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낭자한 인도네시아 민주화의 길

7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민중민주당(PRD) 주최의 평화시위를 군과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해 수십 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160명이 실종됐다.

2천여 명이 운집한 이날 시위는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선거 과정에 대한 항의집회였으며 자카르타 전역을 누비면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선거관리위원회(KPU)까지 행진을 벌인 참가자들은 투표 조작, 표 매수, 협박 등, 온갖 부정

행위를 일삼고 있는 골카르당의 선거참여 자격을 박탈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군의 이중적 기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선관위 앞에서 벌어진 집회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되었는데 소총과 권총, 진압봉, 그리고 최루탄을 가진 경찰들이 출입문을 막고 지키고 있었다. PRD 지도자인 헨드리 쿽은 건물 안에서 집회를 가질 수 있도록 경찰과 협상을 벌였지만 KPU 관계자들은 50명

의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PRD 지도부는 이 협상 내용을 시위 군중에 전달했고 집회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선별적으로 분할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 협상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그리고 선관위의 존재는 인도네시아 민중의 민주화 투쟁의 결과이기에 자신들은 그 안으로 들어갈 권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건물 안에서 연좌농성을 벌일 것을 결정했다.

시위 군중이 건물 안으로 이동하려 하자 갑자기 경찰은 플라스틱 총으로 정면 사격을 했으며 곤봉과 군화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수대가 화염병과 돌을 가지고 잠시 동안 방어를 하는 사이, 시위대는 총격을 피해 후퇴했다. 경찰은 미처 달아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난사를 하면서 거리에 눕혀 폭행을 하기도 했다.

시위대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길가에 정차해 놓은 8대의 트럭 옆으로 수백 명의 기동대와 군인들이 줄지어 서서 사람들을 잡아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50여 명의 사람들이 자카르타 남부 경찰서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맨 앞에 있었던 PRD 국제국장이자 가자마다(Gajah Mada) 대학 학생인 디타 카투라니는 경찰 통제선 뒤로 끌려 들어가 등에 총을 맞았으며 땅에 쓰러진 순간에도 머리과 얼굴 등에 잔인한 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며 매우 심각한 상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PRD 성원인 라트나 판지 세티아완도 위에 총상을 입어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비장 제거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이외에도 부상자 중 한 명은 총알이 그의 몸을 완전히 뚫고 지나갔으며 머리에 부상을 입은 어떤 사람은 기억상실증에 걸리기도 했다.

최소 7명의 사람들이 총을 정면에서 맞고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이 뒤로 도망갈 때 등 뒤에서 총격을 당했으며 100명 이상의 시위대가 경찰봉과 총알 파편, 그리고 구타로 부상을 입었다. 현재까지는 몇 명이 사망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지만 최소한 36명이 4개의 병원에 분산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로 다시 돌아간 PRD

7월 2일 PRD 활동가들이 전날 있었던 경찰의 폭력 진압에 항의 하기 위해 자카르타에서 시위를 벌였고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PRD의 각 지부가 연대행동을 조직했다. 천 명 이상이 모인 자카르타 시위에는 전날에 참석했던 PRD 지지자 대부분이 참석했으며 골카르당의 선거권 박탈과 군의 이중적 기능 종식이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다시 확인했다.

집회에 대한 언론매체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전날의 참사가 인도네시아 주요 일간지의 머릿기사를 차지했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주요 기사로 다뤄졌다.

집회와 행진은 전날과 동일한 길을 따라 진행되었지만, 학생대중조직인 포르콧(Forkot)을 포함해 연대행동을 벌이기 위해 일군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선관위 건물에는 접근할 수가 없었는데, 수백 명의 경찰과 물대포가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관위가 위치한 거리로 들어서자 500명 이상의 경찰이 행진 대오를 둘러쌌고 모든 입구와 출구를 막았

다. 시위대는 전날 시위에서처럼 선관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선관위 간부와의 협상은 헨드리 쿽을 대신해서 PRD 소속 선관위원이 된 아안 루스디안토가 맡았다. 전날 협상을 벌였던 헨드리 쿽은 그날 밤 경찰이 그의 사무실로 쳐들어와 시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며 체포 위협을 해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간부들은 마침내 시위대가 건물 안에 들어오도록 허용했지만 경찰이 이를 막아섰고 결국 선관위 위원장인 루디니가 경찰 통제선 밖으로 나와 시위 군중에게 연설을 했다.

그는 선거부정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선관위가 골카르당의 부정행위를 처벌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선거감시위원회(Panwaslu) 대표인 토둥 뮬랴 루비스도 인도네시아 언론을 통해 부정선거행위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경찰만이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서로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전날 부상을 입은 사람 중 여러 명이 노래와 연호를 하며 환호하는 시위대오 앞에서 연설을 했으며 PRD 연설자들은 그들만으로는 경찰의 탄압과 군의 정치 지배, 그리고 골카르당의 사기극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들은 대중조직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민중들에 대한 정치적 교육을 강화시켜 골카르당을 물리치고, 수하르토의 하야 이후 시작된 민주화 혁명을 완수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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