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국가보안법의 법률적 문제로 가장 많이 지적되어 온 점은 동법이 근대 시민형법의 근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확장과 자의적 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근대 시민형법의 최고원리로서, 우리 헌법 제 12조 제 1항과 제 13조 제 1항에도 규정되어 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죄형법정주의의 하위원칙을 보자면, 첫째 형벌법규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할 때는 국가기관의 자의적 해석이 허용되는 결과를 낳으므로 구성요건은 가능한 한 명백하고 확장할 수 없는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 둘째 범죄행위의 구성요건과 법적 결과를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유추적으로 확대해서는 안된다는 ‘유추해석금지의 원칙’, 셋째 범죄와 형벌 사이에는 적정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므로 범죄행위에 대하여 그 위법성에 상응하는 만큼의 형벌만 부가되어야 한다는 ‘적정성의 원칙’ 등이 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내용을 보면 이상의 원칙이 심하게 훼손되어 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먼저 대부분의 국가보안법의 조문은 매우 모호하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는 제2조의 ‘정부참칭(僭稱)’, ‘국가변란’, 제4조의 ‘목적수행을 위한 행위’, 제4조와 제7조의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 제5조와 제6조의 ‘지령’, 제6조의 ‘목적수행의 협의’, 제7조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이적’), ‘찬양’, ‘고무’, ‘선전’, ‘동조'(제7조) 등이 있다. 그리고 이상의 개념 외에도 국가보안법의 각 조문에는 ‘기타 중요시설’, ‘기타 물건’, ‘기타의 방법’, ‘기타의 무기, ‘기타의 재산상의 이익’ 등의 표현이 산재해있는데, 이러한 광범한 확대해석을 가능케하는 ‘백지(白紙)형법’식의 구성요건을 둔 것 자체가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라 하겠다.

헌법재판소가 1990년의 이른바 “한정합헌” 판결에서 인정하였듯이, 이상의 개념들은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할 해석의 합리적 기준을 찾기 매우 어려우며 따라서 이 경우 어떠한 것이 범죄인가를 사실상 공안당국이 자신의 기준에 따라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실 한국 현대사에서 공안당국이 체제유지를 위하여 이상의 개념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해석하여 처벌의 폭을 넓혀왔고, 이에 따라 분단·반공체제에서 일탈하는 어떠한 시민의 사상과 활동도 그 실제적 위험성과 관계없이 처벌되었다. 요컨대 국가보안법의 각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입법되어 있으므로 위헌이며, 또한 시민의 기본권 제한법률이 막연하면 남용우려가 있으므로 남용 우려가 있으면 그 자체로 무효라는 “막연하므로 무효”(void for vagueness)의 원칙에 따르자면 이상의 국가보안법의 문제조항은 그 자체로 무효이다.

둘째, 이상과 같은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말미암아 사법부는 국가보안법 각 조문을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유추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미국 시민이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에 대해 미국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고 있음에 반하여 한국인이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은 제7조 위반의 ‘이적’ 행위로 해석하였고(강원대 성조기 소각사건), 서울대 석사학위논문으로 통과된 북한의 ‘식민지반봉건사회론’ 비판논문의 발표도 ‘이적’ 행위(서울사회과학연구소 사건), 광주민주항쟁을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것도 ‘이적’ 행위(홍성담씨의 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사건), 미국 고교생의 추천도서 100권에 포함되어 있는 {자본론} 출간도 ‘이적’ 행위(이성과 실천사 {자본론} 출간 사건)로 해석하였던 것이다. 요컨대 사법부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국가보안법의 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하기 보다는 반대로 유추 또는 확장해석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을 약화시켰던 것이다.

셋째,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량은 해당 구성요건의 가벌성에 비하여 매우 과중하여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지 못하다. 형법상의 간첩죄, 내란죄, 범죄단체구성죄 등과는 달리 국가보안법상의 범죄는 기본적으로 ‘정치범’, ‘사상범’임에도 불구하고, 사형이 가능한 구성요건만도 수 십개이며, 그 외의 경우에도 상당한 중형이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보안법 위반행위에 대한 과도한 제재에서 ‘적정성의 원칙’은 실종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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