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김대중 정부, 총선 겨냥한 민심 수습책 연일 발표

언론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15일 54돌 광복절 경축

사를 통해 재벌개혁 의지를 강력히 천명하는 한편 서민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온갖 정책을 내놓았다.

김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벌을 개혁하고 중산층 중심으로 경제를

바로잡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재벌개혁을 금년 말까지 반드시 마무리하겠다

고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국민 소득을 내년에는 1만 달러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2002년까지 1만 2000달러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 ▲내년에 실업자를 100

만 명 이하로 줄이고 2002년까지 2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사실상의 완전고

용을 실현하겠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다시 추진하겠다 ▲전국정당화, 선거공

영제 강화, 정치자금 투명화, 본회의 중심 국회 등 정치개혁을 실시하겠다 ▲중

산층과 서민 중심의 개혁적 국민정당, 인권과 복지를 중시하는 정당, 지역구도

를 타파하는 전국정당으로 신당을 창당하겠다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제대로 반

영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고 통합방송법, 민주유공자보상법, 의

문사 진상규명특별법,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등을 개정 또는 제정해 개혁정부

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겠다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반

부패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부패를 뿌리뽑겠다 ▲남북간 정부 차원의 교류가 이

루어질 것을 희망한다는 등 각 분야에 걸친 개혁정책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경축사에 뒤이어 국민회의와 정부의 각 부처에서는 연일 후속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16일 당정회의를 갖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2001

년에 부활시키기로 확정하였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는 조7천100억 원을 정부가 대신 보증해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같은 날 내년

부터 매년 3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학생 16만 명과 고

교생 24만 명을 대상으로 각각 연간 1인당 62만 원과 92만 원씩 지원해 수업료

와 기성회비 등 학비를 전액 면제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20일 내년

부터 실업자들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되는 기간을 현재의 60∼210일에서 90∼240

일로 확대하고, 산재보험을 내년 7월 1일부터 1인 이상 전 사업장에 확대 적용

하며, 현재 `권고사항’인 국가 및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각종 대책에 대해서 제도 언론에서조차 과연 실천이 제

대로 되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경축사가 마치 내년 총선을

겨냥한 공약집을 방불케 하는가 하면 이미 한번 이상 거론했던 내용을 집약해서

늘어놓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종 선심성 방침을 남발하면서도 재원마

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포장은 화려한데 알맹이는 없는 정책 발표도 많은데 그 중 가장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농어민에 대한 부채의 정부보증을 살펴보면, 파산상태에

이르러 도저히 부채를 갚을 형편이 되지 못하는 농어민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원리금을 갚아 나가고 있거나 갚을 수 있는 농어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인

조치일 뿐이다. 그런데 원리금을 갚아오던 농어민들의 경우에 정부보증으로 전

환하기 위해서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굳이 정부보증으로 전환하겠냐

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경축사와 후속대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재벌개혁이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벌개혁에 있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우 문제 처

리가 그 시금석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런데 대우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초국적 자본의 이해관계가 고스란히 관철되는 해외 헐값매각으로 또 채권단의

채권이 보장되기 위한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에 의한 공적 자금투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재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의 경제식민지화를 가속화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총수체제를 완전히 해체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경축사 이

후 여권 내부에서는 총수체제를 놓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다. 경축사를 기초하

는 데 참여했다는 김태동 정책기획위원장이나 황태연 교수 등은 대통령의 뜻인

양 재벌 총수와 재벌을 비호하는 관료들의 청산을 공공연하게 거론하였지만 파

장이 커지면서 이내 수그러들고 있다. 결국 재벌개혁은 알짜 기업들을 초국적

자본에 넘기는 식민지화이자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측면만 남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8월 17일자 사설에서 “8.15 광복절

을 기해 한국인들은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맞았다. 대우그룹 채권자들은 광

복절 다음날인 16일 25개 계열사 중 자동차 관련 사 6개만 남기기로 한 대우그

룹측의 구조조정 안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한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고 하면서 “재벌의 해체는 취약한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금융부문

전반을 위기에 몰아넣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훈수를 하면서 김 대

통령이 한국의 발전을 정부의 경제기획보다는 시장의 힘에 맡길 것이라는 의지

를 보여주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초국적 자본과 미국이 김 대통령

의 8.15 재벌개혁 발언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 재벌개혁이 대우문

제 처리에서 보여지듯이 해외채권단의 채권이 100% 보장되면서 대우 계열사의

헐값 매각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주간정세동향> 8월 16일자

참조)

요컨대 김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그 후속조치들은 식민지화와 신자유주의

를 계속 밀어붙이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지엽적인 개혁조치와 생계지원 조치

로 쌓여 가는 노동자·서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

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는 마치 그 간의 정책노선을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있

는 듯 치장하고 있지만 민중들은 이미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이중성에 식상해

하고 있다. 부패방지를 소리 높여 외치는 가운데 공동여당의 2인자인 김종필 총

리가 검은 돈을 뿌린 사건이 폭로되었는데 어떻게 정권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기층 민중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불신과 좌절, 분노는 고양시장 선거에서 적나

라하게 드러났다. 최악의 투표율 속에서 여당의 패배로 끝난 고양시장 보궐선거

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심판이자 극에 달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

의 표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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