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천민재벌 총수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퇴진 투쟁
벌이는 동부생명 노동자들
임 선 희
97년 말 IMF 신탁통치 이후 은행과 종금사, 증권사, 생명보험사 등 수많은 금
융기관들이 강제 퇴출당하거나 부도를 맞았다. 경영상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던
금융기관들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력’ 운운하며 임금삭감과 인
력감축에 나섰다. 많은 금융 노동자들은 국가적 위기가 마치 자신의 책임인 양
이를 감수하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했으며,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밀려
나야 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노동자들이 그러
했지만 그 중에서도 금융부문의 노동자들은 1차적으로 더 호된 공격을 받은 것
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록 수는 적지만 거대한 골리앗에 맞선 다윗처럼 단단하고
의연하게 싸워나가는 금융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악랄하고 천박한 재벌의 전형
인 동부그룹과 김준기 회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동부생명 노동자들이다.
동부그룹은 30대 재벌 중 14∼15위 계열사로는 동부생명, 동부화재, 동부증권, 동부신용금고, 동부제강, 신호페이
퍼, 동부고속, 동부건설, 동부정밀, 동부한농화학 등이 있다. 창업 1세대인 김
진만 회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 국회부의장까지 하며 권력의 핵심에 있으면서 온
갖 특혜를 받으며 거의 전 계열사를 인수·합병(M&A)하여 덩치를 불려왔다.
그리고 김진만의 아들이자 현 회장인 김준기는 대학생 때부터 황태자로 행세
하며 사업을 물려받았다. 김준기의 아들 김남호(26세)나 딸도 동부그룹 각 계열
사의 대주주이고, 자리씩 맡고 있다. 가족과 친족을 총동원하는 전형적인 족벌체제로 그룹 전체를
‘김준기 왕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경유착과 기업인수 특혜, 족벌체제, 해외 재산 도피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철저한 착취로 축재를 해오던 김준기 회장은 ‘세풍사건’에 연루된 것이 드러나
작년 8월 해외로 도피한 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런 천박하고 부도덕한 재벌의 전형인 동부그룹과 그 회장인 김준기는 악랄
한 노무관리로도 유명하다.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한 후 국회 노동위원회 돈봉
투 사건을 일으켜 사장이자 동생인 김택기까지 구속시켜 가면서 10년에 걸친 노
조탄압 끝에 결국 노조를 깬 전력이 있다.
동부그룹은 전 계열사의 과장 이상의 인사관리와 전 직원의 급여관리를 김준
기 회장이 직접 결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준기 일가에 충성하지 않고는 도저
히 배겨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IMF 신탁통치라는 사
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전 계열사 직원의 98년, 99년 2년치 상여금 전액을 반납
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어용노조가 있는 곳은 노조위원장이 알아서 반납하
였고, 이에 반발하는 노조 위원장에 대해서는 갖은 협박과 회유를 통해 굴복시
켰다. 노조조차 없었던 동부생명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러한 노무관리와 임금삭감에 ‘도저히 이대로 참기만 할 수 없다’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동부생명 노동자들은 작년 8월 2일 회사측의 갖은 견제와 협
박 속에서 당시 사원협의회 대표였던 조규선 씨를 대표로 노조를 결성하였다.
노조가 들어서자 회사측의 노조파괴 공작은 치밀하고 악랄하게 자행되기 시작
했다. 한국자동차보험 노조를 깼던 노무팀이 새로 들어오고, 통상적으로 별도의
교육을 하지 않던 여직원까지 포함해 전 직원을 연수원에 동원하여 노조를 음해
하는 교육을 하였다. 인사이동 시에는 우선 노조에 우호적인 직원부터 부당전출
을 하기 시작하여 모든 노조간부를 원직에서 부당 인사이동시켰다. 그리고 노조
에 우호적인 사람은 찍어서 한 부서의 직원들끼리 술자리는커녕 밥도 같이 못
먹게 하는 등 철저히 ‘왕따’시키고, 한 사람 한 사람을 9시간이든 10시간이든
면담하며 집요하게 노조 탈퇴 공작을 벌였다.
그 외에도 노조의 임시사무실 강제폐쇄, 위원장 폭행 등을 자행하다 무지 무단이탈과 상사 지시 불이행이라는 명목으로 당시 위원장이던 조규선 씨
를 해고하고, 총무부장 역시 해고하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98년 1월 이후 당시 560여 명의 임직원 중 200여 명이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났으며, 남은 사람들도 인간적인 갈등과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서 고통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동부생명 노동자들은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노조사무실과 전임자 확보 등 노조활동 보장과 해고자 원직복직, 부당전출자
복귀, 미지급 상여금 반환, 그리고 해외에 도피한 상태에서 동부그룹의 모든 노
조탄압을 배후조종하고 있는 김준기를 구속할 것을 요구하면서 지난 5월 14일부
터 21일까지 처음으로 부분파업을 벌였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제대로 교섭을 하지 않자 6월 7일부터 지방영업소 등에서
근무하던 조합원 30여 명이 상경하여 2차 파업을 벌이며 사무금융노련 사무실에
서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박성기 현 위원장이 열흘간 단식농성을 하였으며,
위원장의 단식농성에 이어서 장수정 부위원장과 이승희 여성부장이 6월 21일로
6일째 본사 12층 사장실 앞 복도에서 단식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단식투
쟁과 겪고 있는 동료직원들에게 공동투쟁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오는 25일에
는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동부생명 단결의 밤’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18일에는 회사측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농성장에 녹음기를
설치하고 불법도청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노조는 이러한 불법도청이 공작탄
압을 자행하기 위해 경찰과 공모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할 예
정이다.
이번 투쟁을 통해 동부생명 노동자들은 회사의 비인간적인 행태와 노조탄압을
겪으면서 오히려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자주적인 노조를 확실히 세워내지 않으면 도저히 희망이 없다는 것을 분
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빼앗긴 임금을 받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일
하는 일터에서 김준기 일가를 몰아내지 않고는 결코 투쟁을 접을 수 없다”, “이
런 썩고 천박한 재벌은 더 이상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생
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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