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의 언론대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205회 임시국회 대정부 질의와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 오홍근 국정홍보처장 등 새 정부의 언론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인사들이 ‘기사를 빼달라’‘제목을 바꿔달라’는 편집권 간섭과 함께, 심지어 모 방송사 인선에도 압력을 넣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 언론의 협조를 구하겠다’던 천명과 달리, 과거와 같은 언론통제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여권내부에서조차 이들의 언론간섭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MC 전격교체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지원 장관에 대해 제기한 의혹은 △지난 6월24일 MBC 보도국장에 전화를 걸어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시위를 다룬 내용을 뉴스데스크에서 방영하지 않도록 보도자제를 요청해 기사가 빠졌다(본지 289호 참조) △지난 3월 공보수석 재임시절 비서관(박준영 현 청와대 공보수석)을 통해 YTN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인을 전무로 앉힐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지난 3월8일 MBC 사장으로 호남출신이 결정되자 SBS 사장으로 추인받을 예정이었던 호남 출신 사장선출이 정부의 압력으로 막판에 뒤집혔다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의 여성 MC를 특별한 이유없이 중도하차시키고, 여권 고위인사와 친분을 유지해온 인물의 아내로 교체해 노조에서 ‘비상식적인 외압으로 공영방송을 말살하려는 행위’라며 ‘해당 간부의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한 사건 △MBC 유아프로그램인 <뽀뽀뽀>에 ‘제이와 건국이’라는 제2건국 홍보코너를 신설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 등이다.
강용식 의원은 “언론 장악 음모와 의혹의 중심에 박지원 장관이 있다”며 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언론사 전화 녹음돼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스크린쿼터 관련해 MBC 보도국장과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으며 △YTN에 전무를 추천한 것은 공보수석으로 옳지 않은 일을 했지만 사과할 일은 아니며 △SBS 사장인사에는 개입한 적이 없고 △<출발 비디오 여행>과 <뽀뽀뽀>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경재 의원은 “장관의 방송에 대한 간섭, 인사에 대한 간섭, 언론사에 이것 넣어라 저것 빼라는 간섭에 대해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모 편집국장과 정치부장이 박 장관이 공보수석 시절에 직접 전화한 것을 녹음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녹음 내용을 공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대해 “현직에 있는 언론인들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거듭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오홍근 처장도 언론사에 전화
또한 오홍근 국정홍보처장과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성범 의원은 “오홍근 국정홍보처장이 지난 6월15일 오후 16일자 가판이 나온 직후 모 일간지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탄 맞은 햇볕 최대 위기’란 제목을 바꿔 달라고 해서 결국 ‘햇볕 바다로 가라앉다’로 바뀌었다”며 “국정홍보처장이 언론사 부장에 전화를 한 것은 단순한 협조요청이냐 압력이냐”라고 따졌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전화를 걸어 제목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는 협조요청이었고 사정하는 것이지 압력을 넣거나 장악하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박준영 공보수석은 박 장관이 수석으로 재직시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YTN에 모 인사를 전무로 추천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 부담줘
이같은 언론 간섭 논란에 대해 국민회의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이 수석으로 재직시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반론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말한 원칙을 지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이나 제목이 명백히 사실을 왜곡시켰다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법도 있고, 또 법적으로 정정 받을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는데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정책 책임자들의 언론간섭 논란은 국민의 정부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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