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방송법 제정을 요구하며 보름 이상 진행된 KBS와 MBC 노조의 연대파업이 막을 내렸다. 이번 파업은 방송위원회 노동조합까지 가세한 사상 유례없는 장기간의 연대파업이었고, 20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방송노련의 파업을 지지하는 등 사회적인 파장도 적지 않았으나 오히려 더 많은 숙제를 남긴 파업이었다.
보름간의 파업 끝에 정부여당과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 내었으나 그 타협의 내용에 새로운 것은 없다. 대부분 정부여당 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속에서 한 두 군데 부분적인 손질만이 가해졌다. 이런 내용이라면 보름간의 연대파업의 명분이 도대체 찾아지기 어렵다. 또한 20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하는 시점에서 서둘러 정부 여당과 합의를 한 것도 석연치 않다. 노조집행부의 지도력이 큰 손상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방송노련의 대의원들은 현 집행부를 재신임하고,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어 끝까지 성공적인 결말을 이끌도록 촉구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겨진 숙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일이다. 방송의 사회적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지 않더라도 방송법 제정에는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방송법 제정이 늦어지고, 하나로 결집된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각계 각층에 얽힌 이해관계의 공통분모이자 기준은 무엇인가?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란 사실이다. 방송노련의 이후 활동이 자사 이기주의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시청자 그들을 위한 투쟁을 벌여나갈 때다. 현안대로 방송법이 통과할 경우 시청자 참여의 폭이 대폭 확충된다고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단계이고, 터무니없는 시청률 경쟁이나 <옴부즈맨 코너>까지도 자사 홍보에 활용하는 파행이 지속된다면, 방송노련이 아무리 정당한 파업을 한다해도 시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방송이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비롯한 영상문화 전반을 급속히 통합하면서 영상문화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방송의 내용이 풍부해지고 그 질이 향상되기 위해선 방송 밖의 영상문화가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방송으로부터 제공되어야 한다. 이 역시 방송의 중요한 공익성이다.
우리는 방송노련이 이후 남겨진 투쟁에서 승리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충고 아닌 충고는 방송노련에 대한 진심 어린 연대의 또 다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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