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총액출자제한 시행 유보와
지주회사 허용으로 알맹이가 빠진 재벌개혁
지난 8.15 경축사에서 재벌해체에 가까운 강력한 재벌개혁을 천명했던 김대중
대통령은 25일 열린 정·재계 간담회에서 그 입장을 대폭 후퇴하여 5대 재벌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정·재계 간담회를 열어 5대 재벌의
연내 개혁 완료를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재벌개혁을 위한 7개 항의 실천사
항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선단식 경영방식을 종식하고 투명한 협력구조 하에서 각 계열 기업이 독립된 경
영주체로서 핵심분야에 전념함으로써 기업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와 재계는 또 대기업의 구조개혁이 외환위기 요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21세기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관건임을 인식하고 연말까지 대기업
구조개혁을 위한 5대 원칙이 명실공히 실천되도록 노력키로 했다. 정부 등은 재
벌개혁을 더욱 내실화하기 위해 이밖에 ▲제2금융권의 경영 지배구조 개선 ▲계
열사간 순환출자 억제 ▲부당내부거래 차단 ▲변칙상속·증여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병행키로 합의했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천명했던 재벌개혁의 내용을 “재벌해
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하면서 그 내용은 “선단식 경영의 종식”이라고
하며 입장을 대폭 후퇴했다. 그 결과 이날 합의한 재벌개혁 방안에는 재벌개혁
의 핵심 알맹이가 빠지게 되었다.
우선, 그간 재벌이 계열사의 지배와 계열사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출
자총액의 제한의 시행시기가 2001년 4월로 2년 후에나 시행하는 것으로 유보되
었다.
또 재벌이 제조업만이 아니라 금융업에도 진출한 고리를 끊어버리기 위해 재
벌의 제2금융권 지배를 차단한다며 추진되었던 제2금융권 출자제한에 관한 내용
은 아예 제시되지도 않았다.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27일 “대기업의 제2금융
권 소유제한 문제는 2~3년 후에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를 확인
해 주고 있다.
반면에 5대 재벌은 그 동안 계속 요구해 왔던 지주회사의 설립요건 완화를 약
속 받음으로써 소그룹화 되더라도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총수지배체제를 보장받
게 되었다.
결국 이번 김대중 정부와 5대 재벌이 합의한 재벌개혁 방안은 재벌을 핵심기
업군으로 분리(소그룹화)하는 대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재벌총수의 기업 지배
를 보장해주는 것이지 결코 재벌개혁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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