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이건희 회장은 더 이상 잔머리 굴리지 말고
총수직에서 사퇴하라!
이 성 경
6월 30일 삼성자동차는 부산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우전자와 빅
딜한다고 6개월 동안 노동자의 피를 말리며 끌어오던 것이 이렇게 결론난 것이
다. 삼성자동차는 신청서에서 “대우와의 빅딜 발표 이후 승용차 생산 중단과 판
매 중단, 부품 협력회사들의 부품공급 중단에다 금융기관의 신규여신 중단으로
지급불능 사태에 직면하게 돼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은 채권
단과 협력업체 등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삼성 계열사 등 관계자의 경제적 손실
과 법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2조 8천억 원 상당의 사재인 삼
성생명 주식 400만주(전체 주식의 20%)를 삼성자동차 부채 상환에 출연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계산은 삼성생명이 상장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삼성 그룹은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부산지
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전자부품사업을 부산에 유치해서 삼성자동차의 인력들
을 이후 본인의 희망에 따라 대부분 전자부품사업을 통해 흡수할 것이라고 마치
선심 쓰듯 발표했다.
정부는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삼성생명의
상장을 허용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삼성 그룹의 전격적인 발표는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 동안
사재출연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면서 곧 빅딜이 성사될 것으로 분위기를 잡아왔
는데, 무려 2조 8천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서 삼성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삼성의 잔머
리와 정부의 5대 재벌 봐주기(개혁이 아니라!)는 하루만에 곧바로 폭로되었다.
삼성생명의 상장에 따른 이득이 어마어마해서 이건희 회장은 2조 8천억 원을 출
연하고도 2조 원 이상의 이득을 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면서 삼성과
대우의 빅딜이 아니라 삼성과 정부간에 빅딜이 이루어졌음이 자세히 드러났다.
삼성생명의 상장 허용은 삼성에 대한 엄청난 특혜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
어났고, 이에 정부는 하룻만에 허용 방침을 번복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삼성자동차 부채처리와 삼성생명의 상장은 삼
성자동차가 부도위기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선택된 방안이지만, 삼성생명 상장은
따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삼성생명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하
겠다고 밝혔다. 또 생명보험사의 상장 문제에 대해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삼성 역시 삼성생명의 상장 문
제를 내년 이후인 2001년까지 시간을 두고 하겠다는 식으로 재빨리 후퇴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을 통한 부채 청산방식에 대해서 여타 5대 들은 자신들에게도 그러한 방식이 적용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5대 재벌은
전경련을 통해 총수의 사재출연을 통한 부채 청산에 대해 비판하면서 “주식회사
는 주주들이 일정 지분을 출자해 회사를 경영한다. [삼성의 방식은] 이익이 나
면 배분하고 손해가 나면 지분만큼 책임을 지는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주식회사 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일이 다른 대기업 총수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삼성의 이번 해프닝은 5대 재벌의 천민성과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결코 우연한 일이거나 정부의 실수
(?)가 아닌 것이다. 삼성 재벌은 당당하게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현행
법상 생명보험사가 상장할 때 발생하는 주식의 시세차익에 대한 배분 규정이 없
음을 근거로 “주식의 시세차익은 당연히 주주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
명보험사의 재산은 보험계약자의 재산이기 때문에 생보사의 상장에 따른 이익을
보험계약자와 주주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어서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이 상장을 하지 않거나 상장하더라도 이익배
분에 대한 규정 하에서 엄격하게 하고 있다는 상식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함구하
고 있다. 이렇게 뻔한 사실을 사기를 치고서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을 “중대
한 결단”이라는 둥 치켜세우고 있는 삼성 재벌의 작태는 가히 천민재벌의 대표
주자다운 행태이다.
그리고 삼성의 이러한 사기행각을 뻔히 알면서도 삼성자동차의 부채 청산을
위한 “획기적 결단”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삼성생명의 상장을 허용해 주겠
다는 정부의 입장 역시 ‘국민의 정부’의 재벌개혁의 현주소를 솔직히 드러낸 것
이다. 재벌 총수가 거액의 사재를 출연해서 부채를 청산한다는 이번의 깜짝쇼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이 5대 재벌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5대 재벌을 살려주
고 살찌워 주는 것이었음을 드러내주는 또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삼성자동차 문제는 5대 재벌의 총수의 전횡, 선단식 경영, 정경유착에 따른
특혜성장 등 온갖 천민적 작태의 표본으로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최소한의 자
본주의적 합리성조차 결여한 총수의 독단경영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 대
표적인 사례이다.
이건희 회장은 94년 안팎의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취향에 따라 유아
독존 식으로 밀어붙여,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계약을 체결하고 95년 삼성자동
차를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김영삼 정권의 최고위층으로부터 말단관료들까지를
대상으로 온갖 로비가 이루어졌고, 언론계, 학계, 전문가 등 삼성의 로비력을
총동원하여 삼성자동차 설립을 합리화했다. 그리고 96년 11월 부산 공장을 완공
해 97년 5월 시험가동을 시작했고, 삼성 계열사 직원들에게 비싼 고급차를 강매
하여 판매를 유지하는 등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가 결국 2년만에 손을 들고 말
았다.
삼성은 93년 김영삼 정권이 출범할 때 제일 먼저 대통령을 독대하며 국내 제1
의 재벌기업으로 ‘신경영’을 내걸었다. 이 신경영은 김영삼 정권이 내건 ‘신한
국’, ‘신경제’ 등과 맞물려 자본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또 “질적 경영을 위해서
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놓고 다 바꿔야 한다”며, “21세기 국가장래를 위해 자동
차사업을 시작했다”라는 얼토당토 않는 명분을 내세워 무리하게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무모한 투자는 기아자동차 등 다른 자동차업체들에게 과잉
설비투자를 유발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전체를 더욱 위기로 몰아간 한 요
인이 되었다. 결국 무리하게 삼성 계열사 자금과 은행 빚 등을 끌어대 간신히
유지해 오다가 망한 것이다.
삼성자동차에 투자된 돈은 모두 5조 원이 넘는데, 자본금은 9천억 원에 불과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금융권 부채이다. 게다가 이 부채들은 금융권이 재벌
은 망하지 않는다는 풍토를 믿고 대부분 무담보로 대부해 준 것으로 금융권의
부실화를 가중시켰다. 이처럼 총수 개인의 오판에 의하여 국가경제가 혼란에 빠
지게 된 한 요인이 되었고, 또 자동차 계열사와 하청업체, 부산지역 경제에 심
각한 타격을 입혔다.
한편 삼성자동차 부채 청산을 위한 총수의 사재 출연 과정에서 5대 재벌의 재
산과 탈세상속이 다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 부채 청산을 위해 재벌
총수들이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에 대해 삼성 그룹은 이건희 회장
의 재산이 5천-6천억 원에 불과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번 2조
8천억 원의 사재출연을 계기로 이건희 회장의 재산 총액이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임이 드러났다.
이 회장 재산의 대부분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주식이며 이 중 상장사는 삼성전
자, 삼성전관, 삼성중공업, 삼성항공,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13개 사에 이른다. 상장사 중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증권, 삼성화재 등
4개 계열사를 모두 합쳐 이 회장 보유 주식은 6월 시가 평균 3천2백억 원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이 회장이 주식을 가진 주요 비상장사로는 삼성생명,
삼성석유화학, 에버랜드 등 11개 사에 이르고 있다. 이들 비상장사에 있는 이
회장 소유의 주식 총계는 지금까지 정확한 규모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삼성그
룹의 계산대로라면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의 주식(26%)만으로도 3조 6천2백억
원에 이르듯이, 비상장사들이 상장될 경우 재산 총액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 개인이 직접 소유한 주식만이 아니라 가족, 특수관계인
의 명의로 소유된 주식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재산은 어마어마한 액수에 이
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과정에서 삼성이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의 지분을 늘리는 등 비상장사 계열사들을 이용해 사전 상속을 해 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6년 이재용 등 이 회장의 아들과 딸
명의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들의 지분을 60%로 높였다고 밝혔
다. 주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던 이재용 씨는 31.9% 지분을 가진 에버랜드 최
대 주주가 됐고, 맏딸 부진 씨 등 3명에게도 각각 10.4%씩 62만 주가 돌아간 것
이다. 에버랜드는 이어 지난해 3월 2.25%였던 삼성생명 지분을 1년 사이에
20.7%로 늘렸으며, 이 회장의 20% 사재출연으로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가 됐다.
그래서 삼성은 극비리에 삼성생명 상장을 준비하고 추진해 온 의혹을 받고 있
다.
삼성생명이 그 동안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이건
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출연은 그룹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
가 무색하게,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의 경영권에 대한 안전장치를 이미 마련해 놓
은 것이다. 에버랜드를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만들어 놓고, 그 에버랜드는 이
회장의 자식들이 최대주주이므로 상속문제까지 해결된 셈이다.
이처럼 이건희 회장의 ‘거액의 사재출연’을 통한 부채 청산이라는 깜짝쇼 과
정에서 삼성재벌의 탈법상속과 총수 경영권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 등이 모두 폭
로되고 있다.
삼성재벌의 부도덕하고 천민적인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건설은 지난
해 용산구 도원동을 재개발해 아파트 장사를 하기 위해 ‘적준’이라는 철거 용역
깡패를 동원해 살인적인 강제철거를 자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무고한 철거민을
납치하고, 방화.폭행을 저질러 28세의 젊은 청년 백석호 씨를 전신 3도의 화상
을 입히고 손가락 8개를 잘라내게 해서 평생 불구의 몸으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또 ‘무노조 경영’을 한다고 하면서 삼성시계에서 노조결성을 시도한 김용희 씨
의 경우 깡패를 시켜 김씨의 부인을 성폭행하게 하는 등 가정을 파탄내 놓고,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복직투쟁을 전개한 김용희 씨를 급기야 구속시켜 버리
는 반인륜적인 만행도 저질렀다.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지고 IMF 신탁통치 하에 들어가게 된 것이 부정비리와
투기, 탈세, 주가조작, 방만한 선단식 경영과 무모한 과잉투자 등을 일삼는 천
민재벌들, 특히 5대 재벌 때문이라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김대중 정권도 말로는 재벌개혁을 한다고 떠들어대지 않을 수 없었지만, 결국은
빅딜이란 것을 통해 5대 재벌을 더욱 살찌우게 해 주었다. 이번 삼성자동차 문
제 해결과정은 빅딜이 결코 개혁이 아니라 5대 재벌 살리기임을 다시 한번 명백
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 과정에서 5대 재벌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 지가 다시 한번 확실하
게 드러났다.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 말대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재벌 총수들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 그것도 편법을 통해 내
놓은 척하면서 오히려 이득을 취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식으로 환수되어야 한다.
그리고 총수의 경영권은 박탈되어야 한다. 5대 재벌의 부실경영으로 인한 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화를 공적 자금을 통해 메꾸었으므로 재벌 기업들은 공기업화
되어야 한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실을 메꾸었으니까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삼성자동차 부채 청산을 위한 삼성생명의 상장 문제는 여론의 거센 반발로 뒤
로 미루어졌다. 삼성이나 김대중 정권 모두 부담스러우니까 여론이 잠잠해 지도
록 일단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철회한 것이 아니다. 연기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상장과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는 김대중 정권의 5대
재벌 개혁의 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삼성에 대한 특혜를 통해 삼성자동
차 문제를 처리하고서 재벌개혁이 다 마무리되었다고 할 경우, 김대중 정권은
노동자.민중을 중심으로 종교계, 중간층, 시민운동 등 모든 국민의 저항에 직면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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