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인권연대(대표 임태훈 외 32명)는 7월 28일 오후 동성애 관련 교과서 내용에 대해 교육부에 수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문제가 된 교과서는 1998년에 개정된 교육부 발행 고등학교 <국민윤리>와 <교련>,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이 발행한 <성과 행복>이라는 성교육 교과서이다. 이 교과서는 동성애를 성도착증이나 이상 성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성애자를 에이즈의 주범으로 오도하는 내용을 싣고 있다. 특히 <국민윤리> 교과서는 ‘19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성도덕이 문란해지면서 동성애가 그중 한 형태로 늘어났으며 이것은 상업주의에 기인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교련> 교과서와 <성과 행복>이라는 교과서는 에이즈가 동성애 성행위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나, 에이즈는 성적 지향성에 관계없이 보균자와의 성행위에 의해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며, 실제 기록상으로 보아도 이성애 성행위에 의한 감염자가 훨씬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정신의학회(APA)는 동성애를 더 이상 질병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위 교과서가 묘사하는 것처럼 동성애는 성도착이나 변태성욕이 아니다. 동성애자는 단지 성적 대상이 동성이라는 점에서 다를 뿐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상기 교과서는 동성애·동성애자를 마치 성도착이나 변태성욕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고등학교 성교육 교과서의 교사용 지침서에서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교과서는 이에 관한 내용은 전혀 수록하고 있지 않다. 교육부는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 지향성으로 보고 있는 세계적 흐름을 무시한 채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교과서 내용은 동성애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교과서로 교육받는 청소년 동성애자에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 수치심과 모멸감을 조장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비관자살까지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아직 통계결과가 없지만 미국 후생성 통계발표에 의하면 동성애 정체성을 비관한 자살율이 일반 청소년 자살율의 6배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동성애자에 관한 잘못된 편견을 청소년들에게 내재화시켜 각종 혐오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를 만들어낼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판단하에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이석태 외 변호인단(덕수합동법률사무소)에게 의뢰하여 위와 같은 교과서 내용을 수정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한 것이다.
이번 수정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이것을 성적소수자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치 않는 비민주적이고 야만적인 억압으로 규정, 타 동성애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법적 대응을 비롯한 모든 가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 관련된 실제 교과서 내용.
‘1980년대 이후에 우리 사회의 성도덕이 크게 문란해지고 있다. 특히 여성의 성을 매개로 한 향락 산업이 번창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인신 매매범이나 가정파괴범이 늘어나고 있다. 에이즈, 동성연애, 매춘, 성폭행, 마약, 음란 비디오, 저질 만화 등이 늘어나면서 성도덕의 문란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가치관의 혼란과 성을 상품화하려는 상업주의에서 기인하며, 개인적으로는 성에 대한 무지와 그릇된 성 윤리관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교육부 발행. 고등학교 윤리, p105-106. 1999. 3. 1.)
‘동성애는 자신과 같은 성에 대해서만 성적 관심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동성간의 사랑이나 성행위는 에이즈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도를 지나친 성도착증, 이상 성욕 등은 청소년이나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인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건전한 성 의식과 성 역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 발행. 고등학교 교련 p268. 1999. 3. 1.)
‘에이즈 감염은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 접촉, 동성연애자, 무분별한 이성간의 성 행위자, 마약중독자,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의 수혈이나 오염된 주사를 맞은 사람,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체에서 태어난 태아에게서 발견된다.’ (교육부 발행. 고등학교 교련 p270 1999. 3. 1.)
‘에이즈 예방대책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이다. 성 접촉으로 인한 감염 예방을 위해서 문란한 성행위를 삼가고, 동성연애자, 약물복용자, 매춘 행위자 등과의 관계를 피해야 하며 깊은 입맞춤도 위험하다.’ (서울시교육청 발행. 성과 행복, p82. 1998. 3. 2.)
‘우리나라에서는 불건전한 이성 교제에 의한 성교, 동성애, 성폭력, 성도착증 등을 성적 문제 행동으로 본다.’ (서울시교육청 발행. 성과 행복. p83. 1997. 10. 1.)
‘매매춘이나 동성 간의 성관계와 같은 불건전한 성문화는 건전한 성문화를 왜곡시키며, 여러 가지 성병, 특히 에이즈(AIDS)와 같은 무서운 병의 전염 경로가 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발행. 성과 행복. p85. 1997.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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