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김우중 회장을 즉각 구속하고 김우중 총수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
신 인 철
지금 ‘대우쇼크’가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자산 규모로 국내 제2위의
재벌그룹인 대우가 사실상의 파산상태에 빠진 것이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대우
그룹의 부채 액수만 우리나라 1년 예산과 맞먹는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놓고 정부, 초국적 자본, 대우그룹, 그리고 학자나 언론에 이르
기까지 저마다 연일 이러저러한 해법과 대안을 내놓고 있다. 출자전환을 해야
하느니, 채권자도 책임이 있으니까 부채탕감을 해야 하느니, 알짜기업을 매각해
야 하느니, 공적자금을 투여해야 하느니, 대우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
야 하느니 등등의 방안들이 추진되거나 거론되고 있다. 대우 그룹의 구조조정을
대우가 주도할 것인가 채권단이 주도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대우그룹 자체는 물론이고 정부나 초국적 자본, 전문가, 언론이 내놓
는 거의 모든 해법은 공통적으로 김우중 회장과 그 총수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적어도 파산사태를 해결하는 소위 ‘구조조정’까지는 김우중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김우중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6개월 안에 대우를 정상화시키지 못할 경우는 물론이
고 정상화시키더라도 그 다음에는 무조건 퇴진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정상화된 다음) 김우중 회장의 진퇴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쪽으
로 흐르고 있다. 대우그룹이나 재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초국적 자본을 대변하
는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소장, 그리고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민주노조운동 일각에서도 원칙적으로는 김우중
의 책임을 물어서 경영권을 박탈하지만 지금 당장 김우중이 물러나면 대우그룹
이 무너지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김우중 회장과 총수체제가 유지되는 데 대해 방
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대우그룹 사태의 해결은 김우중을 즉각
구속시키고 김우중이 만들어 놓은 총수체제를 전면적으로 해체하는 데서 출발해
야 한다. 이것을 전제로 하지 않은 모든 해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 될
것이다.
김우중 총수체제가 유지될 정당성이 하나도 없다.
김우중 식 세계경영은 대우그룹을 파산시켰고, 국민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조차도 “이 나라를 IMF 관리체제로 몰아넣
은 한보와 기아사태가 파도 정도라면 대우는 해일에 버금가는 정도”라고 실토할
정도이다. 부채의 규모만 보더라도 한보나 기아에 비해 최소한 6-7배가 넘는 어
마어마한 것이다.
한보의 정태수 회장이나 기아의 김선홍 회장은 총수자리에서 쫓겨났으며 쇠고
랑을 찼다. 그런데 왜 김우중은 회장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는가? 경영을 잘못했
지만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뇌물을 주어도 더 많
이 주었고, 탈세를 해도 더 했으며, 투기를 해도 더 많이 했다. 김우중 회장이
역대 독재정권과의 유착에 힘입어 지금까지 고속성장을 해 왔다는 사실은 천하
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양적인 측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정태수와 김선홍
보다 몇 배나 큰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이것만으로도 김우중 회장은 즉각 퇴진
하고 구속되어야 마땅하다.
어디 그뿐인가? 총수체제는 그 자체가 불법이다. 이른바 ‘그룹회장’이라고 불
리는 재벌총수는 법적으로 어떤 근거도 없는 자리이다. 그런데도 실제로는 무소
불위의 권한을 휘둘러 온 것이 재벌총수이다. 김우중과 왕당파로 이루어진 대우
그룹의 총수체제는 그 전형이다. 얼마전 김우중은 그룹 내 계열사 사장 전원에
게 사표를 강요해 그 중 33명을 갈아치웠다. 주주총회나 이사회와 같은 기업의
공식적인 의결기구도 거치지 않은 채! 오늘날의 위기를 불러온 차입경영, 세계
경영도 김우중 총수체제의 이러한 전횡과 독단의 결과인 것이다.
겨우 3.9%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인 김우중 회장은 그룹 계열사간에 상호출
자를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틀어쥐고 사장단과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
으로 채웠다. 그리고는 이 ‘왕당파’들을 통하여 인사와 투자결정에 대한 전권을
행사했다. 그룹 전체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든 것이다.
이처럼 김우중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총수체제를 가지고 일상적으로 불
법행위를 저질러 왔으며, 그 결과로 대우그룹과 협력업체 노동자의 생존권은 물
론이고 나라경제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오로지 거대 그룹의 총수라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구조조정을 맡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김우중 총수체제 유지는 김우중을 얼굴마담으로 해서 노동자를 대량 정리해고
하고,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 대우의 기업들을 헐값에 초국적 자본에게 팔
아 넘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저지른 잘못만으로도 김우중 총수체제는 자리에 앉아 있을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 김우중 총수체제는 즉각 해체되어야 하고 김우중은 구속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다. 대우그룹 파산사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김우중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 김우중 총수체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
는 대우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
키면서 주요 대기업을 모두 초국적 자본에게 넘기는 방향으로 갈 것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가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아무런
정당성도 없는 김우중 체제를 유지시켜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점은 최근 대우와 채권단 사이의 역할분담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
우―여기서 대우는 곧 김우중 총수체제이다―는 ‘내부 구조조정과 외자유치’를
맡고 채권단은 ‘부채정리와 계열분리’를 담당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내부 구조
조정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주요 계열사들을 초국적 자본에 헐값으로 팔아 넘기는 것
이 아닌가? 바로 그런 역할을 김우중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악역을 김우중에
게 맡기면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는 손 안대고 코를 풀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김우중을 당분간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우중
은 그런 악역을 떠맡음으로써 자신의 살아날 수 있는 구멍을 찾으려 하고 있다.
한두 개 회사라도 자신의 몫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속셈인 것이다. 제프리 존
스 미국 상공회의소 소장은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하루라도 빨리 계열사들
을 매각해야 된다고 하면서 김 회장에게 대우를 계속 운영하게 해야 할 지 여부
는 새로운 주인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악역을 확실하게 수행하라,
그러면 살 길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부도 입장을 바꾸었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8월 1일 오전 KBS와의 대
담에서 “주주들이 김 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소유권이
일부 남을 때에는 그에 해당하는 경영권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러한 정부의 방침 선회는 김우중을 앞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초국적 자본의 판
단과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우중 회장으로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따르는 것 이외에 살아날 방법이
없다. 그러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노동자들을 자르고 헐값에라도 대우 계열사들
을 팔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우중 회장과 그 왕당파들은 이렇게 경영권
을 보장받자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들어가고 있다. 대우
자동차의 김태구 사장은 8월 1일 임원을 30%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통하여 대우자동차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아니 그 동안 경영혁신이
제대로 안되어 대우위기가 왔단 말인가? 대우전자는 이미 32억 달러에 미국계
초국적 자본에게 팔렸다. 가장 알짜기업인 대우중공업 조선부문도 곧 매각될 예
정이다.
그런 상태에서 채권단도 책임이 있으니 부채를 탕감하고 출자로 전환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초국적 자본의 배를 불려주자는 이야기나 다름
이 없다. 부채를 탕감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그만큼 손해를 보고 그것은
결국 정부 재정에서 메워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 20∼30조에 이르는 공
적 자금을 투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우중 총수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초국적 자본-김대중 정권-김우중 사이의 야
합의 산물이다. 김우중 총수체제가 유지되는 한 대우문제의 해결은 거꾸로 가게
되어 있다. 그것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김우중 즉각 퇴진과 구속시키는 것을 출발로, 대우 ‘정상화’가 아닌 대우 ‘바
로세우기’를 해야 한다.
김우중 총수체제가 전제되어 있는 대우문제의 해결은 모두 거짓이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범법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또한 노
동자와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면서 주요한 대기업들을 초국적 자본에 헐값으
로 넘기는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꼴이 될 뿐이다. 대우 문제를 올바로 해결
하기 위해서는 김우중을 즉각 구속하고 총수체제를 해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이나 금속연맹의 대응방침에서도 이 점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
고 있다. 경영책임을 물어 김우중 일가와 주요 경영진의 재산을 환수하고 경영
권을 박탈하라고 ‘촉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우중이 자리를 지킨 채 구
조조정을 지휘하는 것을 확실하게 거부하면서 즉각적으로 퇴진-구속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와 채권단도 공동책임이 있다며 채권
단 중 국 공유은행은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주고 민간금융기관과 초국적 은행은
이자율 경감과 부채탕감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동책임을 이야기함으로써
대우 사태의 주범인 김우중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우와 나라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김우중 총수체제의 경영권 박탈을 ‘촉
구’하는 것으로 족한가? 이미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는 김우중을 얼굴마담
으로 내세워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촉구’하는 것으로
되겠는가? ‘구조조정’은 김우중이 하도록 맡겨놓고 나중에 사법처리하면 되는
것인가? 초국적 자본과 김대중 정부가 김우중을 앞세워 부채탕감 등으로 국민들
에게 부담을 떠넘기면서 주요 기업을 초국적 자본에 팔아 넘기도록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자전환이나 부채탕감을 해서 기업을 정상화시키라고 이야기하는 것
이 온당한가? 이것은 초국적 자본의 요구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
는 대우 처리 방침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대우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우중과 그 왕당파를 즉각 퇴진시키
고 양심적인 경영인들과 노동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그 명칭은 ‘대우그룹 바로세우기에 함께하는 현장 노동자 네트워크(가
칭)’에서 제시한 ‘비상공동위원회’라는 명칭도 좋고 ‘비상대책위’라도 좋다. 아
무튼 기업마다 또 그룹차원에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 비상대책기구는 우선 기존의 잘못된 총수체제를 완전히 해체시켜야 한다.
대우 그룹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파악,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간의 잘못된 관행
과 비리 등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척결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계열기업 간에 상호출자 등으로 부풀려져 있고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체제를
바꾸고 독립적인 개별기업들의 네트워크 정도로 개편해야 한다. 이래야 총수체
제가 끼여들 자리를 아예 없앨 수 있다. 이래야 각 기업에 책임경영의 원칙이
서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금융으로 진출했던 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제조
업끼리는 연관성도 있고 해서 기업간에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것이 그래도 인정
될 수 있지만 제조업이 금융까지 손을 뻗치는 것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이
다. 따라서 대우가 지배하고 있는 대우증권과 교보생명은 처분되는 것이 당연하
다. 이것으로 대우의 부채를 갚게 해야 한다. 그러나 김우중 총수체제는 이를
극구 하지 않으려 한다. 그 이유는 뻔하다. 설사 김우중 회장 개인이 퇴진한다
하더라도 이 금융자본을 가지고 지주회사 형태로 기업들을 지배할 욕심을 가지
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우중은 사재를 담보로 내놓았지만 대우증권과 교보
생명만은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우 바로세우기’는 총수체제의 완전해체가 선차적인 것이다. 이렇게
대우의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경영, 비리를 척결하고 총수체제를 완전히 해체시
키는 바로세우기를 먼저 선차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은
출자전환과 고용보장의 요구는 국민들의 혈세 부담으로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받
겠다는 실리적인 집단이기적인 사고일 뿐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김우중 즉각 퇴진’, ‘김우중 체제 속에서의 구조조정 반대’
를 내걸고 신속히 투쟁을 전개해야 할 때이다. 대우그룹 노조가 많이 소속되어
있는 금속연맹부터 김우중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는 총력투쟁에 나서야 한다. 아
니 총파업이라도 해야 할 때이다. 8월 1l일 김우중 총수체제가 주도하여 대우
구조조정안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 노동자 민중들도 대우
위기와 해결방향이 어떻게 될 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노동자 민
중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대우의 기업들이 초국적 자본에게 팔아 넘겨지는 것
에 대하여 반대하고 있다. 대우그룹과 나라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김
우중과 그 왕당파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노동자가 한 발 앞서 치고 나가야 할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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