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2일 안기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안대책회의’를 열고 실직 노숙자

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앞으로의 방침을 세웠다. 그 기조는 의외로 간단

하다. 올 겨울까지 실업자가 2백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숙자의

수가 6천명 선까지 늘어나고, 또 이들이 서울역 등지의 단일한 장소에 집중화됨

에 따라 실업자 운동과의 연계도 확실시된다는 것, 따라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

로 커진 노숙자의 수를 강제적으로 분산시켜 그 힘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노숙자의 무단방뇨도 현행법으로 붙잡아 즉석에 넘기겠다는 검찰의 강경한 입

장은 너무나 야만적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 ‘거리의 폭탄’이 되어버린 실업

자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민족민주인사를 잔인하게

탄압하던 김종필씨가 정부의 실업대책위원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것 또한 엄

연한 현실이다.

아들에게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부모가 슈퍼에서 밀가루나 라면을

훔치다가 불구속되고, 딸에게는 입버릇처럼 정숙함을 요구하는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매매춘에 종사하는 끔찍한 경우도 현실이고, 생계형·비관형 자살이 작년

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점 역시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노동자계급이라면, 이 모든 현실과 사실로부터 누구도 자유로

울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과 현실은 공공연히 은폐당하고 왜곡되고 있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듯이 노동부에서 보고한 취업실적이 실제보다 최고 3

배 가량 부풀려지는 등 정책입안자와 실무자들의 탁상행정과 허위보고는 실업대

책의 붙박이 장롱이다. 오죽하면 노동부 자신도 통계자료를 믿지 않는다고 고백

하지 않았던가.

노숙자를 거리에 내 몰은 자들은 누구인가? 노숙자를 반체제적 세력으로 규정

한다면 그 자들은 반체제적 세력의 수괴들이다. 눈앞의 이윤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장들과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자들이다.

실업자 운동의 주변부를 흝어가며, 운동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검찰의 노숙자

탄압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다름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네

트워크 주간뉴스, 9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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