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정권 동향]

초국적 금융자본, 대우 채권 회수를 위해 한국 금융시장 압박

대우그룹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개시된 후, 그 동안 배후에서 압력

을 행사하면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해외채권단의 움직임이 점차 적극화되고 있

다. 대우의 해외채권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보증을 요구할 뿐 아니라 이를 관철

시키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한국경제를 압박하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초국적

금융자본은 대우그룹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에 대한 자금회수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국 금융시장 전체를 압박하여 신용경색 사태가 발생할 가

능성이 커지고 있다. 초국적 금융자본은 신용경색 위협을 통해 대우 채권을 안

전하게 회수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그룹에 대해 직접적으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해외채권단은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이 발표된 후인 9월초에 과거 국제그룹 처

리 때 국내 은행들이 해외채권을 모두 인수했던 전례를 들어 대우그룹의 해외채

무에 대해 국내 채권단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 체

이스맨해튼, 도쿄미쓰비시은행 등 해외채권단 운영위원회 공동의장단은 이미 오

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해외채권단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법적 대응으로 대우그룹을 압박하

고 있다. 프랑스계 은행인 BFCE 홍콩지사와 네덜란드계 ING은행의 벨기에 법인

인 부룩셀 람베르트 은행이 대우그룹에 대해 채무변제 소송을 제기했다. 9일 금

융권에 따르면 영국의 HSBC, 일본의 도쿄은행 등 대우의 주요 해외채권은행들은

“보증채권 이자지급을 일방적으로 유예하고 채권단 구성에 외국은행을 배제하는

등 최근 한국정부가 대우문제에 관련해 취한 일련의 조치가 불공평하다”며 현지

에서 직접 법적으로 보상을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이들은 우선 대우의 현지 자산을 가압류한 다음 소송을 제기하고 대우에 대한

대출 축소와 조기 자금상황에 나서고 있다. 이미 독일 등 일부국가에서 채권은

행들이 대우자산 압류를 신청했으며 폴란드 대우자산으로도 번질 가능성이 높다

고 한다.

현대, 삼성 등 한국의 주요 대기업에 대해서도 신용회수에 나서고 있다

한편 해외채권단은 각국 지점들에 한국기업에 대한 모든 여신을 재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려 대우만이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 대한 여신까지 회수하도록 하고 있

다. 이미 현대종합상사는 미국과 홍콩, 유럽 등 8개 현지법인을 통해 HSBC에서

1년 만기로 약 3000만 달러의 무역금융을 받고 있으나 최근 1000만 달러 가량을

만기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1500만 달러는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모두 상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또 도쿄미쓰비시은행 등에서 2000만-3000만

달러씩 무역금융을 융통하고 있으나 이 역시 만기도래분에 대해 상환을 요구받

고 있다. 그리고 만기를 연장할 때에는 최장기간을 3개월로 한정하고 가산금리

를 더 높여 요구하고 있다. 당좌차월에 대해 만기연장을 거부당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금융감독원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에

진출한 초국적 금융자본들 중 대우채권을 다량 보유한 은행들도 대우 외에 다른

국내 대기업에 대한 신규여신 업무까지 잠정 중단한 채 기존 여신관리와 일반

업무에만 주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대우에 채권

이 있는 일부 은행들이 채권 회수를 위한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며 “외

국 금융기관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 전개는 정부의 말대로 낙관적으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현대 재벌이 초국적 자본의 신용회수의 1차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

다는 예측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관변 연구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10일 ‘대

우그룹 문제의 타그룹 파급효과’라는 비밀보고서에서 “최근 대우사태와 관련해

국내 다른 그룹, 특히 대우와 함께 언급돼 오던 현대그룹에 대한 외국계 은행의

주목할 만한 조치사항이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계 은행의 서

울지점은 대우사태가 발생하고 현대 이익치 회장 소환결정이 난 이후 본점으로

부터 “현대그룹과의 단순한 외환업무를 포함한 어떠한 거래도 당분간 중지할 것

이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한다. 국제금융센타는 이 은행의 관계자의 말을 빌려

“만약 현대그룹이 당분간 자신들의 외화예금 잔고를 사용하겠지만 외국은행들이

신용을 점차 끊는다면 외화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5대 재벌 중 대우그룹에 이어 부채비율이 가장 높고, 부채규모는 대우보다 큰

현대 재벌이 초국적 금융자본의 신용압박에 가장 취약하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예상될 수 있다. 요즘 증권가에는 ‘대우 다음에는 현대 차례’라는 이야기가 널

리 돌고 있다.

대우 워크아웃의 난항으로 대우 관련기업들이 부도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른 한편, 대우문제 처리를 둘러싼 국내 채권단 내부의 이해관계 대립으로

대우 워크아웃이 난항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대우 계열사 및 협력업체의 운영

이 차질을 빚었다. 그러면서 대우 협력업체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한 신용경색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 발표 이후 대우 계열사에 지원이 즉시 개시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채권단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면서 대

우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우 협력업체의 자금난과 부도의 위

험도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차 채권단협의회에서 투신사들이 반발하며 7개 주력 계열사에 대

한 여신한도문제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투신권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의

보증사채와 담보기업어음(CP)은 채권유예대상에서 제외돼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데 대우는 지급능력이 없고 보증사의 능력도 한계에 도달해 있어 투신사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신사들은 이를 은행권

에서 맡으라고 요구했고, 은행권 역시 이를 떠맡지 않으려 하면서 채권단협의회

에서 신규자금 지원이 부결된 것이다.

이렇게 채권단협의회의 결정이 지연되자, 대우 계열사들 중 대우전자가 납품

중단으로 부분 가동 상태로, 대우자동차도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조업에 차질

을 빚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다. 대우전자는 창고에 물품을 쌓아놓고도 외상수

출채권(DA)을 금융기관이 매입하지 않아서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 협력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대우 협력업체 6개 사가 법정관

리에 들어간 데 이어 협력업체의 연쇄부도의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 대우의 어

음만기가 2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또 진성어음은 결

제해 주기로 했으나 은행권에서 진성어음인지 유통어음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결제를 안 하고 있다. 8월 중 서울지역 어음부도율이 1.58%로 전달에 비해

1.47%나 급증했는데, 주로 대우의 융통어음이 부도나면서 부도율이 급격히 높아

지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꼬여가자 금융감독위원회는 9월 6일 부랴부랴 채권은행 간담회

를 소집하여 진화에 나섰고, 7일 열린 3차 채권단협의회는 문제가 되었던 투신

사의 반발에 대해 보증사채 이자 부분만 서울보증보험이 대(代)지급하는 것으로

봉합하였다. 그러나 투신사가 보유한 기업어음(CP) 이자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

가 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7개 계열사에 대해 신규자금(기환부 수출환어음

(DA) 매입, 상업어음 할인, 신용장 발행자금) 1조 1,000억 원을 즉시 지원하기

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금융감독위원회는 채권단이 요구해 온 대출부실에 대한 면책요구를 수

용해 채권단에 이를 약속했다. 8일 금감위는 이헌재 위원장 명의로 “대우 계열

사나 협력사에 대해 기업개선작업과 관련된 대출업무를 취급한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을 제외하고는 부실에 대해 면책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34개 금융기관에

발송한 것이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도 7일 “은행들이 대우지원이 자칫 잘못

돼 경영진 퇴진과 은행 통폐합 등 문책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럴 염

려는 없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우의 숨통을 터주는 데 은행장들이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하는 등 금융기관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8일 열린 쌍용자동차에 대한 채권단

협의회에서는 채권단들의 이해가 또 대립하면서 자금지원 결정이 부결되었다가

12일에야 겨우 자금지원을 결정하였다. 이처럼 채권단간의 이해관계 대립은 완

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고 임시 봉합되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도 대우 관련 기업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초국적 자본의 한국 주요 대기업에 대한 신용압박은, 대우 워크아웃 작

업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대우 관련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금

융기관의 부실화 및 신용경색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초국적 자본의 신용압박으로 한국 금융시장 전체에 대혼란을 야기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 금융시장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특히 투

신사의 부실화가 전면에 부상할 것이고, 투신사의 구조조정을 앞세운 제2차 금

융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다. 그 다음은 이를 이유로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여

되는 수순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초국적 자본은 신용회수를 통해 한

국 금융시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이를 이용하여 대우에 대한 채권을 안전하게 회

수 받는 보장을 받아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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