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국가보압법 개폐논의가 오랜만에 벌어지고 있는 즈음에 또 하나의 의심스러운 공안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정보원은 19일 오전, 80년대 주체사상의 대표적 이론가였던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36)씨를 간첩혐의로 긴급 체포하고, 전직 <말>지 기자 조유식(35)씨도 함께 구속했다.
김 씨는 지난 7월 조선일보 조갑제 주필의 주선으로 2년여 생활하던 중국으로부터 입국하여 국정원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사내용과 김 씨 본인의 발언은 마침 김 씨가 체포되기 하루 전 <말>지와 인터뷰를 가짐으로써 <말>지 9월호에 자세히 실리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김씨는 자신은 입국할 별다른 이유가 없었으나 조 주필의 권유와 청와대 측의 연락이 있고, 또 가족과 친지들도 오랫동안 못보아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4차례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본래의 약속과는 다르게 김씨가 활동했던 ‘반제청년동맹’과 관련된 조직사건을 만드려는 의도를 노골화했고, 이에 위협을 느낀 김씨는 <말>지에 연락을 취했던 것. 그러나 다음날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김씨는 곧 국정원 요원들에게 체포되었다.
국정원은 23일, 남파간첩의 위조 주민등록증발급 등을 도와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하모(36.무직), 심모(29.S여대 시간강사)씨 등 2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김 씨가 우려했던 공안사건의 그림표가 완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 개정논의가 어느때 보다 무르익은 시점인데다가, 김영환씨는 90년대 이후 오히려 지난시절 자신의 노선을 강하게 비판하고 ‘반북통일’, 심지어 ‘북한해방을 위한 전쟁불사론’까지 펼쳐왔다는 점에서 공안당국의 의도에 대한 강한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 구태를 벗지 못한 국정원으로서는 국보법 개폐논의에 자신의 위상에 위협을 느꼈을 것이고, 김영환씨 개인의 사상과 관계없이 김 씨와 연관된 모든 이들을 엮어넣는 수를 노렸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또 여기에 청와대 비서실과 조선일보의 인사까지 연루됨으로써, 과연 법과 공안기관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김 씨가 사전에 언론에 이같은 의도를 폭로했음에도, 공안당국이 걸면 누구나 걸릴 수 밖에 없다는 현실만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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