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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 자본가와 구미시의 결탁으로 짓밟히는 노동자의 단결권

– 그러나 대하합섬 노동자는 승리하고 있다 –

박 영 아

구미 3공단!

낙동강변을 끼고 드넓게 펼쳐진 들을 갈아엎고 공단이 조성된 지 10년, 6차선

으로 확 뚫린 도로와 바둑판처럼 잘 정돈되어 들어선 대공장들은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삼켜버린 채 늘 적막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 공단 한 가운데 깃

발과 플래카드가 내 걸리고, 노동가요가 울려 퍼지고 있다. 노동자가 살아 있음

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민주노조 인정

하고 즉각 교섭에 나서라!”, “대하합섬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쟁취 투쟁, 한국합

섬 노동자들이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등등…

대하합섬은 화섬사를 생산하는 업체로 전체 직원 수는 약 400여 명이고 가동

된 지는 6년 정도 된다. 대표이사는 대구 상공회의소 회장이자 자민련 북구갑

지구당 위원장으로 있는 채병하이다. 대구지역 노동자들은 ‘채병하’라면 치를

떤다. 대하염공, 대하통상 노동자들이 법을 동원하여 노조를 깨고 노동자들을 해고시켰다. 그 후 각 사업장마다 유령

노조를 만들어 놓았다. 지금도 대하통상, 대하염공에는 유령노조가 있어 노동자

들의 단결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구 상공회의소 회장이 아니라

유령노조 제조업자이다. 제 버릇 개주랴. 어떻게 배운 노하우인데 그냥 썩히겠

는가? 94년도에 대하합섬 공장이 가동되자 즉각 조·반장 5명을 임원으로 한 노

동조합 설립 서류를 꾸며 시청에 신고한 후 여태까지 노조가 있는 양 꾸며 왔

다. 이렇게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막은 후 그는 대하합섬 노동자들의 피땀을 짜

냈다. 지난 5년간 임금은 동결이고, 호봉 승급조차 없었다. 지역의 타 합섬업체

보다도 더 힘들게 일하고도 월수입이 30∼40만 원이나 적었다.(한국기업평가기

관의 98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다른 화섬 사업장의 소득분배율이 48%인데 비해

대하합섬은 겨우 19%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작년에는 “IMF 사태로 인해 회

사 사정이 어렵다”고 하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한 사람씩 사무실로 불

러 상여금 250% 삭감에 강제 서명하게 하였다. 임금을 적게 주는 것만이 아니

라, 턱 끝으로 사람 부리듯 무시하는 현장 분위기는 사람들을 더욱 분노케 한

다. 회사 말 안 들으면 하루아침에 조장에서 평사원으로 내몰리고, 곱게만 보이

면 입사한 지 2년도 안되어 반장으로 승진하는 편파적 인사, 이런 조건 속에서

일하기 힘들어 퇴사자는 늘어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3교대에 잔업까지 해가

며 생산물량을 채워야만 했다.

이런 조건에서 굴종하는 노예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겠다는 염원을 모아 5월

30일 저녁 노동조합을 결성하였다. 31일 오전 7시부터 사내 본관 앞에서 조합원

들의 농성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구미시청에 유령노조를 해산하라는 요구를 하

며 회사에서 신고한 유령노조 서류를 받아 검토해 보았다. 모두 엉터리에 불법

이었다. 조합원이 245명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지금 현장에 있는 300여 명의 노

동자 중 누구도 유령노조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조합비에 대한 회계

감사 자료는 아예 없다. 몇 번의 유령노조 위원장의 변경이 있었으나 보고된 선

거관련 자료도 남아 있지 않고 심지어 조합원 명부조차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설립신고 당시 규약을 검토해 보더라도 조합원의 범위를 그냥 임금 노동자로 규

정할 뿐이고, 대의원대회, 총회 의결 사항에 대해서도 노동조합법에 명백히 어

긋나거나 누락된 부분이 많다. 그 뿐만 아니다. 민주노총 구미지역협의회 사무

국장이 MBC 기자와 함께 회사를 방문해서 기존의 노동조합에서 회사에 제출한

서류를 보여달라고 하자 노사협의회를 했다는 서류를 내놓았다. 그런데 거기에

는 노조위원장으로 기명된 것이 아니라 노사협의회 의장으로 적혀있었다. 이렇

게 기존의 노동조합은 지난 5년간 한 번도 노동조합을 하지 않은 휴면노조에다

노동법에 어긋나는 불법 노조이다. 거기서 더 합이 아님이 명백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미시는 노동자들이 제시하는 그

모든 서류에 눈감고 있다.

대하합섬 조합원은 농성장에서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나는 이번 투

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똑똑히 알았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

진 채병하의 힘에 구미시가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구미시는 전 조합원의 애

타는 소망도 묵살하고 6월 2일 ‘복수노조 불가 조항’을 들어 5월 31일자로 신고

한 노조설립 신고서를 반려하고 말았다. 노동조합은 즉각 구미시로 달려가 항의

집회를 하였으나 구미시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기존의 노조가 있기 때

문에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자본의 방어벽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악덕 자본가 채병하는 작년 대구 북구갑 보궐 선거에 대하합섬 노

동자들을 관광버스에 실어 유세장에 동원했다. 물론 회사 돈으로 잔업수당까지

지급하면서…. 이런 자가 정치를 한다고 나서는 오늘의 정치 현실이 비참하다.

국민에게 고통만을 주는 정치의 현주소를 본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3교대 근무를 하며 오전에는 구미시에 항의 집회투쟁을 가

고, 오후에는 대구 상공회의소와 자민련 북구갑 지구당 앞에서 집회 및 선전전

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의 투쟁의 힘으로 악덕자본가를 응징하고 반노동자적인

구미시 행정을 끌어 고치겠다는 결의로 한낮 땡볕더위를 이기며 투쟁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간부들 보다 한 발 앞서 투쟁의 결의를 모으면서, 승리의 확신을 갖

고 힘찬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대하합섬 최영술 위원장은 “이 투쟁에 우리가족

들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합니다. 기혼이든 미혼이든 모든

조합원이 기숙사에 지내며 집에 못 들어간지도 1주일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아

무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스스로 투쟁기금을 모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는 이미 이기고 있습니다. 채병하와 구미시는 반드시 우리에게 무릎을 꿇게 되

어 있습니다. 우리가 옳기 때문입니다. 조합원들이 구미시청과 대구투쟁을 갔다

올 때마다 눈빛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우리에게 음료수도 사주고 격려

하며 채병하를 구속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김관용 구미시장은 다음 선거에 나오

면 절대로 표를 주지 않겠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이 투쟁은 구미지역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신선한 희망으로, 자신감으로 확대

되고 있다. 그 자신감은 신규노조 결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조차 없어

작년 한 해 동안 뺏기고 눌려온 노동자들에게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번지고 있다. 대하합섬 노동자들의 힘찬 투쟁의 영향을 받아 3공단에 있는 대광

섬유에도 6월 6일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노동조합 불모지였던 구미 3공단에

민주노조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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