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은 3일 “조폐창 조기통폐합은 경쟁력 확보차원의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으로부터 구조조정을 앞당기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진 전 부장은 “구조조정은 국가시책이므로 이를 따르는게 좋겠다고 조언한 것일 뿐”이라며 강 전 사장의 증언을 반박했다.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김태식)는 청문회 마지막 날인 3일 강 전 사장, 진 전 부장, 구충일 전 조폐공사노조 위원장, 강재규 노조부위원장 등 4명을 상대로 대질신문을 벌였으나 각기 엇갈리는 진술만 들었을 뿐 진상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진 전 부장은 “현재로선 (검 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버티는 등 검찰이 밝힌 자신의 ‘단독범행’ 혐의조차 전면 부인했다.
◆ 파업유도 여부 및 조기통폐합 결정 = 이날 강 전 사장은 “지난해 9월중순 진 전 부장을 찾아갔을 때 ‘쟁점을 임금에서 구조조정으로 바꿔라. 여기에 반발하는 파업은 불법이니 내가 공권력으로 제압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당초 2001년까지로 돼 있던) 조폐창 통합에 관한 생각을 바꿨나”는 질문에 “그렇다”며 사실상 파업유도 공작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반면 진 전 부장은 “그 당시 강 사장이 구조조정에 따른 노조의 반발을 걱정하길래 구조조정 관련 파업은 불법이므로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했을 뿐 “이라고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특히 진 전 부장은 “개별 공기업 상황도 잘 모르는 내가, 어떻게 구조조정 일정을 앞당기라 말라 얘기할 수 있겠느 냐”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강 전 사장은 “진 전 부장의 말이 법률적 조언 수준을 넘어 압력에 가까웠다는 지난 8월26일 진술이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강 전 사장은 “같은 말이라도 당시 처한 입장에 따라 이해하는 방식은 다르다. 내가 느끼는게 진 전 부장의 말이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며 애매하게 꼬리를 내렸다.
이에 대해 강재규 전 조폐공사 노조 부위원장은 “진 전 부장이 조기통폐합을 하도록 강 전 사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며 “이는 공사가 직장폐쇄를 철회한 직후 노조가 받기 어려운 추가 임금삭감안이 제출됐고 곧바로 조기통 폐합 방안이 마련된 것으로 입증된다”며 일관된 주장을 폈다.
◆ ‘윗선’의 조직적 개입 의혹 = 자민련 조영재 의원은 “이번 사건은 무리 한 구조조정을 강압적으로 추진한 기획예산위의 ‘연출’과 무소신과 보신주의 강 전 사장의 ‘주연’, 검찰개입이라는 ‘조연’이 함께 만들어낸 한편의 폭력물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도 “대검과 대전지검에 18차례나 조폐공사 파업, 구조조정 관련 문건을 보고한 것은 구조조정(조기 통폐합)을 검찰과 협의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파업유도 내용을 포함한 조폐공사 구조조정 종합대책 보고서(98.10.13)가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까지 전달됐다”며 청와대, 법무부, 대검 등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김문수 의원은 진 전 부장에게 “지난해 9월16일 강 전 사장을 만난 뒤 18일 공안합동수사본부 회의를 소집한 것은 강 전 사장과 말을 맞춘 뒤 이를 조직적으로 공모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묻고 “합수부 회의 직후인 9월24일 공사가 직장폐쇄를 철회하는 대신 임금 추가 삭감안과 활판인쇄기 매각 방침을 내고 10월2일 조기통폐합 방침을 결정한 것이 모두 이를 뒷받 침한다”며 이는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검찰, 청와대의 조직적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 전 부장은 “김 전 총장에게 통상적 보고 외에 특별보고를 한 바 없다”며 “당시 10월13일 보고서는 법무부나 청와대에 보낸 기억이 없다 “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강 전 사장은 국회에 도착한 뒤 “진 전 부장과 얼굴을 맞대고 싶지 않다”고 특위측에 요청, 미리 와있던 진 전 부장을 피해 다른 사무실에서 대기했다.
특위는 모든 청문회 일정을 마치고 국정조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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