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거꾸로 가고 있는 재벌개혁

3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이 4월 1일 현재 50.5%로 1년 전보다 6%포인트 높아지

면서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는 등 재벌 개혁이 재벌 살찌우기로 거꾸로 가고 있

음이 밝혀졌다. 특히 재벌들은 정부가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강력히 규제하자 유

상증자 참여의 형태로 상호출자하여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

다.

김대중 정부의 출자총액 제한 철폐로 내부지분율 확대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발표한 ’30대 기업집단 주식보유 현황’에 따르면 30대

그룹 계열사가 다른 회사에 출자한 돈은 4월 1일 현재 29조 9천억 원으로 1년

전의 17조 7천억 원에 비해 12조 2천억 원(68.90%)이 늘어났다. 증가분 가운데

는 유상증자 참여가 8조 8천억 원으로 전체의 71.9%였으며, 특히 자기 그룹 소

속의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가 8조 2천억 원이나 됐다. 또 계열사의 유상

증자에 대거 참여하면서 30대 그룹의 내부지분율도 98년 44.5%에서 99년에는

50.5%로 6% 포인트 높아졌다. 내부지분율은 그룹 총수, 친인척과 임직원 등 특

수관계인, 계열사 등의 출자 지분을 를 유지하다 99년에 50.5%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이같이 내부지분율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 것은 30대 그룹은 순자산의 25%까지

만 계열사에 출자할 수 있었던 출자총액 제한을 철폐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

부는 지난 해 2월 국내 기업에 대해서만 출자총액을 제한할 경우 외국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구조조정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재벌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제도를 폐지했었다.

특히 5대 재벌은 지난 한해 동안 모두 7조 9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계열사 출자가 7조 6천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내부에서만 자금이

회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 출자의 대부분이 순환출자에 의한 가공자본

으로 보여진다. 순환출자란 계열사끼리 연쇄적으로 출자를 하는 것으로 상호 출

자를 해줘 장부상으로만 증자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수법이다. 계열사 출자총액

이 늘어남에 따라 내부지분율이 더 높아지고 총수의 계열사 지배력도 더욱 강화

되고 있다. 5대 재벌의 총수 및 가족(동일인+특수관계인) 지분은 2.5%포인트 줄

어든 반면, 계열사 지분까지 합친 내부지분율은 오히려 53.5%로 증가했다.

5대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

이렇게 내부지분율이 높아짐에 따라 5대 재벌 총수의 지분은 낮아지고 있음에

도 총수의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지난 4월 1일을 기준으로 재벌 총수

의 지분은 평균 1.7%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2.7%에 비해 1%포인트 낮아진 것

으로 나타났다. 또 30대 재벌 총수의 평균인 2.0%보다도 낮은 수치다. 구체적으

로 살펴보면 SK 최태원 회장(4.2%)과 대우 김우중 회장(3.9%)이 상대적으로 지

분비율이 높았으며, 현대 정주영 명예회장(1.1%)은 1%를 겨우 넘었고, 삼성 이

건희 회장은 지분비율이 0.7%, LG 구본무 회장은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

다. 그렇지만 이들 총수들은 계열사, 임직원 등을 동원해 내부지분율 을 53.5%

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그룹의 주요한 의사결정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5대 재벌 투신사 통해 자금 확보

또 올 들어 5대 재벌 계열 투자신탁회사들은 15조 5천억 원의 자금을 신규로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투신운용은 바이코리아 펀드에 6조 원의

자금이 몰려든데 힘입어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5월 27일자 5대 재벌 계

열 투신사의 수탁고는 모두 77조 억 원의 31%를 차지했다. 현대투신의 수탁고는 28조 6천억 원으로 지금까지 업

계 1, 2위였던 한국투신(28조 1천억 원), 대한투신(27조 3천억 원)을 앞질렀다.

이는 수익증권, 뮤추얼펀드 판매만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판매 실적인 2조 8천억 원을 합칠 경우 현대투신의 수탁고는 3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생명투신운용과 삼성투신운용은 각각

1조 8천억 원과 3조 원을 새로 끌어들였다. 이에 따라 수탁고는 각각 12조 7천

억 원과 9조2천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우그룹이 지분의 30%를 갖고 있는 서울투

신운용의 수탁고도 올들어 1조 9천억 원이나 늘어난 14조 4천억 원에 달했다.

이밖에 LG투신운용과 SK투신운용도 각각 1조 5천억 원, 2조 4천억 원의 자금을

새로 끌어들여 수탁고가 9조 7천억 원과 3조 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투신사들에

자금을 투자한 고객들의 돈으로 5대 재벌은 계열사에 대한 유상증자를 하고 계

열사에 대한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