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 혁명인가 재앙인가

– 한국 세계 3위기술국 과시, 생태계 교란오면 한반도 최대피해

유전자변형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은 새로운 종(種)의 기원이 될 것인가, 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인가. 유전자변형이란 한 생명체의 DNA를 다른 생명체로 옮기거나 변형하는 기술로 생명체의 수명이나 성장, 특성을 변형할 수 있다. ‘북극 곰의 DNA를 토마토로 옮겨와 냉해(冷害)를 입지 않게 만드는 기술’은 이미 현실화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전자조작 기술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미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는 두부, 간장, 된장, 식용유 등 식품 상당수가 유전자변형된 수입 콩, 옥수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연간 1백만톤 가량이 일반 곡물과 섞여 수입되고 있다는 정도만 추정할 뿐, 양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회사 제품인지 파악할 길이 없다.

현재 유전자변형물이 세계적으로 상품화된 것의 90% 이상이 농산물. 나머지가 실험용 또는 의약용 동물이나 미생물이다.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가 유전자변형(GM) 식품의 표시 문제. 지난 3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실시한 ‘GM 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94.7%가 GM 식품에 대한 표시가 필요한 것으로 응답했다. 농림부도 올 7월 1일부터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1차 농산물에만 제한적으로 표시되고 가공식품은 제외할 예정이다.

GMO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피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이들 식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미국 유가농업 단체에서는 유전자변형을 하지 않은 무농약·무비료 농산물과 축산물의 생산확대를 꾀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쪽에서는 GMO 식품에 대한 반발이 훨씬 높다. 영국 정부의 ‘신규식품공정에 관한 자문위원회(ACNFP)’는 최근 “GM 농작물의 항생제 내성(耐性) DNA가 뇌막염환자들이 지니고 있는 박테리아에 전이되어 치료를 어렵게 함으로써 이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프랑스 역시 정부 차원에서 98년 8월부터 향후 2년간 유전자변형 농산물 도입에 대해 부분적인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상태다. 밑바탕엔 미국의 곡물상들로부터 자국 농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식이 깔려있지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좀 더 광범위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시민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80년대 이후 정부의 적극 지원으로 생명공학 분야 기술이 발전을 거듭, 세계 3위의 생명공학 기술국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모방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학계나 의료계에서 경쟁적으로 GMO 실험 열기가 일고 있어 적극적이고 행정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얼마전 ‘대한의사협회’는 개인이나 단체가 생명복제에 관한 연구를 할 경우 위험성과 비윤리성 등을 알리고 동의를 받도록 하는 지침을 제정했지만, 모든 생명공학 분야의 실험 및 생산과정에 대한 강력한 감독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정성 평가 관련 법안과 연구기관이 설립된 상태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GMO 지원기술은 미국의 20% 수준에 불과한 실정. 국내 과학자들도 GMO의 인체 유해성에 관한 연구보다는 상업화 기술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한편 GMO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더욱 크고 복잡하다. 제초제에도 잘 견디는 콩 주변에서는 ‘제초제에 강한’ 수퍼 잡초가 나올 수도 있다. 신종 병해충이 출현할 수도 있고, 생태계의 무기원과 영양원의 순환이 파괴되는 최악의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GMO가 문제가 될 경우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생명안전윤리 연대모임’ 측에서는 “가축의 경우 이미 국내 연구진에 의해 ‘수퍼 소’가 개발된 상태에서, 이의 보급이 확산될 경우 국내 가축의 유전자 풀(gene pool)은 급속히 축소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GMO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진화과정의 파괴. 진화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연상태에서 한 개의 유전형질이 생물종에 도입되어 발현하게 되는 기간을 수천년에서 수만년까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생명공학 기술은 이같은 진화를 며칠 또는 몇년만에 이룰 수 있다. 또 식물과 식물 사이의 유전자조작 뿐 아니라 동물-식물, 식물-세균, 인간-동물간 유전자 조작도 실용화 단계에 있다.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의 이혜경 간사는 “기존의 육종재배와 GMO가 다른 것은 자연계 내에서 존재하지 않던 동식물 유전자의 혼합, 종의 교배”라고 말했다. 이같은 일은 ‘우주 질서’ 자체를 뒤흔든다는 문제점 때문에 철학, 종교계 인사가 다수 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농업진흥청 산하 연구기관에서 벼, 담배, 토마토, 오이 등 10여종의 유전자 변형실험을 수행 중이며 농림부는 이 중 8종을 1, 2년 내에 농가에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산업화 단계에 들어선 생명공학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은 정부·학계가 GMO 분야를 ‘경제성’ 개념으로만 접근하고 있기 때문. 올해 초 유엔환경계획(UNEP)이 추진하던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Biosafety Protocol)가 결렬되고 미국은 아예 이 회의에 참가조차 하지 않고 있어 ‘통상 현안’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GMO 환경방출에 관한 규제지침(환경부), GM 의약품 제조에 관한 지침(복지부)은 연구·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어 법제화가 요원한 상태다. 민간 차원에서는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 위한 모임 등에서 가장 활발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의 박병상 박사는 “국내 유전자 분야의 학자들이 유전자의 특징 하나만을 도입해서 인간 편의 위주로 생명을 조작하는

기술, 유전자 결정론에 기반한 환원주의가 우리 세대를 풍미하고 있다”며 다음 세대에게 어떤 결과를 안겨줄지 모르는 위험한 일이라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GMO를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신기술로만 소개하고 있지만, 소비자 차원이나, 국익 차원에서도 그 위험성에 눈을 돌리고 정부는 시민단체에 논의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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