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1.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하면 펄쩍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가보안법은 간첩잡는 법인데 국가보안법을 없애면 간첩을 잡을 수 없게되지 않겠느냐, 간첩이 잡히지않고 활개치고 다니면 곧 대한민국은 적화될것이 아니냐, 그러므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자는 적화통일을 바라는 빨갱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북한은 사상범을 처벌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형법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면 우리는 맨선으로 어떻게 북한형법에 대응하느냐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1970년대에 강원도 산골에 사는 어떤 농부가 막걸리 한잔마시고 얼큰한 김에 우스개소리에 개그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가 통일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박근혜를 김정일에게 시집보내면 된다.” 그 이튿날 그 농부는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가진고초를 겪고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소되어 몇년의 징역을 살고 나왔습니다. 그 농부는 하도어이가 없어 출소한 며칠 후 “취중에 농담도 못하냐, 농담 한마디 한 것 가지고 몇년씩 징역을 살리는 이 놈의 세상이 김일성보다 못하면 못하지 나은 것이 뮈냐” 그농부는 다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국가보안법위반으로 또 몇년의 징역을 살고 나왔습니다.
위에서 본 농부가 간첩이었습니까. 그는 이데울로기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이데올로기와는아무 상관없이 그저 하루하루 흙이나 파먹고 살아가는 지극히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간첩을 잡는다는 국가보안법이 그 선량한 농부를 두번씩이나 감옥에 보내고 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잘 모르는 분들은 설마 그렇게까지 했을리 있겠느냐고 의심합니다. 그러나 위 농부의 일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그밖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황당한 국가보안법의 남용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간첩은 형법 제98조 간첩죄를 적용하여 처벌하고(우리나라 대법원은 간첩죄에 있어서 북한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전북하려는 자는 형법 제89조 내란죄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북한에 군사상 이익을 준 자는 형법 제99조 일반 이적죄로 다스리면 됩니다. 그럼으로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간첩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고, 잡은 간첩은 얼마든지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2. 아무리 하찮은 사람의 것이라도 인권은 그 가치가 우주와 같이 크고 무거워서 어느 누구의 생명과 자유도 이 우주전체와 맞바꿀수 없을 만큼 존귀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된 후 50년간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정치권력이 수많은 인사들을 체포구금하고 고문하고, 사형시키는데 국가보안법을 남용하는 것을 보아오면서도 혹시, 그 일은 나의 일이 아니다 남이 당하는 일인데 내가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하고 처신하여 왔던 것은 아닙니까? 당신은 당신자신이 억울하게 체포구금당하고 고문당하고 끝내 목숨마저 빼앗기게 되었거나 앞으로 언제 그렇게 될 지 모른다는 위급한 상황아래서도 국가보안법을 존치하자고 주장할 것입니까?
3. 제가 국가보안법에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첫째, 국가보안법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이고, 세계인권선언과 유엔에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에 반하는 반인권적인 법률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 이적단체, 국가기밀,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등 그 범죄의 구성요건이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여 죄형법정주의, 유추해석의 금지 등 형사법에 대원칙에 어긋나는 법률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국가보안법은 문명사회에 있어서 야만적인 사법살인이라고 비난받는 사형을 법정형을 한 범죄가 무려 46개가 되는 등 자인하고 가혹한 법률이며, 다른 형사범보다 수사기관에서 20일이나 더 긴 50일까지 구속할 수 있는 악법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국가보안법은 과거 50년간 권력자가 통일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를 봉쇄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는 민주화 투쟁인사, 정치적 반대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아래서 국가보안법은 국가안보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법률이므로 존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상의 내란죄, 간첩죄외에 몇가지 보충입법만 하여도 국가안보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부족함이 없고, 극변하는 국제정세와 국제적으로 공인된 형벌법규의 기준에 비추어 그 내용면에서나 적용면에서 국가보안법은 대표적인 악법이므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4. 1998년 11월 한겨레신문사가 국가보안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변호사의 92.9%, 법학교수의 99%, 일반국민의 78%가 국가보안법을 폐지또는 개정완화해야 한다고 답변하여 전문가그룹의 거의 전부, 국민의 대다수가 폐지또는 개정완화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도 최근에는 국가보안법의 독소조항을 개정하겠다고 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이 그의 소망대로 인권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남고자 한다면 앞서 본바와 같은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부분개정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완전히 폐지하여야 합니다. 하루 빨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국가보안법으로 억울하게 구속된 많은 양심수들이 모두 석방되어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아래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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