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9월초 프랑스로부터 강력한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 2백20킬로그램을 대한해협을 통해 들여올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핵안전사고 및 일본의 핵무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운동에 나섰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일본은 프랑스와 영국에서 재처리된 플루토늄-우라늄 혼합연료(MOX) 11톤을 일본 남동해안의 후쿠시마와 북서해안의 다카하마로 해상 수송할 예정이다.
연료는 프랑스 쉘부르항에서 두 대의 배에 나뉘어 이송되는데 이중 한 척이 대한해협을 지날 예정이라는 것. 여기에는 2백2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이 들어 있는데 이 양이면 44개의 핵폭탄 제작이 가능하다. 대한해협을 통해 플루토늄이 수송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수송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와 인접 지방자치단체의 반대가 거세다. 특히 수송경로와 가장 가까운(최단거리 50킬로미터) 부산의 경우, 시의회가 지난 24일 ‘플루토늄 대한해협 수송 철회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정부가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계획을 빠른 시일내에 파악, 강력한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부산시민운동단체연합 등 부산 시민사회단체도 잇달아 성명을 발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수송시 저지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92년 이후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 관련 움직임을 감시·추적해온 그린피스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1일 공동성명서를 발표, “핵무장과 핵사고 재앙을 불러올 플루토늄 수송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수송선의 경로와 한국과의 거리는 최대 1백70킬로미터 최소 50킬로미터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지난 2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본내 환경단체들도 자국의 플루토늄 수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일본의 대표적 반핵단체인 원자력정보자료실 등은 지난 23일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해상수송 일정이 나오는 대로 국제적 저지운동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환경단체들이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해상수송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염려다. 실제로 97년말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방사성 동위원소인 세슘을 운송하던 배가 파손돼 화물을 모두 잃어버리는 사고도 있었다.
일본의 플루토늄 해상수송은 이러한 이유로 계속해서 반대에 부딪혀왔다. 92년 1.6톤가량의 플루토늄을 유럽에서 운반할 때는 북한을 비롯한 54개국이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국제사회는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선을 ‘떠 다니는 체르노빌’이라고 표현했다. 그린피스는 “일본정부가 수송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데다 주변국가에 통보조차 하지 않아 국가간 마찰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두번째 문제는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이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일본이 비축하는 데 대한 우려는 오랜 것이다. 일본은 70년대 이후 영국·프랑스 핵재처리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플루토늄을 축적해왔다. 이미 5톤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20∼30년 동안 50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비축할 예정이다.
일본정부는 플루토늄 비축이유를 ‘핵폐기물 재활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95년 몬주 고속증식로 사고 이후 플루토늄을 고속증식로에서 사용하려던 계획은 상당히 후퇴한 상태다.
이후 일본 핵산업계는 이 플루토늄을 기존의 경수로 연료로 사용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플루토늄 이용시 우라늄을 이용한 전통적 방식보다 6∼12배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생산으로 우라늄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핵무기제조를 위한 비축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특히 그린피스는 오래전부터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숀 버니 그린피스 플루토늄 대책 책임자는 “97년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시 한국의 반대가 가장 심했다. 당시 폐기물은 저준위였지만 플루토늄은 강한 방사성 물질이므로 더욱 주의가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러한 위험에도 한국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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