戰前)의 군국주의와 동일

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극우 민족주의를 선

동해 온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데서 확인되듯이 일본국민의 불안과 불만의 집단

정서가 군국주의화의 좋은 토양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미·일의 동북아 신군사질서에 편입

일본의 신가이드라인 법안 통과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

았으나 우려하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다. 그것은 △미국 주도의 안보대응 체제

안에서 일본의 기여도를 제한적으로 높이는 것이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

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으며 △일본의 입법진행과정과 내용을 그때그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4월 26일 중의원에서 관련법안이 통과될 때 김대

중 정부는 일본측에 대해 △동북아 안보구도를 깨뜨리지 말 것 △입법과정의 투

명성을 보장할 것 △자위대가 한·미 공동작전 구역에 진입할 때는 한국과 사전

합의할 것 등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일본측의 설명을 듣는 정도였다. 그래서

한·일 양국은 상반기 중 국방당국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8월에는 제주도 동쪽

해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해상 공동구조훈련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김대중 정부는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면서 오히려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반발

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해서 우려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미·일의 동북아

신군사질서에 편입되어 한·일 군사교류 확대를 통해 한반도 전쟁억제에 기여하

겠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 등은 유엔결의 없이 다국간 협의만으로도 가능

하게 되었다. 일본은 주변사태란 이름으로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쉽게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소보 전쟁에서 ‘민족청소 저지’ 등을 명분으로 정당화된 독

일의 파병논리는 한반도에 대한 일본 자위대 파병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이처럼 미일 안보조약과 신가이드라인, 그 관련법안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등 군

사적 긴장을 당사자들과 무관하게 좌우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더구나 가이드

라인 실행여부의 판단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관료들 손에 맡겨져 있고

그 대상지역인 한국은 단지 그들에게 논의의 투명성과 사전협의를 요구할 수 있

을 뿐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