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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즉각 철폐되어야 한다 !!
임 선 희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삭발·단식 기도에 들어간 사제들
지난 9월 11일 명동성당에서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날
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삭발 단식
농성에 들어간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수염이 허연 얼굴에 스
님처럼 삭발한 문정현 신부가 5일째 단식중인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우렁
차게 국보법 철폐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였다. 그러나 집회가 끝난 후 말하기도
힘들어할 정도로 탈진한 모습에서 혼신을 다해 투쟁하는 참으로 진지한 사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명동성당에서는 20여 명의 신부들이, 전국적으로는 40여 명의 신부들이
삭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는 가톨릭 노동사목 전국협의회 회원
10여 명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며, 신부들이 사상 처음 삭발까지 하며 온 몸을 던진 것이다.
이러한 가톨릭 사제들의 선도에 힘입어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민중운
동, 시민운동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그 어느
때보다 국가보안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범민련 등이 범국민투쟁본부를
구성해 투쟁에 나서고 있고, 전국연합, 민주노총, 민권공대위, 전농, 민가협,
유가협,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등의 단체들이 참가하여 ‘국가보안법 철폐 범국
민 행동연대’를 구성하였다.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
도
그러나 공교롭게도 정기국회 직전, 천주교 사제들이 국보법 폐지를 위한 삭발
식을 단행한지 이틀 뒤, 그리고 사회단체들이 시국성명을 발표하던 날, 국가정
보원은 이른바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을 발표하였다. 그 동안 국가정보원과 오
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가져온 김영환의 진술만으로 수많은 이들을 수사한다고
하면서 국가보안법 철폐투쟁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존속 이유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건”운운하며 국보법 개정 반대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국민회의마저도 대표적
인 독소조항인 제7조 찬양·고무에 대한 조항과 10조 불고지죄에 대한 조항만
형식적으로 소폭 손질하는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독재정권과 함께 성장, 강화되어온 국가보안법
지난 95년 11월 1일 109개 사회단체들이 모여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국
가보안법,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심포
지엄은 국가보안법이 우리 사회 각 분야 곳곳에 스며들어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자리였다.
이날 발제자로 나온 참여연대의 재판과 한국의 국가보안법 재판의 유사점으로 △잔인한 고문이 따르고 △고문
기술자가 동원되며 △자백이 거의 유일한 범죄 증거이고 △피해자 대부분이 힘
없는 계층에서 발생 △이웃의 신고나 고발을 조장함으로써 민중을 분열·이간시
키는 수법 등 10가지를 들고 있다. 나아가 박 변호사는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무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무지와 비이성을 자극하고 조장하며 활용한 집권자
들의 추악한 음모와 악의가 배후에 도사리고 있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 바 있
다.
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일제가 독립운동가들
을 탄압하던 보안조치법을 근간으로 하여 남로당 지하세력을 파괴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 법은 58년 3차 개정, 60년 5·16 후의 반공법 제정, 80
년 12월 31일의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한 국가보안법 개정(반공법 흡수통합)으
로 갈수록 강화되었다. 처음 제정 당시에는 죄와 형벌 조항이 단 4개로 출발했
으나 현재 40여 개로 늘어나고,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던 것이 사형이 가능
한 조항만도 수십 개로 늘어났다.
또 독재정권이 초법적 수단을 만들어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던 시기(61년
반공법, 75년 긴급조치 109호, 80년 정치활동정화법 등)에는 국가보안법 기소자
가 현저히 줄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 또는 선거시기에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늘어나는 것이 수치로 보여지고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를 위해 봉사해 왔다는 것을 입증한다.(95년 11월 1
일‘국가보안법, 우리에게 무엇인가’심포지엄 자료 참조. 손혁재 정치학 박사)
또 독재정권 내내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을 고통에 몰아넣었던 국가보안법은
지금도 각 정치세력들이 당리당략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
를 주장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한 뒤 ‘유지’로 돌아섰고, 이회창 한나라
당 총재는 대법관에 재직하고 있던 92년 3월에는 국가보안법 운용의 위헌요소와
인권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는 소수 의견을 냈으나 지금은 말을 바꿔 국민회의의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자민련은 “당의 사활을 걸고 국가보
안법 개정에 반대”운운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인권대통령을 자임하고
있고, 변화된 남북관계로 인해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과거 야당시절 국보법을
폐지하고 민주질서기본수호법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7
조와 10조에 한해서만 형식적인 소폭 개정을 하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대
중 정권 1년간 국보법 위반 구속자는 4백13명으로 김영삼 정부 출범 첫해인 93
년의 1백36명에 비해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들
국보법은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이적표현물 소지(7조) ▲회합·통신(8조)
▲불고지(10조) ▲구속기간 연장(19조)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각종 문제
조항을 담고 있다. 이들 법들은 어떠한 객관적 기준도 없다. 단지 ‘국가의 존
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문구에 따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법 적용을 하는 것이
다.
특히 제7조는 구속자의 90%이상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이다. 제7조는 모두 7개 항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 핵심적인 조항은 제1항
의 찬양·고무·동조죄, 제3항의 이적단체 구성·가입 죄, 제5항에 규정된 이적
표현물 관련 죄이다. 국보법 구속자의 90%이상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이적단체 구성 등 중대 혐의가 기각되더라도 무죄판결이 나지 않도록 하는 안전
판으로 악용되고 있다.
가령 어느 정도인가 사례를 보면, 집을 철거하려는 공무원에게 “김일성보다
더한 놈들”이라고 말해서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로 처벌을 받고, 경찰관의 부
당한 처사에 항의하면서 “우리나라 법이 빨갱이 법보다 못하다”고 항의했다고
처벌받고, “예비군 훈련이 지긋지긋하다. 안 받았으면 좋겠다. 내일 판문점 견
학을 가는데 그곳에 가서 북한으로 넘어가 버리겠다”는 농담을 했다고 처벌을
받았다.(‘국가보안법 반대 국민연대'(가칭) 자료 참조)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의 경우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구성에 관하여 면소 판
결을 받았고 사건 관련자 대부분이 사면·복권되었음에도 찬양·고무 조항을 적
용하여, 여전히 김승호 지도위원을 수배상태로 해놓고 있다.
이적표현물은 국가정보원 산하의 기관들이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다. 밀리언셀
러로 집집마다 한 권씩은 있는 ‘태백산맥’이나, 통일원의 아동 추천도서인 이장
희 교수의 ‘나는야 통일 1세대’ 등도 이적표현물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
구나 범죄자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법인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적어도 7조만이라도 반드시 개정이 아닌 삭
제를 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제10조 불고지죄는 성직자들에게도 신고의무를 적용하여, 종교적 양
심을 제한하는가 하면 이웃간의 감시를 강요하여 만인에 의한 만인의 감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국보법 관련 피의자에 대해서는 구속기간을 일반 형
사범보다 20일 더 연장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높다는 안팎의 비판
을 받아왔다.
물론 일반 형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음에도 전시도 아닌 50여 년을 정권 유지
를 위해 초헌법적인 법을 만들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심신을 억압하는 국
가보안법은 단지 몇 개의 조항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의식과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
한국의 활발한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에 대해 부러워하는 외국의 노동운동가들
이 한국의 노동운동가들을 만날 때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노동자들이 몇 번씩
이나 총파업을 하고 노동운동이든 학생운동이든 오랜 기간 전투적이면서도 대중
적으로 투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회는 별로 변화시키지 못했냐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들은 정치세력화조차 되지 못한 채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에 이용되
고, 사회복지는 최저수준이며, 노동자·민중들의 정치·사회적 의식 또한 좁고
낮은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에게 모든 책임을 미룰 수는 없
지만, 그들은 국가보안법으로 대표되는 레드콤플렉스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
치는 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검열’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에 만연한 검열 제도와 마녀사냥으로 인해
문학·연극·영화·미술품·광고든 간에 또 일반 사람들의 일상 대화에서조차
약간의 오해의 소지라도 있는 표현은 스스로 검열하여 잘라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자유롭고 비판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는 죽고 무관심과 퇴폐적이며
흑백논리의 단선적인 사고만 강요되는 것이다.
물론 국가보안법만 없어지면 모든 정치·사상적 자유가 생기고 창의적인 사고
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보안법이 인간의 비판적, 창조적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대표적인 족쇄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인간다
운 품성과 지성·감성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꿰어야 할 첫 번째 단추는
바로 국가보안법 철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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