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06회 임시국회에서도 여야간 합의를 끌어내는 데 실패한 통합방송법 제정이 또 한 번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통합방송법 제정의 뼈대인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주무장관의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지난 19일 박지원 문화부장관은 여의도클럽 간담회에서, “방송정책권은 방송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 마디로 기존의 여당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에 방송정책권을 이관한다는 통합방송법의 골자는 야당도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박지원 장관의 발언이 방송 개혁을 둘러싼 모종의 음모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은 장관의 발언 시점이 방송노련의 파업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언론단체들의 조속한 방송법 제정 촉구가 지난 임시국회에서마저 무산된 이후라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방송 개혁이 흐지부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박지원 장관의 발언은 100여 차례에 걸친 방송법 개정 토론회와 당정간의 협의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그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문화부가 민간의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개방성이나 공익성을 불신하면서, 방송통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부 방송영상과 관련 공무원은 “장관의 발언은 문화부의 입장으로 보아도 된다. 다만, 입법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이라서 결정에 따르겠지만, 개정 방송법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문화부 나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부가 기존의 통합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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