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밤,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이하 지하철노조) 3.16광장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지난 4.19 총파업이 어렵게 끝을 맺고 난 뒤 공사측과 정부는 현장에 전투경찰 상시파견 등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노사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징계, 해고를 자행하는 등 노동조합 말살책동을 펼쳐왔다. 이에 맞서 지하철노조에서는 노동조합 정상화와 기합의된 노사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7월 17일을 기해 재파업에 돌입할 것을 천명한 것이다.

저녁 7시 30분으로 예정되었던 비상조합원총회는 8시가 넘어서야 시작되었다. 조합원 2000여 명과 학생, 단체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는 시작되었고, 총회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많은 조합원들이 사복투쟁 등을 벌이며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16일밤 12시 까지의 상황

이 날은 의보노조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또한 방송사노조도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지회장들의 발언과 의보노조 노래패의 연대공연 등 조합원 총회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밤 10시 30분까지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을 시의 계획대로 조합원은 지침에 따라 파업을 준비하기 위한 이동을 시작하였다. 조합원들은 성수역으로 집결하여 옥쇄투쟁을 준비하였고 학생동지들은 인근 세종대로 집결하여 연대투쟁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밤 12시를 넘기면서 극적으로 교섭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성수역에서는 조합원 1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교섭결과를 보고하였고 조합원들은 생각보다 큰 교섭결과의 성과에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다.

교섭 상황

교섭은 팽팽한 긴장속에서 진행되었다.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진행된 교섭에서는 노조의 요구안을 제시하였으나 합의는 될 것같은 분위기속에서도 합의수준의 견해차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서울시와 공사측의 합의안은 구체적이지 못한 추상적 문구만 가득했다.

밤 10시부터 재개된 2차교섭에서 고건시장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들은 노조는 최종안을 확정하면서 “성수역으로 이동할 것”을 위원장 지침으로 내려보냈다. 11시 경에 속개된 회의에서 노조에서는 노동조합의 최종안을 가지고 수용여부만을 상정하였고, 만일 또다시 서울시와 공사측에서 기만적인 술수로 합의를 추상적으로 가져갈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결국 고건 시장과 손장호 사장은 노동조합의 투쟁의 결연한 의지에 눌려 밤 11시 30분 경 극적으로 합의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교섭타결 후 뒷풀이 가져

이번 투쟁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투쟁이라는 것은 지도부만이 아니라 조합원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과연 파업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열차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옥쇄투쟁과 선로점거라는 전술은 정말로 열차를 멈추는 진짜 파업을 위한 전술이었으며 그만큼 의지를 가지고 준비한 것이었다. 하기에 정부와 공사측은 큰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쟁취한 교섭성과 또한 지도부를 비롯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큰 성과였다. 지난 94년 파업때 압류당한 노조비의 반을 돌려받는데 2년의 투쟁이 필요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투쟁의 성과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투쟁이 끝나고 나서 새벽 2시부터 3.16광장에서는 걸판진 뒤풀이자리가 마련되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 고영주 사무총장 등이 함께 한 이 자리에서 지하철노조 김명희 위원장은 “투쟁하면 쟁취할 수 있다”며 “조합원을 비롯한 모든 동지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라고 말하고, 모두들 “얼쑤, 상사디여”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뒤풀이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교섭의 내용과 성과>

다음은 ‘서울지하철 노사정 합의서’와 ‘회의록’ 전문이다.

서울지하철 노사정 합의서

서울시, 지하철공사, 지하철노동조합은 지난 4.19 파업으로 인해 실추된 상호 신뢰회복을 위해 노, 사, 정이 참석하여 새로운 노사평화 정착과 서울시, 지하철공사의 발전, 시민에게 신뢰를 주는 대중교퉁 운영주체로 거듭나기 위하여 노, 사, 정은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단협 및 기 노사합의 사항은 8월 30일까지 이행한다.

2. 노동조합비에 대한 가압류는 노조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7월 19일까지 일반 회계분을 해제한다.

3. 4.19 파업관련 징계는 파업지도부로 최소화하며 사법기관 계류중인 자는 사법처리 종료후 사규에 근거 형평을 맞춰 처리한다.

4. 공사의 경영개선 및 지하철개혁을 위한 구조조정은 조속한 시일내에 99임단협을 개최하여 논의한다.

1999. 7. 16

서울시장 고건,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손장호,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직무대행 김명희

노사정 3자교섭 회의록

1. 대의원으로서 파업결의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소, 고발된 자는 대의원 신분의 안정을 위하여 최단시일 내(8.14) 종결처리 되도록 한다.

2. 합의서의 노동조합비 가압류 해제분은 노동조합비 50%로 한다.

3. 파업이전 조합원총회 참석자에 대한 근태는 정상근무 처리한다.

4.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형평을 맞춰 처리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경징계,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는 중징계 한다는 뜻이다.

1999. 7. 16

서울특별시 교통관리실장 차동득

서울지하철공사 사장 손장호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직무대행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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