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는 파업유도가 과연 강희복 사장 개인의 작품인가하는 문제와 함께, 구조조정을 위로부터 강요한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국정조사 특위는 조폐공사가 당초 2001년까지로 예정된 일정을 앞당겨 옥천창을 경산창으로 조기 통합한 경위의 타당성과 그 과정에서 검찰 등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는지를 따졌다. 그러나 특위는 시작부터 잦은 의사진행발언과 정회로 회의의 맥이 끊겼고 파업유도 진상규명보다는 여야 정치공세에만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차차 중요한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다. 특히 23일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 특위 기관보고에서는 당시 기획예산위가 조기통폐합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파업유도에 간여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민련 조영재 의원은 “기획예산위가 지난해 7월과 9월 조폐공사에 공문을 보내 사실상 옥천조폐창의 조기 통폐합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당시 기획예산위 박종구 공공관리단장 명의의 공문을 제시하면서 “7월 5일자 공문에서 ’99년말까지 집행간부(옥천조폐창장) 1명을 감축하고 2000년까지 465명을 감축’토록 권고한 뒤 같은해 9월26일자 공문에서는 2000년까지 7월보다 인원이 늘어난 928명을 감축토록 최종 지시함으로써 사실상 올해까지 조폐창 통폐합을 앞당기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재천 의원도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의 출장명령서를 근거로 “2차 공기업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8월20일을 전후로 강 전사장이 기획예산위를 직접 방문하는 등 기획예산위가 파업유도 개입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은 “옥천창과 경산창의 조기통합 추진계획은 조폐공사 경영진의 자체 판단에 의해 지난해 10월2일 발표됐고, 우리는 같은 달 5∼8일경 사후 인지했다”며 조기통폐합과 기획예산위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민련 이건개 의원과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은 이는 납득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청와대의 ‘결심’에 따른 수순이 아니었는가 하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의원들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임의기구인 공안사범합동수사본부(공안합수부)에 기획예산위 관계자가 참여한 사실을 제기하면서 파업유도 공작에 개입한 증거 아니냐며 추궁했다. 또 노동부가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기 전에 실시된 직장폐쇄만 처벌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사실상 공격적 직장폐쇄에 면죄부를 줬다며 노동부의 책임이 거론되기도 했다.
결국 문제는 강희복 사장과 진형구 검사 개인의 일이라기 보다는, 정부가 구조조정 드라이브의 본보기로 조폐공사 노조를 이용하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파업유도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옥천창 이전의 경제적 불합리성은 국정조사 의원들의 20일 경산창 현장방문에서도 충분히 밝혀진 바 있었다. 심지어는 공장의 벽을 부수고 비닐을 치면서까지 옥천창에서 옮겨온 인쇄기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사안의 앞뒤는 대체로 명확한 편이다. 오히려 문제는 여당 측과 검찰의 물타기, 그리고 여야의 소모적인 정쟁 속에서 애초의 ‘구조조정 정책의 부당성’이라는 문제가 희석화될 우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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