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 업체 ㈜대교의 노-사 갈등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으로 해결되는 듯하다가 회사쪽의 `변형근로’도입 등 편법행위로 다시 증폭된 사건(<한겨레> 19일치 13면)은 신노사문화를 지향한다는 우리 노동현장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지난해 3월 대교에 노조가 설립된 뒤 계속 대립해온 노-사는 올 해초부터 벌인 10여차례의 임금교섭이 결렬되자 중앙노동위의 조정을 통해 지난 6월 14일 `임금을 동결하되 시간외근로수당은 지급 ‘하기로 합의했다. 근무시간 개선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협의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회사는 합의 며칠 뒤 `변형근로제’를 도입해 초과근로시간이 발생할 여지를 없앴다. 출근시간을 늦춰 야근을 없앤 것이다 . 이로써 중노위가 직접 나서 조정한 합의안은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시간외수당이 발생하지 않게 되고, 따라서 근무시간 개선의 필요성도 없어진 것이다.

노조는 즉각 `합의안을 회사가 무시했다’고 반발했지만, 회사는 `합의사항을 깬 것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당연히 근로시간 개선 노사협의회도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중노위의 태도도 문제다. 한차례 조정에 나선 것으로 자신들의 임무는 다 끝났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조정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노-사 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합의안을 깨더라도 중노위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문제는 노동부에 고소·고발해 처리할 일”이라고 책임을 피해갔다.

대교노조에는 공개된 조합원과 비공개 조합원이 나뉘어 있다고 한다. 일반 조합원 명단이 알려지면 회사가 갖은 방법으로 조합 탈퇴를 종용할 것이 라는 불신 때문에 간부 30여명의 명단에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사간 불신이 이러하고 중노위의 조정도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천년의 신노사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저 자] 신기섭 기자

[출 처] 한겨레신문

[발 행 일] 1999.07.20

[발 행 처]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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