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보수대통합을 통해 신권위주의로 나아가는 김대중 정부
김대중 정부가 정계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 합당을 통한 대통합(소위 ‘2+α방식’의 정계개편)이 자민련내 충청권 의원들
의 반발로 일단 무산되자, 곧바로 국민회의를 대폭 확대·재편한 신당을 창당한
다음 그 힘을 가지고 2차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단계적인 전략으로 전환하여 정
계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22일 오후 전남 광양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계개편의 방
향에 대해 “신당 형태가 될 지, 우리 당(국민회의)의 확대 개편 형태가 될 지
모르겠으나 각계의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해 신선한 피를 수혈함으로써 당이 새
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회의 이만섭 총재권한대행도 다음
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8월 전당대회를 대신해 당중앙위원회를 소집, 신당
창당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내달 말 중앙위를 열어 신당창당
을 공식 결의하고 당 핵심인사들과 각계 영입인사 대표들로 창당준비위를 구성,
본격적인 창당준비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정계개편의 방향과 관련하여 김대중 정부는 ‘전국정당화’와 ‘보수-개혁 통합’
이라는 두 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정당화’의 핵심은 대구·경북(TK) 세력 끌어들이기이다. 이를 위해 김대
중 정부는 일찍부터 이른바 ‘동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
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엄삼탁, 권정달 등 5·6공 세력을 영입
하고 전두환 세력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제휴관계를 구축해 왔다. 박정희 전 대통
령에 대한 재평가와 기념사업 지원도 TK 끌어안기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에도
김대중 정부는 대구 출신의 이만섭 씨를 총재권한대행으로 내세우는 한편 이수
성 평통 부의장, 이수인 의원은 물론 소위 TK의 대부라는 신현확 전 총리를 끌
어들이려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TK 세력과의 연합을 추
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자민련과의 합당을 추진함으로써 호남-충청-대
구·경북을 연결하는 지역연합을 완성한다는 것이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는 정계
개편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조순 전 서울시장을 영입하여 지역연합을
강원도로까지 확장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회의는 이번 신당 창당 과정에서 과거의 ‘재야세력’, 소장
학자 그룹, 시민운동세력 및 법조, 환경, 재계 등 각계 전문가를 대거 수혈하겠
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도 ‘과거처럼 공천을 위해 몇몇 사람을 영입해 장식용으
로 배치하는 형식에서 탈피해’ 개혁중심세력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기존 국민회
의와 세력 대 세력의 통합 형태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
로써 TK -자민련-한나라당 영입세력을 한 편으로 하고 재야 및 소장파 전문가
그룹(소위 젊은 피)을 한 축으로 하는 ‘보수-개혁 연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의 통치기반과 정치지형으로
는 신자유주의를 관철해 나가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IMF 이후 누적되어온
민중의 고통과 분노는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저항투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
러한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는 민주적 개혁과 민중생존권 보장을 통해 국민적 지
지기반을 넓히는 길보다는 탄압을 통해 민중의 저항을 제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여 식민지적-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이렇게 민중의 저항을 제압하려면 지배세력을 폭넓고 강력하게 결속해야 하는
데 지배세력 안에서도 헤게모니가 흔들리고 있다. 민심이반으로 서울 송파와 인
천 계양 보궐선거에서 참패하였고 자민련 내에서도 동요가 나타나고 있다. 김대
중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선 지배세력을 결속하고 통합함으로
써 통치기반을 강화하고자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는
‘보수-개혁 연합’이라고 하고 있지만 실상은 ‘보수세력 내 수구-개혁 연합’, 즉
보수대통합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식민지-신자유주의적 구조개편에 대한 민
중의 저항을 정치적으로, 물리적으로 억압하는 신권위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바로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어 김대중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정계개편을 ‘장기집권음모’로 공격하면서 민주산악회 재건을 통해
부산-경남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래서 이른바 ‘후 3김
시대’의 도래가 이야기되고 있다. 또다시 지역대결 구도를 부추기는 3김 정치로
의 퇴행이 현실화될 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그야말로 극에 달하게 될 것
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성정치에 대한 민중의 불신은 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권위주의와 파시즘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만약 정계개편이 김대중 정부의 의도대로 관철되어 갈 경
우 우리 노동자·민중은 수구세력의 준동과 권위주의화라는 정치적 위기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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