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주가조작·탈세, 달라지지 않는 재벌의 천민적 행태

용두사미로 끝날 현대재벌의 주가조작 수사

지난 9월 1일 서울지검 특수1부는 현대증권 이익치 회장이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포착하고 소환 조사하여 사법처리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익치 회장이 현

대증권,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 3개 계열사에서 2천2백억 원을 끌어들여 차명계

좌를 이용해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장중 접속매매, 종가 결정을 위한 동시호

가 때 고가매수 주문을 내는 등의 수법으로 현대전자 주가를 주당 1만 4천8백

원에서 3만 2천 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현대그룹이 수천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챙

기도록 한 혐의이다.

검찰의 수사발표에 대해 현대재벌은 ‘현대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 계열사나 대주주가 이익을 취하지도 않았고, 일반 투자자 피해도 전혀 없

다”고 하면서 “증시에 큰 파장을 미칠 뿐 아니라 현대그룹은 물론 우리경제 전

반에 악영항을 미쳐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범법행위를 정면

으로 부인함은 물론 적반하장으로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어 검찰은 현대 계열사에 대한 수사확대,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의 소환 등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현대재벌 전체로 수사할 것임을 밝혔지만, 9월 3일을

기점으로 해서 현대전자의 이익치 회장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수사로 축소 전

환하고 있다. 현대 주가조작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임양운 서울지검 3차장은 3

일 오후 현대 계열사 3∼4개가 주가조작을 시도한 혐의가 추가로 확인됐으나 사

안이 경미해 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은 4일 정몽헌 회장 소환과 관련해 “당연히 부른다”는 입장에서 5일에

는 “필요하다면 부를 것”이라고 말하는 등 확대수사에서 확실하게 한 발 물러났

다. 덧붙여 현대재벌의 경영전략팀은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

나지 않았으며 이익치 회장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의 자금을 개인적인 인맥으

로 동원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상의 과정에서 드러나듯이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은 이익치 회장이 개인적

인 인맥을 동원하여 주가조작을 했다는 것으로 수사결과를 꿰어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익치 현대중권 회장은 현대재벌 총수체제의 핵심 3인방으로 꼽히는

자이다. 그는 작년 정주영 회장의 금강산 관광사업 협상에도 대재벌 내 실세이다. 따라서 이번 주가조작에 정주영 일가가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기간 동안 정주영 805,008주, 정몽준 80,544주, 정몽헌

3,512,090주, 정몽규 1,067,803주, 정몽근 337,860주 등 정씨일가는 현대전자의

개인보유 주식을 대량 매각하였다. 정씨일가는 당연히 수천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어 들였다. 그런데 현대그룹은 계열사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매각

하지 않았다고, 따라서 주가조작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거액을 움직이는 데 정주영과 정씨일가의 허락이 없이 ‘고용사장’

이 권한을 휘두를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이나 또 정씨일가가 보유한 개인주식이

매각되었는데 총수의 동의와 허락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인 것이다.

특히 검찰은 이번 현대전자 주가조작 수사에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현대재벌

이 수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98년 10월에 현대전자 주가조작을 파악했음에도 99년 4월에야 검찰에 고발

했다. 또 검찰은 7월에 들어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이렇게 시일을 질질 끌면서

현대재벌이 이 문제에 대비할 시간을 주어 왔다. 이익치 회장은 9월 1일 수사발

표 전에 주요임원들과 잠적하여 대응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재벌은 부채비율 200% 제한, 회사채 발행 제한 등이 시행되자 이로 인한

자금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주가조작을 했다. ‘주식시장이 활성화

되어 기업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논리와 정책

을 악용한 것이다. 현대는 이러한 천민적 신자유주의 행태를 통하여 수천억 원

을 갈취했다. 또한 이번 반영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성도 폭로해 주고 있다. 전가의 보도

처럼 사용되고 있는 ‘시장의 신뢰’라는 것이 재벌에 의한 추악한 주가조작과 사

기였던 것이다.

국세청, 삼성재벌의 사전상속 의혹에 대해 이건희 회장 세무조사 검토

지난 2일 안정남 국세청장은 하반기 세정개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재벌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에 대한 재산내용과 신고소득을 전산으로 분석, 탈

세혐의가 드러날 경우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안 청장은 특히 “변칙

상속 증여분에 대해서는 대기업이든 누구든 분명히 조사를 강화한다”면서 “이건

희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도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

다. 국세청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이어 정당한 세금납부 없이 부의 변칙적

인 대물림을 통해 세금 탈루 의혹이 있는 30대 재벌총수 중 3∼4명에 대해서도

내사를 진행중이며, 내사결과 이들의 혐의사실이 포착되면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미 우회증여 의혹이 일고 있는 삼성그룹 이 회장에 대해서는 주식

이동상황 등 재산변동 내용을 전산분석, 탈루 혐의를 추적 중이었다. 이건희 회

장은 올해 초 삼성생명주식을 대거 매집, 지난해 10%에 불과하던 지분을 26%로

늘렸으며 이 과정에서 이병철 전 회장의 상속지분을 실명전환했거나 계열사 자

금을 동원, 차명지분을 실명전환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매집했다면 이 회장은 증여세를, 자금을 빌려준 계열사들은 법인

세를 탈루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 함께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 씨가 대주주

로 있는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매집 건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는 2일 예정에도 없던 기자 간담회를 열어

삼성자동차를 빨리 팔고 삼성생명 상장문제는 정부의 방침에 맞추어 따르겠다고

발표하는 등 그 동안 정부의 방침에 불응하며 버텨 왔던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바

꾸어 정부의 요구에 순응하겠다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의 사전상속 탈세 사건은 재벌 총수체제를 대물림하기 위해 불법행위와

천민적인 세금포탈을 자행해 온 총수체제의 불법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이 얼마나 진상을 밝힐

지, 또 이건희 회장과 그 일가에 대해 사법처리를 할 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

다. 현대 주가조작 사건 처리에서 드러나는 정부의 재벌개혁 입장으로 보면 삼

성의 탈세 사건 역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 재벌이 신속하게 대

응한 데서 이미 드러났듯이 정부는 이 사건을 삼성자동차나 삼성생명에 대한 정

부의 방침을 관철시키기 위한 압박용으로 활용하는 선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편 전경련은 “공식적으로 논평할 말이 없다”, “재계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

할을 해 온 삼성과 현대가 검찰수사와 세무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구심점이 없어

졌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주식투자자들을 동원하여

“주식시장 활성화에 역기능”한다느니 “시장의 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느니 하면서

“이익치 회장 사법처리 불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또 청와대는 3일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수사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

전상속 문제에 대한 안정남 국세청장의 언급 등에 대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금융감독 업무와 세정”이라며 특정 재벌을 겨냥한 특별조치가 아님을 강조했다.

또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등 기존 개념의 주가조작과는 다르다는 현

대측의 소명도 일리가 있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얘기도 일리가 있다고

하므로 검찰이 고려할 것 아닌가”라고 하여 5대 재벌의 요구와 압박을 수용하고

있다. 결국 김대중 정부는 현대, 삼성 재벌의 너무나 명백한 불법 탈세 행위에

대해서조차 확실하게 조사 처리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현대, 삼성 사건은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는 것

이 아니라 정부와 5대 재벌이 8월 25일 정.재계 간담회에서 공식적으로 합의 발

표한 최소한의 사항(그 내용이 결코 재벌개혁이 아님은 <주간정세동향> 8월 30

일자 참조)에 대해서조차 확실하게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가 ‘개혁 피로론’을 제기한

데 대해 “개혁엔 항상 피로와 피곤, 고통이 따른다”며 “국민들이 피곤하고 고통

스럽다고 말한다고 그에 영합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으니 확고한 자세로 개혁

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 현대, 삼성 사건을 통해 마치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발언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지금

“개혁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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