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5대 재벌 총수 체제 해체하라!

신 인 철

이 땅의 노동자·민중들이 IMF 신탁통치 하에서 대량실업과 생존권 파괴, 더

나아가 인간성마저 파괴당하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

지배세력들은 오히려 더욱 배를 불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온갖 천민적인 행태

로 나라경제를 파탄 낸 장본인인 재벌 총수들은 뻔뻔스럽게 총수 자리를 유지하

고 있을 뿐 아니라, 덩치는 더욱 비대해졌고, 여전히 천민적 행태를 일삼고 있

다.

재벌총수들의 사고방식은 현재 전경련 총수이자 대우재벌의 총수인 김우중 회

장의 발언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IMF 신탁통치를 맞이하여 경제불

황이 심화되고 있던 98년 7월, 김우중 회장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총체적 경

제위기가 아닌 외환·금융위기일 뿐인데도 마치 대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

해 빚어진 것처럼 잘못 비춰지고 있다. 대기업체제가 유지되지 못할 경우 21세

기 우리나라 자본주의 체제는 위험에 빠져들 것”이라며 적반하장격으로 재벌개

혁에 대하여 오히려 강도높게 비판하고 반발하기까지 하였다. 더 나아가 “우리

에게 다른 선택은 없다. 대우는 확장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며,

그 동안의 천문학적인 차입경영, 문어발식 확장 및 선단식 운영을 고수할 것임

을 분명히 하였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김우중 회장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며

확장전략을 계속하였다. 김우중 회장은 93년부터 ‘세계경영’을 한다면서 ‘부채

도 자산’이라고 당당하게 말해 온 바 있다.

또 김우중 회장은 얼마 전 50명의 계열사 사장에게 사표를 내게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였다. 주식회사의 어떠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하루아침에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수리되었

다. 그리고 김우중 회장은 이 가운데 선별해서 사장들을 재배치하였다. 이 과정

에서 재벌체제란 자본주의의 최소한의 절차인 주주총회 의결마저 무시되는 총수

1인 체제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초인적인 부지런함과 탁월한 감으로 ‘대우 신화’를 창조했다는 김우중

회장의 대우체제는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우는 98년 말에

부채가 59조 8천억 원으로 1년 사이에 17조 1천억 원(40%)이나 증가했다. 또 작

년 4/4분기 이후 대우는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을 상환하기 힘들 정도로 자

금난이 심화되어 일부 금융기관의 협조로 간신히 기업어음 만기연장 조치를 받

아 부도를 모면하고 있을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해외법인을 포함하여 대우그룹 전체의 자금사정과 정확

한 부채 규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 김우중 회장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대우는 세

계경영을 선언한 93년 당시 150개에 불과하던 해외 네트워크가 98년 말에는 총

589개에 이르고 있는데, 해외에서 차입한 부채의 무도 모르고 있다고 한다.(금융감독위원회가 5월 20일 발표한 결합재무제표 작

성 지침에 따르면 대우는 국내 37개를 포함하여 해외법인을 합쳐 총 248개 사에

대하여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대우재벌이야말로 이 땅의 재벌총수 1

인 체제의 전근대성과 비합리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김대중 정권의 5대 그룹 구조조정으로 재벌총수 체제는 과연 개혁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김대중 정권이 지난해 말 재계와의 간담회를 통하여 합의

한 5대 재벌 구조조정으로 5대 재벌은 전체 계열사 264개를 절반 가까운 130개

정도로 정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오히려 재벌

의 경제지배력은 지난 1년 반 동안 더욱 강화되었다. 외형상, 형식상으로만 바

뀌고 있을 뿐이다.

현대는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분가(分家)를 통해 후계구도를 완성시켰다. 차남

정몽구는 자동차, 5남 정몽헌은 전자와 건설, 상선과 종합상사, 7남 정몽윤은

해상화재, 3남 정몽근은 금강개발산업, 6남 정몽준은 중화학을 가지며 소그룹으

로 분리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과 삼성생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이미 장남 이재용에게 삼성그룹을 물려주는 후계구도체제

를 완료하였다.

이렇듯 5대 재벌의 구조조정은 사업성이 없는 부실 덩어리의 계열사는 퇴출시

키거나 빅딜을 한다고 하면서 재벌총수와 그 일가들의 소유.경영권은 고스란히

유지·강화하면서 오히려 후계구도를 완성시켜 주고 있다. 재벌그룹이 몇 개의

소그룹으로 분화된다고 하여 재벌이 개혁되는 것인가? 아니다. 이전에도 삼성은

제일제당, 한솔, 신세계로 소그룹화 하였고, 현대는 한라와 금강으로 소그룹화

한 바 있다. 이러한 계열분리와 소그룹화는 형식상 독립적인 그룹으로 분리하면

서 실제로는 협력체제를 유지하는 위장체제로서 사실상 재벌그룹 일가의 상속과

후계체제에 불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IMF 신탁통치 이후에도 5대 재벌은 여전히 천민적인 행태를 일삼

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우선 현대의 정주영 일가의 행태를 보자. 최근 검

찰이 현대전자의 주가조작을 조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과 정씨 일가의 2세 경영인들과 현대 계열사들이 현대전자를 통하여 주가를

조작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98년 5월부터 11월까

지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시세조종 주문을 2,159회에 걸쳐 수탁 받아 처리하

였다. 이렇게 현대전자의 주식가격을 폭등하게 하고는 정주영은 80만 주 이상

을, 정몽준은 8만 주를, 정몽헌은 296만 주 이상을, 정몽규는 6만 5천 주 이상

을, 정몽근은 6만 4천여 주를 각각 매각하였고,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정

공 등 계열사들도 2천 6백만여 주를 매각하였다. 이런 수법으로 정씨 일가와 현

대 계열사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런데 현대 계열사들이 매각한 주식

은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조성된 펀드가 사들였고, 결국 주가조작에 따른

손실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떠넘겨질 것이다. 특히 현대증권에서 발행하는 ‘바이

코리아 펀드’는 5.2%에 달하는 자금을 현대전자에 투자하였다고 한다. 일반 투

자자들의 자금이 재벌총수 일가와 계열사들의 사금고가 되어 재벌총수 일가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 현대그룹만 이러했겠는가? 삼성그

룹 등 5대 재벌은 모두 수 개의 펀드와 투자신탁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재벌들이 수익성이 높은 알짜기업을 먹어치우는 탐욕스러움도 여전하다.

LG그룹의 데이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지난 5월 6일 정보통신부는

LG그룹의 데이콤 지분 제한(5%)을 전격 철회하였다. 그런데 데이콤에 대한 LG의

지분 제한은 LG그룹이 96년에 PCS사업권을 따내는 것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스

스로 정한 것이었다. 이 지분 제한을 철폐한다면 LG그룹의 PCS사업권도 마땅히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96년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데이콤에 대한 어떠한 형

태의 실질적 경영권 확보 시도도 포기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PCS사업에

대한 허가 취소를 포함한 정부의 어떠한 법적, 행정적 조치도 감수할 것임을 서

약”한다는 각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LG그룹은 LG정보통신 등 8개 자회사를 통

해 데이콤 주식의 9.7%를 차례로 매입하였고, 전 계열사, 부품수급 등 거래회

사, 친인척 등을 동원하여 22.3%를 매입함으로써 데이콤의 최대 주주자리를 장

악했다. 사실상 데이콤의 경영권이 LG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탈세상속, 투기, 주가조작 등 천민적인 축적과 문어발식 확장, 중복과

잉투자, 차입경영을 일삼는 재벌체제의 심각성과 그 폐해는 그 동안 누누이 제

기되어 왔으며, 60%가 넘는 국민들이 재벌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김대

중 정부도 국민여론에 떠밀려 재벌개혁을 한다고 주창해 왔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현재 재벌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할 재벌총수 체제는 오히려 합법화되고,

강화되고 있다. 5대 재벌의 총수는 지분을 겨우 1.7%만 가지고도 계열사들을 지

배하고 있다. 출자총액 제한이 철폐되어 계열사끼리 순환출자를 하여 내부지분

율이 53.5%로 늘어나면서 총수의 계열사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

다. 이러하니 대우의 김우중 회장처럼 사장단에 대한 일괄사표를 받아내는 독재

가 여전히 가능한 것이다.

지난 1년 반 동안의 재벌개혁의 결과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전문

경영인에 의한 기업 운영이 아니라 총수의 감과 판단에 따라 운영되는 재벌총수

체제가 해결되지 않는 어떠한 재벌개혁도 허구일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자본주의 하에서 주주는 투자한 만큼의 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는 유한책임을

져도 되지만, 경영자는 무한책임을 지고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경영진이 회

사를 부실하게 해서 부도가 나면 사장에서도 물러나고 쇠고랑을 차고 있다. 또

뇌물을 받아 한보철강에 부실대출을 했던 제일은행의 이철수, 신광식 전 행장

등은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이고 구속까지 되었다. 또 400억 원의 개인재산

을 제일은행에 배상하도록 판결이 내려졌다. 이처럼 경영을 잘못한 경영인이 자

리에서 물러나고 경제적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로도 상식

에 속한다.

따라서 나라경제를 파탄내고 노동자가 피땀으로 키워낸 기업을 거대한 부실

덩어리를 만든 5대 재벌의 총수들은 총수직에서 사퇴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실화

시킨 만큼의 재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후 먹고 살 만큼의 재산을 제외한

모든 재산은 부실경영을 메우기 위해 환수되어야 하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의 재산은 계열사 주식지분 등 금융자산, 부동산, 현금 등으로 구

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금융자산의 규모는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추정이

가능한 것은 상장사에 대한 지분 정도이다. 한 주간지가 상장사 지분을 토대로

5대재벌 총수들의 재산을 조사해 봤더니, 이건희 4,706억 원, 아들 이재용은

1,384억 원, 현대의 정주영은 1,869억 원, 정몽구는 1,302억 원, 정몽헌은

3,008억 원, 대우의 김우중은 1,879억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비상장 계열사

와 총수나 가족의 위장 지분 등을 합치면 그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재벌 총수

들만이 알고 있다. 이번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 파동 과정에서 드러났듯

이,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주식만으로도 3조 4천억 원이나 되지 않는가? 그래

서 재벌총수들의 재산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벌기업을 부실화한 책임을 지고 재벌총수는 마땅히 사재를 출연하여 부실화

를 배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것은 이미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

했고, 재계와 대통령간담회에서도 합의한 ‘총수재산에 의한 부채상환’에도 부합

되는 것이다. 또 수천억 원 이상의 계열사 상장주식과 수조 원대의 비상장 주식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처분하면 부채를 일정 정도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래서 5대 재벌부터 시작하여 재벌총수의 1인 체제의 해체가 재벌개혁의 출발점

이 되어야 한다.

재벌총수 체제가 해체되어야 기업지배구조의 개혁도 가능하다. 선단식 운영,

과잉중복투자, 비합리적 결정구조 등은 모두 총수 체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총수 체제를 해체시켜야 비로소 전문경영인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 총수 재산으

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에는 국가가 은행을 통해 국민의 세금으로 부채를

탕감해 줄 것이 아니라, 부채를 출자로 전환하고 주식을 국가가 갖는 공기업으

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재벌총수 일가 대신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하여 경영을

맡겨야 한다. 그리고 과거의 관치금융처럼 썩어빠진 관료들에게 기업 경영이 좌

우되자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선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노동자의 경

영참가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경유착에 따른 부정비리 등을 방

지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은 최근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고자 노동자.민중의 참개혁의 요구

에 밀려 재벌개혁이 미진하다고 하면서, 삼성, 현대 등의 주가조작과 주식증여

및 탈세상속 등에 대하여 수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심지어는 5대 재벌의 대변

기관인 전경련의 부설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도 실패 경영진의 사퇴와 총수

경영간섭 중단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재벌총수

체제가 확실하게 해체되어야 하는 것이다.

퇴출에 맞서 1년 넘게 투쟁하고 있는 현대중기산업 노동자들은 현대중기산업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위하여 각계각층과 함께 “현대재벌 해체와 정주영 퇴진”을

요구로 내걸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기산업 노동자들은 구호를 외칠 때

마지막에 ‘정가일가 구속’을 외치고 있다. 이제 재벌그룹의 노동자들이 앞장서

서 재벌을 해체시키는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노동자.민중이 앞장

서고, 중간층, 종교계, 지식인, 시민운동 등 모든 민주세력이 함께하여 5대 재

벌 해체 투쟁에 힘차게 떨쳐 나설 때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